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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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씨의 보통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연애와 결혼의 낭만적이지 않은 부분을 바라본 책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평도 꽤 좋은 걸로 알려져있다. 확실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긴 하지만, 보통씨의 책을 몇 번 읽다보면 이 이야기들은 처음 나온 것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보통씨가 사랑에 관해 천천히 조금씩 표출해왔던 생각을 한꺼번에 집대성한, 특히 결혼 생활(일상)에 중점을 둔, 백과사전이라 볼 수 있다. 내용은 당연히 이루 말할 것 없이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은, 다소 표현이 어려워진 점, 그래서 바로 다가오진 않을 때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 소설을 소설이라 말하기 애매한 형식으로, 그가 전달하고픈 말을 직접 전하면서, 에세이와 혼합된 방식을 취했는데 그 점 또한 장단점이 동시에 된다고 본다. 어쨌든 이런저런 감점사항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랑에 대한 공부에 있어서 보통씨만큼 큰 깨달음을 주면서 다가오기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어떤 관계도 온 마음을 다해 친밀하고자 하는 헌신 없이는 첫걸음을 떼지 못한다.`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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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번의 파르티타
이은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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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픈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를 읽는 편이다. 햇빛보다 '그림자'에 관심을 두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미소 속에 감춰진 '상처'를 보려하는 그 시각이야말로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 같다. 오작동하는 세상 속에서 ("지금 '사회'라는 이름의 기계ㅡ시스템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처럼 오작동하고 있다." -고봉준, 불확실한 삶-) 올바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아픈 부분을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시선을 갖춰야 한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서 동시에 내 이야기이기도 한 비릿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짠하게 아프면서도 이 세상을, 또 그 세상속에 있는 나의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고민만 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 수 있는 시선을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좋은 작가를 만나서 조금 더 기뻤고, 그가 선물해준 세계를 마주하며 조금 울컥했고,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읽고 난 지금은 조금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그녀는 자기가 서명한 계약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사인할 때에 느꼈던 희망과 생에 대한 기대가 생각나서 쓸쓸함을 느꼈다. 돌아보면 이 계약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왔다. 쓸모없는 것들을 공부했고 쓸모없는 고민들을 해왔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두려워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고 해야 하는 일들만을 좇아 달려왔지만 해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작하기 위해 많은 용기를 내야 했는데, 그 용기는 결국 스스로를 위해서는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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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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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래 읽은 책. 그의 향이 나서, 한번에 다 읽어버리기 아까워서 참 한참만에 읽은 책. 그가 내게 불어오는 것 같고, 그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아 더 좋았던 책. 이병률의 사람 냄새가 나는 딱 그만의 책. 사랑스럽다. 매력적이었다.
   생활에 안정이 찾아오지 않아 마음의 여유가 없던 요즘. 그래서 어떤 책도 손댈 수 없었다. 언제쯤이면 다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그처럼 혼자 훌쩍 떠나기도 하고, 글과 여행을 즐김으로써 마음 속에 삶과 사람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랑 가까워지는 일은, 사랑을 하는 일과 다르지 않잖아요. 알게 되고 알아가고 일체감을 느끼고 익숙해지고 하는 것, 이 모든 걸 어떻게 예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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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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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 당하는 것, 소유 당하는것, 성적 객체가 되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여성화 되는 것feminize'이다.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화되는 것, 즉 성적 주체의 위치로부터 전락하는 것이었다.' 
 
''쟤는 고추도 안 달렸나봐' 같은 표현은 남성 집단에 있어서 구성원 자격의 실추를 의미하는 최고의 욕설이 된다. 남자 자격이 없는 남자를 남성 집단으로부터 추방하는 표현이 '고추 떨어짐' '계집'과 같은 여성화 레토릭을 수반한다는 점은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호모소셜리티homosociality(동성사회성)는 호모포비아homophobia(동성애혐오)에 의해 유지된다. 그리고 호모소셜한 남자가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용하는 장치가 바로 '여성을 성적 객체화'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여성의 성적 객체화를 서로 승인함으로써 성적 주체 간 상호 승인과 연대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여자를 (적어도 한 명 이상) 소유하는 것'이 성적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인 것이다.
'자기 여자'란 말은 참으로 잘도 만들어낸 표현이다. '남자다움'은 한 여자를 자기 지배하에 두는 것으로 담보된다. '자기 마누라 하나 휘어잡지 못하는 남자가 무슨 남자냐'는 판정 기준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ㅡ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성 멸시ㅡ를 '여성 혐오'라고 한다.' 
 
