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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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이고, 39세라는 그의 짧은 생애 속 마지막 작품. 너무 심약했던 죄, 그 죄로 인해 인간실격이라는 길로 -만약 진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들어선 사람. 남을 파괴하는 일 따위 할 수가 없어서 그 화살이 나에게 돌아와도 피하지 않았던 사람. 나와 어느 면에 있어서는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나의 불행이 나약함과 순수함-좋은 의미가 아닌-에서 왔다고 생각하니까.
  도서관에서 민음사 시리즈 중 <설국>이라는 책을 빌리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같은 작가인 것은 오늘 알았다. 이전에 읽었던 <위험한 독서>에서 당신이 "삶은 살 만한 값어치가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살할 만한 값어치가 없어서 사는 것이다."라는 일기를 쓰는 염세적인 사람이라면 다자이 오자무의 <인간실격>을 추천하겠다는 문장이 나왔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조언대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범한 삶을 무겁게 여기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상대적인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모종의 공감을 느낄거라 생각했을까? 난 후자이긴 했지만, 미칠듯한 공감도 없었고 내가 느끼는 삶의 무게를 덜 만한 요소도 없었다.
작가는 마지막에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라고 했다. 맞다. 만약 누군가에게 인생의 주홍글씨가 새겨질 아픔이 있다면, 그 일도 결국은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아무 댓가도 없이 지나가는 것일까? 아픔이 있는 자에게 지나간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 아픔을 견디는 것 뿐이고, 새겨진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자이 오자무나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천천히 더 많이 살펴본 후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그가 남긴 그의 문학 속에서 그를 읽는 게 아니라, 나를 비춰보는 것이 독자의 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다자이 오자무는 삶에 대해, 인간에 대해, 인간의 자격이나 조건에 대해 많은 물음표를 던진 작가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불행 덩어리가 열 개나 있는데, 그중 한개라도 주위 사람들이 짊어져본다면 그 한 개만으로도 충분히 그에게 치명타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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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일 남장체험 - 남자로 지낸 여성 저널리스트의 기록
노라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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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라 빈센트라는 저널리스트가 18개월동안 남장을 하고 네드 빈센트가 되어 남자들의 사회를 엿본 이야기. 이 한 줄만으로도 궁금증과 흥미가 유발되기도 했지만, 관심있는 주제이기도 해서 바로 사서 보았다. 읽기 불편할 정도로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전문 작가가 아니고 픽션도 아니고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록하다보니 불필요하게 구체적인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남자들의 심리를 알려준다는 심리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부분을 조금 더 알게된 것 같다.  
나는 평소에도 또래 여자들보다 지나치게 남성적이며, 성별이 의심될 정도로 남자를 이해하는 경향도 강했던 것 같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 이 책의 저자처럼 남자가 되어 남자들의 세계를 엿보고 싶기도 했었다. 진짜 남자가 되는 건 힘들겠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대리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모든 남자의 갑옷은 빌린 옷이고 열 사이즈는 크며, 갑옷 밑에는 벌거벗고 불안정하고 아무도 안 보기를 바라는 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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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섹스 -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
은하선 지음 / 동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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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페미니즘에 대해 궁금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본다거나 할 마음은 없이,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그 부분에 대해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있구나, 당연하다고 인지하는 사람들보다는 조금 화를 내고 있구나, 내 안에 페미니스트 기질이 조금 있는 건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주문한 책이었다. '이기적 섹스'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라는 어구에서는 분명히 확 와 닿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겐 여러모로 충격적인 책이었다. 읽기 어려운 책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조금 충격적이긴 했다. 사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특별히 이상한 부분이 아닐 수 있다. 그저 조금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뿐인데, 이것으로 인해 그녀가 얼마나 많은 따가운 시선들과 비난을 받아왔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어감을 좋지 않게 느낄 수 있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여성들이 얼마나 알게 모르게 남성주의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를 내느냐 아니면 참고 사느냐에 따라 페미니스트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그래서 종종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고, 소극적인 페미니스트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인 편인데, 내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이만큼이나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이 사회를 바꿔온 것에 있어서는 그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성 평등주의라, 얼마나 좋은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이 바뀌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으로서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다. 특히 그것이 성과 관련되어 있을 땐 더욱 그럴 것이다.

 

 

"오로지 섹스만을 즐길 줄 아는 여자는 쉽게 다리 벌리고 다니는 년이라고 욕먹고, 섹스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지 않는 여자는 비싸게 군다고 욕먹으며, 버리려는데 자꾸 눈치 없게 들러붙는 여자는 구질구질하다고 욕먹는다. 그 어디에도 '여자'들의 욕망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남자들 비위 맞추는 법만이 침대에서 남자에게 사랑받는 법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돼 여자들을 현혹시킬 뿐이다.

