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0
손보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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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한 책을 빌려오면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 읽게 된 소설. (보통은 두꺼운 소설책을 빌려오며 같은 장르의 소설책을 또 빌리진 않는다.) 그러면 이 책과의 만남도, 손보미 님과의 만남도 '우연의 신'에 의해서였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우연'을 '운명'이라 말하면 다른 의미가 될까? 그건 아닌 듯 하다. 어렸을 땐 왠지 '우연'과 '운명'은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 둘을 구분해서 쓰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 건 그 둘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우연'과 '운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정하는 일일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세상은 한 사람의 날개짓 한번, 선택 한 번, 주저함 한 번, 뭐 이런 사소한 일 하나 따위로 주변 모든 상황이 영향을 받거나 변화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그 작은 날개짓 한번을 우연이라 보면 우연이지만, 그것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운명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손보미 님의 소설로 '디어 랄프로렌'이 유명하다. 꽤 알려졌고 내가 그 소설을 접할 기회도 충분했는데, 나는 손보미 님의 소설을 선택하지 않았었다. 이번의 '우연'한 마주침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짐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스토리는 있는데 드라마가 없는 느낌. 여러가지 재료들로 국을 열심히 끓였는데 내어보니 감칠맛, 약간의 조미료 맛이 부족한 느낌이랄까. 글을 잘 쓰셔서 읽기에 거부감도 없었고 초반 몰입도 상당했는데, 그런 느낌은 왜 드는 것일까. 왜 나는 그동안 '디어 랄프로렌'이라는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아직 읽지 않은 것,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생각은 피하는 게 맞겠지. 다음에, 좋은 시기에, 우연함을 가장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다시 찾아와 손보미 님의 작품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오길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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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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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영문도 없이 읽고 싶었다가, 나중엔 그냥 그런 에세이려나 싶어서 마음을 접었었다. 작년 연말에 서점에서 처음 책을 만났었는데, 읽기를 잠시 주저하는 사이 이제 10쇄까지 발행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책을 실제로 읽어보니, 정말 좋았다. 딱, 어른의 책이었다. 꼰대 아닌, 내공을 잘 쌓아서 잘 큰 어른이 할 말만 딱 꾹꾹 눌러담아 해준 것 같달까. 남들이 보기에 '괜찮다' 수준이 아니라 '대단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잘 큰 어른이 말이다. 
  배우 하정우를, 감독 하정우를 스크린 너머로 만났을 때 언뜻 풍기던 그 여유로움과 단단해보였던 느낌이 다 '걷기'라는 튼튼한 기초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구나 생각하니 그가 새삼 더욱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잘 큰 아들을 둔 아버지는 또 얼마나 행복하실까. 정말 밥을 안먹어도 뿌듯하고 마음이 행복하실 것만 같다. 
  분명 하루만에 읽을 수 있던 책이었지만,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결국 이틀에 걸려 읽게 되었다. 옮겨 적은 문장들이 많은데, 다 옮길 수가 없어서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그 문장들을 이제 내 것으로 만드는 건 나의 일이겠지. 나는 그가 너무 대단해 감히 따라가고 싶다거나 노력해보고 싶다는 엄두도 나지 않지만, 분명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을거라는 생각은 든다. 그의 삶이 너무 진실되었고 글과 삶 전체에서 그의 진정성이 읽혀졌기 때문에, 다른 어느 좋은 말들보다 더 깊이 와닿은 것 같다. 정말 본받을 만한 삶의 자세였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도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작 일은 너무나 열심히 하는데 휴식 시간에는 아무런 계획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던져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우리가 고단함과 귀찮음을 툭툭 털고서 내딛는 한 걸음에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 - P67

나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엔 체력이 달리지 않도록 미리 기름 치고 돌보는 일.
나에게 걷기는 나 자신을 아끼고 관리하는 최고의 투자다.

나는 남을 웃기는 걸 좋아한다. ... 유머는 삶에서 그냥 공기처럼 저절로 흘러야 한다. 마음에 여유가 부족하면 이런 유머가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유머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촬영현장에서도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웃기는 일을 좋아한다. 남을 웃기면서 나도 웃는다. 내 유머가 사람들을 웃게 할 때, 나는 내가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

나는 사람이 그다지 강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불안정해지기 쉬운 동물이다. 마치 날씨처럼 매일 다른 사건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기란 쉽지 않다. 변화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작은 물결에 배가 휩쓸려가서는 안 되므로 닻을 단단히 내려둘 필요가 있다.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혼잣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귀로 다시 들어온다. 세상에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은 없다. 말로 내뱉어져 공중에 퍼지는 순간 그 말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난에는 다른 사람을 찌르는 힘이, 칭찬에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세심하게 골라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내보내야 한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안다고 믿었던 서로의 마음속을 더 깊이 채굴하는 것과도 같았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어쩐지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서로의 일과 삶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차올랐다. - P206

나는 일할 때 막연한 느낌이나 주관에 치우치지 않도록 나 자신을 계속 점검한다. 누군가와 생각이 다를 때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나의 기분이나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니까.