'남자들은 그런 자승자박 구조가 내리는 저주를 창녀에게로 돌린다. 그들은 창녀를 철저하게 이용하면서도 그 존재를 공공연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모욕과 멸시, 혐오를 가한다. 더러운 것을 애써 외면하듯 반쯤은 필요악으로 인정하면서도 감추려 한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될 때 사람은 '여자'가 된다. 거기에 연령은 관계하지 않는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되었을 때 사람은 '여자'가 아니게 된다. 너무나 간단해 졸도할 지경이다.' 
 
'매춘을 통해 남성은 여성에 대한 증오를 배운다. 매춘을 통해 여성은 남성에 대한 경멸을 배운다.' 
 
 
"불쾌함을 느끼며 책을 쓰고 불쾌함을 느끼며 독서해야 하는 책을 쓴 것은 어째서일까? 아무리 불쾌하다 하더라도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앎으로써, 설사 쉽게 달성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ㅡ 글쓴이의 말 중에서... 
 
 
 길어질 수 있는 감상평을, 글쓴이의 말을 대신하여 줄이는 바이다.

`"사실 남자들은 몸 파는 여자를 증오하고 있어. 그리고 몸 파는 여자들도 그녀를 사는 남자들을 증오하고 있지."
여자를 성기로 환원하면서 동시에 그녀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자신의 성욕을 채울 수 없는 성욕의 자승자박 구조를 누구보다도 저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남성 자신일 것이다.
이 속에 남성의 여성 혐오가 품고 있는 수수께끼의 모든 것ㅡ여성 혐오란 원래 남성의 것이다ㅡ이 포함되어 있다.`

`여자에 깊이 의존하고 있으며 또한 그 때문에 여자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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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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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 남자, 대체 뭐지? ㅋ 정말 오랜만에-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산문집인데 엄청 웃기고 기발하고 골때리는 매력까지 넘치는 글을 읽게 되었다. 사실 내가 옮긴 이 구절은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한 부분이었다. 정바비라는 사람의 산문집 존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가 '아무나' 산문집 혹은 에세이를 낸다고 생각했던 산문집 범람의 시기에 이 책이 출판되었다. 고로 일부러 읽지 않았음은 당연한 얘기. 이제서야 뒤늦게 계기가 생겨 읽어보니 이 사람 너무 매력있고, ㅋㅋ 책이 너무 재밌었다. 글이 정갈한데 그 안에 숨겨진 예상 불가능한 매력이라니. ㅎㅎ 그리고 나는 정바비가 누군지 몰랐다. 왠지 바비킴이 연상되는 이름이라고만 생각했지, 그의 음악을 찾아 듣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내가 아는 가수는 극히 드물고 세상에 넘쳐나는 게 뮤지션이니... 그 정도로만 여겼는데, 글을 읽다가 '가을방학'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완전 놀랐었다. 놀라서 검색을 해보니 소속 그룹이 가을방학, 연관검색어 '계피'. 헉... 대박의 대박이었다. 역시 이런 감상은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맞았다. 내가 즐겨듣던 음악을 하던 사람이었다니, 여러모로 놀랄 일이 많았다.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어디 이런 남자 없나 싶기도 했다. ㅎ 책 후반에 집중적으로 펼쳐진 그의 아티스트다운 의식세계에까진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처럼 연애에 대해 깊고 충분히 생각해보고 겪어본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정바비가 작사작곡했다 해서 깜놀한,

가을방학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을 때가 있어

 

https://youtu.be/3cS964_AlMY

 


♬ 정바비가 이런 어마어마한 음악을 들은 후에도

자신의 인생이 3분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것에 전율이 났다고 한,

나도 좋아하는, Beach boys의 God only knows

 

https://youtu.be/zNOHyGP7thk

 

 



`평소에 외롭다며 연애하고 싶노라고 노래를 부르고 주변에 유난을 떨던 사람이 시작한 연애는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젠 더 이상 사랑이 필요하지 않다고, 혼자인 편이 훨씬 오롯하고 행복하다고 확신한 이가 마치 눈앞에서 땅이 꺼져버리듯이 확 빠지는 연애가 훨씬 더 낭만적이지 않냐 말이다. 그러니까 연애의 본질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 그것도 아주 처참한 대패여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보고 싶다`는 기분 앞에 보기 좋게 당하고만 루저들끼리 의기소침하게 시작하는 연애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사랑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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