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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애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91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평점 :
소설 같고 영화 같았던 시. 시니까 그저 단조.
나는 시를 읽다가 갑자기 사랑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빈 구덩이 같은 컴컴한 가슴 속에 쓸쓸함이 몰아쳤지만 시를 읽고 있으니까,라고 자위하며 다시 집중한다. 시는 못생겼고 비틀거리고 멍들고 냄새나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 나오는 것일테지. 길가의 부랑자든 낙엽이든 따뜻한 코코아든 솜이불이든. 나는 무엇을 남길까. 슬픈 구멍이 존재했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릴까.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시가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시는 쥐뿔도 모르면서- 느끼는 대로가 답이 아니겠냐며 시를 추천하던 나였지만, 다소 어렵긴 하던 그녀의 시집. 그녀를 처음 접하는 거니까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위로해본다.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일은 백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어려운 이성의 횡포 수첩을 찢고 나는 백 사람을 사랑하리 무모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마실 수 있는 데까지 마셔보자고 다시 쓴다 - `날마다 설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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