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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삽입 당하는 것, 소유 당하는것, 성적 객체가 되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여성화 되는 것feminize'이다.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화되는 것, 즉 성적 주체의 위치로부터 전락하는 것이었다.'
''쟤는 고추도 안 달렸나봐' 같은 표현은 남성 집단에 있어서 구성원 자격의 실추를 의미하는 최고의 욕설이 된다. 남자 자격이 없는 남자를 남성 집단으로부터 추방하는 표현이 '고추 떨어짐' '계집'과 같은 여성화 레토릭을 수반한다는 점은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호모소셜리티homosociality(동성사회성)는 호모포비아homophobia(동성애혐오)에 의해 유지된다. 그리고 호모소셜한 남자가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용하는 장치가 바로 '여성을 성적 객체화'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여성의 성적 객체화를 서로 승인함으로써 성적 주체 간 상호 승인과 연대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여자를 (적어도 한 명 이상) 소유하는 것'이 성적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인 것이다.
'자기 여자'란 말은 참으로 잘도 만들어낸 표현이다. '남자다움'은 한 여자를 자기 지배하에 두는 것으로 담보된다. '자기 마누라 하나 휘어잡지 못하는 남자가 무슨 남자냐'는 판정 기준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ㅡ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성 멸시ㅡ를 '여성 혐오'라고 한다.'
'남자들은 그런 자승자박 구조가 내리는 저주를 창녀에게로 돌린다. 그들은 창녀를 철저하게 이용하면서도 그 존재를 공공연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모욕과 멸시, 혐오를 가한다. 더러운 것을 애써 외면하듯 반쯤은 필요악으로 인정하면서도 감추려 한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될 때 사람은 '여자'가 된다. 거기에 연령은 관계하지 않는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되었을 때 사람은 '여자'가 아니게 된다. 너무나 간단해 졸도할 지경이다.'
'매춘을 통해 남성은 여성에 대한 증오를 배운다. 매춘을 통해 여성은 남성에 대한 경멸을 배운다.'
"불쾌함을 느끼며 책을 쓰고 불쾌함을 느끼며 독서해야 하는 책을 쓴 것은 어째서일까? 아무리 불쾌하다 하더라도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앎으로써, 설사 쉽게 달성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ㅡ 글쓴이의 말 중에서...
길어질 수 있는 감상평을, 글쓴이의 말을 대신하여 줄이는 바이다.
`"사실 남자들은 몸 파는 여자를 증오하고 있어. 그리고 몸 파는 여자들도 그녀를 사는 남자들을 증오하고 있지." 여자를 성기로 환원하면서 동시에 그녀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자신의 성욕을 채울 수 없는 성욕의 자승자박 구조를 누구보다도 저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남성 자신일 것이다. 이 속에 남성의 여성 혐오가 품고 있는 수수께끼의 모든 것ㅡ여성 혐오란 원래 남성의 것이다ㅡ이 포함되어 있다.`
`여자에 깊이 의존하고 있으며 또한 그 때문에 여자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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