오디션은 삼 분 안에 결정되는 잔혹한 경쟁이지만, 보석은 그 짧은 시간에도 스스로 빛을 발한다고 믿었다. 내 몸에 기운과 에너지를 늘 충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밤이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하루 일과를 정리했다. 그때 평균적으로 하루에 여섯 시간씩은 걸어다녔던 것 같다. 걸으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었다. 배우란 분명 선택받는 직업이지만, 그 선택받을 수 있는 무대까지 걸어가는 것은 내 두 다리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와 절망 속에 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때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노력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모른 채 힘든 시간을 그저 견디고만 있는 것을 노력이라 착각하진 않는지 가늠해본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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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저 스스로는 읽지않을) 책에 대한 뽕님의 느낌과 인용문들을 보면서 간접 독서를 잘 합니다ㅎ. 과연 영화속 그 처럼 느껴지는 글이군요.. 그런데 뽕님도 이렇지 않으세요?ㅎ 성공한 배우가 겸허하게 쓴 공감의 글은 실은 저는 이미 많이 봐온것 같은데요^^.. 요란하고 변덕스럽지만 설레는 봄. 감기 조심히 봄의 설렘을 느끼시길...

milibbong 2019-03-26 21:46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뵈요, 두부님 ^^ 지속적으로 방문해주고 계시는군요 ㅎ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쓴 댓글이 두부님께 알림이 가진 않겠죠? 그렇다면 블로그가 조금 더 편할 수도 있겠네요~
전 성공스토리 이런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하정우는 아직 마라톤을 뛰는 느낌이죠! ㅎ 잘 뛰는 선수의 느낌이랄까~ 스스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구요 ㅎ (특히 감독으로서는 더욱) 전 힘들면 몸을 내버려두자는 편이어서,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으면 그냥 쉬자, ㅋㅋ 라는 인간이어서 이 분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나봐요 ㅎㅎ 두부님께서 간접 독서를 하실 수 있도록 명언을 잔뜩 날려주신(?) 하정우님께 심심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 헤헷, 이제 정말 벚꽃이 필 계절인데... 꽃샘추위가 있죠 ㅎ 그래도 낮동안에는 좋은 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두부님깨서도 일하시다가 짬짬이 하늘도 보시고(제발 하늘색이어야 할텐데ㅠㅠ) 따뜻한 차도 즐기실 수 있는 날들 가지시길요 ^^
 
땀 흘리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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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명의 작가가 쓴 8개의 작품들이 엮여져 있다. '노동 문학 선집'이라고 하기엔 이름이 너무 무거운 느낌이고, '일', '노동'에 대한 단편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기존 작가별 작품과 달리 주제를 정하고 엮은 글이어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짧은 내용 요약과 작품을 통해 생각해봤으면 하는 말을 덧대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8명의 작가 중 5명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세 분은 많이 좋아하는 작가이고, 이번 8편의 작품 중에서 2편은 이미 읽어본 작품이었다. 책의 첫 시작을 장식한 '어비'는 내가 좋아하고 주목하는 김혜진 님의 작품이다. '어비'라는 책으로 출간되고 그 책을 읽었을 당시에도 꽤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일'이라는 건 사회 초년생이 아닌 나에게도, 이 나이를 먹고서도, 너무나 어렵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어비'의 화자가 하는 말이 내가 하는 말이 아닌데 내가 하는 말 같아서 크게 공감되었었고 나의 현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작품을 다시 읽는 지금도 마음이 답답했다. 언제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깨달을까... 어렵기만 하다.
  나는 문학작품 속에서 사회가 그려지고 비판되는 방식을 즐긴다. 문학은 가장 정직한 거울 같았다. 사회의 아픈 구석들이 날카로운 문장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여과없이 드러난다. 물론 그 칼날을 읽고 반성하는 사람이 적어졌지만, 그래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우리 사회를 그려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리하여 여전히 문학의 힘이 건재하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소설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차마 읽기 힘든 경우도 있었는데, 앞으리는 그런 아픈 구석들이 조금씩 더 나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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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2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 책들을 좋아하던 제가 소설을 자꾸 읽게되는데, 뽕님 서재의 ‘다른사람‘ 이란 책도 읽고있어요. 또 한 분 소개받는군요ㅎ

milibbong 2019-03-26 21:49   좋아요 0 | URL
두부님은 이미 과학과학하시니까 그 위에 소설을 챱챱 첨가하면 맛이 정말 엄청 풍부하고 깊어질질 거 같아요 ~ ^^ 멋쟁이셔요! 따봉!! >_< /
 
