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번의 파르티타
이은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픈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를 읽는 편이다. 햇빛보다 '그림자'에 관심을 두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미소 속에 감춰진 '상처'를 보려하는 그 시각이야말로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 같다. 오작동하는 세상 속에서 ("지금 '사회'라는 이름의 기계ㅡ시스템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처럼 오작동하고 있다." -고봉준, 불확실한 삶-) 올바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아픈 부분을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시선을 갖춰야 한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서 동시에 내 이야기이기도 한 비릿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짠하게 아프면서도 이 세상을, 또 그 세상속에 있는 나의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고민만 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 수 있는 시선을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좋은 작가를 만나서 조금 더 기뻤고, 그가 선물해준 세계를 마주하며 조금 울컥했고,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읽고 난 지금은 조금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그녀는 자기가 서명한 계약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사인할 때에 느꼈던 희망과 생에 대한 기대가 생각나서 쓸쓸함을 느꼈다. 돌아보면 이 계약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왔다. 쓸모없는 것들을 공부했고 쓸모없는 고민들을 해왔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두려워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고 해야 하는 일들만을 좇아 달려왔지만 해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작하기 위해 많은 용기를 내야 했는데, 그 용기는 결국 스스로를 위해서는 쓰지 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