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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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 미묘한 남녀의 심리를 잘 그려낸 작품. 나 자신으로 책을 읽었을 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내 나이 39세에 -나를 외롭게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그 때 브람스를 좋아하냐 물어오는 25살의 청년이 있다면 이해하지 못할 감정도 아니었다.
  내 사랑이 정말 사랑이 맞는 건지 가끔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는데, 그 벗어나지 못하는 혼란의 경계를 균열시키는 것이 바로 브람스다. 그리고 브람스도 14살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사랑했다고.
나는 마지막 장면에 너무 몰입하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그가 나를 거절한 이유도 이런 것이었을까... 쉬이 사그러질 수 있는 열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건 크나큰 고통일테니까.
  분명 20대와 30대, 40대, 50대의 사랑은 다를 것이다.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자리잡은 곳은 뜨겁던 열정이 사그라든 자리일 터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열렬히 태울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사람에겐 아무리 예쁘고 멋지고 빛나는 사람이더라도 젊은 열정은 부담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사랑의 영원이 아니라 덧없음을 믿는다는 사강. 사랑은 길어야 3년 뿐이라고, 열정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아직도 쓸려가지 않고 남아있는 듯 하다.

 

 

`당신이 다시는 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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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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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작품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다. 구수했다. 책을 읽다보면 배우기 위해서 읽는 책이 있고, 숨은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책이 있고, 특별한 의미 없이 즐거움을 위해 읽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의미가 있는데 그 위에 재미로 돌돌 말아 포장을 한 느낌이다. 그런데 재미가 깔깔 웃는 재미가 아니라 술술 책이 읽히는 재미였고, 남 얘기 같지 않은 듯한 공감의 재미였다. 책을 읽으면서는 과연 내 얼굴엔 뭐라고 써있을지, 그게 궁금했고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됐을지도 궁금했다.
  책 내용 중 '기내식 같은 여자'라는 표현을 포함해 작가의 통찰력이 발휘된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읽으면서 감탄을 했다. 그러면서도 문체는 쉽고 자연스러워서 읽는 이마다 재밌다고 추천을 하니 진짜 멋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 90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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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
전미옥 지음 / 명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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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사랑 채환 님께 선물로 받은 책. 처음 표지를 보고 요즘 흔하게 널린 자기개발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특히 화술이 부족해 소통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고민이 심해질 무렵 선물받았는데, 클럽 분들이 채환 님이 '센스있다'고 표현한 부분에 급 공감하게 되었다. :) 얼른 읽고 감상평을 쓰고 싶었으나 이 내용을 소설책 읽듯 한번에 훌떡 읽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도 중간쯤까진 비교적 수월했는데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서 이제야 겨우 다 읽게 되었다.
  취업이나 이직 문제가 아니었어도 내겐 많은 도움이 되었을 책이다. 말로 하는 강연자가 쓴 글이라 소설처럼 매끄럽진 않아도 진심과 조언이 마음으로 다가온 글이었다. 화술 부족한 게 책을 읽는다고 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통하는 사람, 척하면 척인 사람, 마음을 잘 만져주는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등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꼭 가지고 있는 능력, 그 매력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다. 앞으로 더 달라질 수 있겠지!
  처음 보는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어려운 사람에게 선물과 편지를 전하는 일은 내가 어릴 적부터 쭉 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남녀의 개념을 알만큼 성장하고, 내 뜻을 좋은 뜻으로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뒤 그 횟수나 시도가 줄게 되었다. 그래도 채환 님은 이 책의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 분이시구나 생각이 들었다. :) 정말 감사했다. 괜히 더 친밀감도 생기고~ 나는 선물에 약한 여자~ :-D ㅋㅋ ♪

 

 

"나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나 자신을 바꾸는 일이다." - 이외수 -

`잘 듣는다는 것은 토씨 하나하나를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며 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잘 들으려면 귀를 기울이기 전에 마음을 열어야 하고, 머리도 빠르게 돌려야 한다.`

`타인의 관심사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질문을 던지고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지나친 겸손이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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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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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경욱의 아홉번째 책, 다섯번째 단편집. '소설적 재능이 만개한 폭죽다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소설적 재능이 만개'했는지는 이 책이 김경욱 님의 첫번째 책이라 말할 수 없지만, 각 단편 모두가 자신의 색을 가지고 팡 터지는 폭죽이고 난 그 형형색색의 화려한 폭죽 한다발을 읽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위험한 독서'가 더 진행되서 한 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만큼 매력적이었다. '고독을 빌려드립니다' 얘기는 분명 다른 책 내용이 이 얘기와 똑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난다. 맹세코 이 책은 지금 처음 접하는데, 혹시 '고독'을 대여한다는 이야기가 어느 책 내용인지 아시는 분은 제게 귀뜸 좀...ㅜ 근데 이렇게 비슷한 내용이라면 출간되기 힘들었을텐데, 내가 헷갈리는 건지 당췌 알 수가 없다;  
   내용이나 창의성 면에선 흠잡을 데 없었지만, 너무 문체나 시점이 여러편에 거쳐 비슷하게 반복되니 조금 지루하긴 했다. ('당신은~', '~겠지', '~니까', '~리라' 등)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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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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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적 상상력. 잘 쓰여진 작품을 읽게 되면 작가의 능력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쉬운 문체로 각 단편마다 다른 상황들, 고유의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일. 소설가라면 어렵지 않게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이 글들은 뭔가 많이 매력적이다. 김경욱 님의 단편보다는 부드럽게 읽히고, 더 내 취향이었다. :)

 

 

`전 달이에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어요.`

"나는 섹스보다 이렇게 안고 있는 게 좋다. 이게 영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세상의 시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안고 있으면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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