 

'남자는 질투의 동물이기 때문에 섹스를 했어도 안 한 척 최대한 경험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된다. ... 남자는 의외로 섬세한 동물이니 섹스가 불만족스러워도 잘 돌려서 말해야 한다. 남자의 자존심을 죽이면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조금만 바꿔 생각해 보면 전부 모든 일의 책임을 여자에게 돌리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발기부전도 남자 자존심 못 세워 준 여자 탓, 침대 분위기가 시들해도 섹시하지 못한 여자 탓, 싫증 나서 바람나도 여자 탓, 쉬운 여자 취급받아도 다리 벌린 여자 탓." _85p

 

 
'세상의 모든 답은 남자들이 정한다. 여자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남자들이 정해 놓은 틀에 몸을 끼워 맞춰야지만 개념 있는 여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_266p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들먹일 필요까지도 없이, 그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거나, 이런 부분에 특히 흥미가 많다거나, 그 이유가 어찌 됐든 각자 읽고서 받아들일 부분이다. 책 선택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 작가 소개를 잠시 읊어드리도록 하겠다.

 

 

  은하선 : 섹스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섹스샵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블로그에 다양한 섹스토이 리뷰를 연재해왔을 만큼 섹스와 섹스토이를 좋아한다. ... 10대 여성들의 즐겁고 안전한 섹스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이 작가 소개에 다 나와있다. 책을 읽기 전 앞표지, 뒤표지, 작가 소개까지 분명 다 읽고 시작을 했는데도 왜 본격적인 책 내용을 읽을 땐 더 새롭고 충격적인지. ㅋ 섹스토이에 관한 부분은 충격이자 동시에 다른 세상에 입문한 느낌이었고,-나같은 애가 어디 가서 섹스토이 이야기를 들어 보고 섹스토이를 보기나 해보겠는가. 성인이면서도 왠지 성인용품이라는 간판을 똑바로 쳐다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것만 같아서 멀리 도망 다니기만 했었다.- 10대 때부터 시작한 성 경험은 충격과 혼돈 그 자체였다. 그녀가 주장하는 것처럼 10대들의 건전하고 안전한 성문화를 조장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책은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거나 어렵게 읽히는 어려운 내용에 대한 책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없이 가볍게 읽을 수도 또 한없이 깊게 생각할 수도 있는 책인 것 같다. 고민은 자신의 몫일 거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뒤, 내 몸이 원하는 섹스를 찾으라고 말하는 그녀. 나는 섹스가 좋다는 그녀가 이해가 너무 안 되면서도 이해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면에 있어서든지 자신의 소중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표현하고 그 방향으로 이루어 나간 그녀가 조금 멋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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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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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읽었던 <인간실격>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며, 진 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이다. 어제 오전 10시에 배송받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근무시간 등을 제외하면 아마 5-6시간 정도) 구성도 좋았을 뿐 아니라 그만큼 작가의 필체가 군더더기 없이 읽기 좋아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실격은 다소 무겁게 느껴졌던 반면 이 작품은 정말 흥미로워서 빨리 그리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시대를 거스르는 힘을 가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914년 연재가 되었다니 거의 100년 전 작품이다.)
  제목의 '마음'은 과연 누구의 마음일까 생각해보았다. 표지에는 달 밝은 밤이 그려져 있다. 무겁고 어두운 밤이 마음이라면 선생님, K (그리고 어쩌면 인간 모두에게)의 마음을 밝혀준 달은 사랑이었던 걸까. 그로 인해 훈훈하고 고즈넉한 정취를 얻었지만 숨겨진 골목길의 더러운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던 걸까..
  무엇보다 나는 나(관찰자/서술자)와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았다. 그리고 'K'와 나와의 관계도 -망가지기 전까지-좋았다. (확실히 나는 성별을 떠나 인간적인 관계와 정에 마음이 많이 끌리는 듯하다.) 그래서 처음엔 선생님의 마음이, 다음으로 K의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아파왔다. 얼마나 외롭고 고단했을까... 문득 자신의 마음을 바로 느끼고 그대로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도 큰 복이라고 느껴졌다. ;)

 

 

`나는 지금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지금의 상태로 버텨가고 싶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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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싱글
전현미 지음 / 중앙M&B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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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이끌려 구매를 했다. 기대한 내용과는 조금 다르지만, 결혼과 여행을 비교하며 글을 썼길래 처음엔 호기심도 생겼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뭐 이런 책이 있지 싶으면서 책에 대한 나의 기호와 수준이 불과 몇달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건질 내용이 설마 하나도 없겠냐마는, 예전엔 재미있게 잘 읽었을 책이 지금은 너무 가볍고 가치가 없어 보였다. 결국 똑똑한 결혼을 하라는 것인지 나쁜 싱글을 유지하라는 것인지 여행 얘기가 목적인지 너무 비교에만 급급했다는 생각도 들고, 구성 작가든 뭐든 간에 -정말 아무나 책을 내는 세상이니까- 책도 잘 골라서 읽어야겠다는 교훈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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