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창비시선 248
이기인 지음 / 창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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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을 뒤로 하고 시읽기에 몰두하였다. 세 권을 한꺼번에 빌려오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벼울 리가 없으니 나는 다시금 시에 빠져 허우적댄다. 마음이 무거워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시는 새로웠다. 아픈 시를 읽을 땐 나도 아팠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보고 먼저 아파하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ㅎ방직공장의 피곤한 소녀들에게/ 영원한 메뉴는 사랑이 아닐까,/ 라면 혹은 김밥을 주문한 분식집에서/ 생산라인의 한 소녀는 봉숭아 물든 손을 싹싹 비벼대며/ 오늘도 나무젓가락을 쪼개어 소년에 대한/ 소녀의 사랑을 점치고 싶어하네/ 뜨거운 국물에 나무젓가락이 둥둥/ 떠서, 흘러가고 소녀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고 분식집 뻐꾸기가/ 울었네// 입김을 불고 있는 ㅎ방직공장의 굴뚝이/ 건장한 남자의 그것처럼 보였네/ 소녀들이 마지막 전선으로 총총 걸어가면서 휘파람을 불었네` - 이기인, `ㅎ방직공장의 소녀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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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역사 창비시선 280
최금진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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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을 뒤로 하고 시읽기에 몰두하였다. 세 권을 한꺼번에 빌려오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벼울 리가 없으니 나는 다시금 시에 빠져 허우적댄다. 마음이 무거워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시는 새로웠다. 아픈 시를 읽을 땐 나도 아팠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보고 먼저 아파하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가슴에 저장하고 사는 당신,/ 베란다 난간에 반쯤 걸쳐진 당신을 붙잡는 내 손은 턱없이 모자랐으나/ 당신은 울면서 내게 말했다/ 날 그냥 놓아줘, 제발!/ 눈발은 아래로 아래로 미끄러지고/ 당신과 나는 총체적으로 현명하게 진화해온/ 호모사피엔스,/ 차마 놓을 수 없는 어떤 본능으로/ 나는 당신을 붙들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 어머니의/ 천 개의 손으로 당신을 힘껏 붙들고 있었다/ 적어도, 너는, 사람이다, 이러면, 안되는 거다,` - 최금진, `천 개의 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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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발작 창비시선 267
조말선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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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을 뒤로 하고 시읽기에 몰두하였다. 세 권을 한꺼번에 빌려오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벼울 리가 없으니 나는 다시금 시에 빠져 허우적댄다. 마음이 무거워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시는 새로웠다. 아픈 시를 읽을 땐 나도 아팠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보고 먼저 아파하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혼숙과 혼음의 수프, 농도가 알맞은 수프는 상처내기 쉽다 아물기 쉽다 잘 끓여진 수프에서 물집들이 솟아오르고 가라앉는다 잘 뭉개진 아버지와 엄마와 나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간 아버지와 엄마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상처인 따뜻한 한 그릇 가족` - 조말선, `수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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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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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드디어 읽었다.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작년에 알게 되었는데 벌써 7회째 발간된 책이다. 사람들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던 작가들의 등용문이 된 루트이기도 하다. 인용한 글귀는 대상 수상작 김금희 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 중 한 부분이다. 대상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른 작품들도 인상 깊었다. 짧은 호흡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쓰기가 참 어려운데, 이렇게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시나브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것인가 보다.
  두 번째 인용한 글은 양희를 향했던 필용의 마음이다. 처음 책 소개에서 저 문장을 읽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저게 뭘 사랑한다는 거지 싶었고, 심지어는 말장난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저 문장을 읽으면 눈물이 날 것 같고 가슴이 찡해진다. 끊어질 것처럼 끊어지지 않고 콤마로 이어진 문장들은, 지금의 양희를 온전히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저 문장을 읽다 보면, 나도 바라고 싶어진다. 너의 아무 것도 없음을 사랑해, 너의 바보스러움을 사랑해, 너의 상처 받은 마음을 사랑해, 너의 절망스러움을 사랑해. 이렇게 말해줄 그 누군가의 존재를 말이다. 오늘은 사랑하지만 내일은 어떨지 모르는 사랑이더라도.

 

 

"사랑한다며?"
"네, 사랑하죠."
"그런데 내일은 어떨지 몰라?"
"네."
"사랑하는 건 맞잖아. 그렇잖아."
"네, 그래요."
"내일은?"
"모르겠어요."

`양희야, 너의 허스키를 사랑해, 너의 스키니한 몸을 사랑해, 너의 가벼운 주머니와 식욕 없음을 사랑해, 너의 무기력을 사랑해, 너의 허무를 사랑해, 너의 내일 없음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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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창비세계문학 16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이한정 옮김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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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인가 문학인가. 창비세계문학이라고 적혀있는데, 잘 모르겠다.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검색을 해보니 '섹스라는 질환의 파멸성을 말하다'라는 기사가 있다. 탐미적이니 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느니 작품에 관한 여러 가지 말이 있는데, 성에 관한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더 불편한 것은 작가의 '마조히즘' 경향과 노년한 나이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섹스에 대한 얘기만 하는 내용도 처음인데, 그에 반해 전혀 재밌지는 않았다. 반전이 있다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앞으로 우리 부부의 성생활을 계속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 키무라라는 자극제의 존재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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