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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역사 ㅣ 창비시선 280
최금진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쌓여가는 책을 뒤로 하고 시읽기에 몰두하였다. 세 권을 한꺼번에 빌려오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벼울 리가 없으니 나는 다시금 시에 빠져 허우적댄다. 마음이 무거워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시는 새로웠다. 아픈 시를 읽을 땐 나도 아팠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보고 먼저 아파하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가슴에 저장하고 사는 당신,/ 베란다 난간에 반쯤 걸쳐진 당신을 붙잡는 내 손은 턱없이 모자랐으나/ 당신은 울면서 내게 말했다/ 날 그냥 놓아줘, 제발!/ 눈발은 아래로 아래로 미끄러지고/ 당신과 나는 총체적으로 현명하게 진화해온/ 호모사피엔스,/ 차마 놓을 수 없는 어떤 본능으로/ 나는 당신을 붙들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 어머니의/ 천 개의 손으로 당신을 힘껏 붙들고 있었다/ 적어도, 너는, 사람이다, 이러면, 안되는 거다,` - 최금진, `천 개의 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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