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시선 429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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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년 1월 발행되었는데 무척 낯이 익었다. 왜 이렇게 읽어본 것 같지 새로 나온 책이 아니었던가 싶었는데 나오자마자 서점에서 바로 읽었던 기억이 났다. 한 권을 다시 깊이 음미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분명 너무 좋아서 적어와서 옮긴 시도 있어서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1월에 한 번, 지금 한 번 읽은 셈이다. 그때도 서점에서 아예 자리잡고 앉아 한참동안 마음을 내려놓고 읽었던 걸 기억한다. 너무 좋다고 느꼈었고, 다시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시집을 읽으면서 오래 시간을 갖게 되는 이들은 사실 많지 않다. 내게는 이병률 님과 박소란 님, 또 다른 몇몇분... 시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가 마음을 많이 움직일 때, 그런 시일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글자를 읽는 속도는 빠른데 여운이 너무 깊어 한 글자 한 글자를 겨우 놓아가며 읽어야 하는 시들... 그런 시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를 읽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 더 따뜻하고 기쁜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백할 수 없다 /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 너는 다만 생각하겠지 / 당신은 참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군요 // 그런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런 네게로 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 너는 알 수 없겠지 // 양말을 벗어본 적 없는 내가 / 너의 곤한 맨발을 오래 들여다보는 이유 - ‘양말‘ 중 발췌

슬픔이 왔네 /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 가만히 결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 ‘감상‘ 중 발췌

죽은 엄마를 생각했어요 / 또다시 저는 울었어요 죄송해요 / 고작 감기일 뿐인데 // 어디야? 꿈속에서 / 응, 집이야, 수화기 저편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 내가 모르는 거기 어딘가 엄마의 집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엄마의 집은 아프지 않겠구나 // ... // 어디야?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 / 거기 먼 집 / 닫지 못한 문이 있고 여태 / 늦된 겨울을 건너다보고 있을 엄마, 감기 조심해 - ‘독감‘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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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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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온몸으로 나 귀엽지, 를 뽐내는 인상이었다. 깃발을 들고 달려오는 애기들(90년대생들)이 귀여워서, 그러니까 표지와 제목이 재밌어서 읽고 싶던 책이었다. 그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다. 
 난 다행히 '2019 트렌드 노트'를 먼저 읽으면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이미 한 차례 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 책에서 변화한 환경과 상황, 세대에 대해 알기 위해 이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나도 그랬지만,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이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따로 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은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요즘 변하는 사회 모습을 체감으로 익히고만 있었고, 이런 걸 잘 분석해서 책까지 냈구나 싶었지 내 다음 세대가 생각할 방식에 대해서는 따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들이 휴대폰을 아이들에게 쥐어주고 놀게할 때 저렇게 양육을 하면 나중에 어찌할지 (내 기준으로) 걱정만 했지, 날 때부터 모바일 속 세상을 접한 아이들이 이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보고 받아들일지는 생각해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86년 생으로 90년 생과 큰 차이는 없지만, 80년대와 90년대로 비교하면 그 차이가 굉장히 커진다. 그나마 이런 변화의 급물결 속에서 바로 앞 세대로, 비교적 젊은 사람으로 세대 변화에 적응을 할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도 엄연히 나와 그들은 다르다. 접한 시대와 문화가 다르고, 겪은 사건들이 다르니 내가 아무리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을 이해하려 해봐도 그들의 입장은 되어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을 내고, 멋지게 앞장서 나가는 사람이 있다, 참 대단하다, 라고 평을 쓰려 했더니 책 정보를 검색하는 사이 어마어마한 걸 보고 말았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점 매대에 깔려있는 책을 들춰본 20대가 "꼰대가 옛날 얘기 하고 있네"라고 했다는 리뷰가... 하...ㅎㅎㅎ 이 책이 누군가에겐 바뀐 세대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위한 귀한 자료일텐데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낡은 얘기를 하는 쓸데없는 책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훌륭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대와 요즘 젊은이들의 바뀌는 문화 속도를 책으로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훌륭한 지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표지로 귀여운 척 했지만 적당히 도톰한 책 안에는 꽤 방대한 자료가 담겨져 있었고, 그 말은 즉, 그들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했다는 말일 것이다. 유명 출판사가 아니라 그런지 (나만 모르나;)  책 내부도 다소 투박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도 잘 참고 읽을 만큼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바로 새로운 세대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여러분도 점차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너무 심한 말 아닌가‘라고 느꼈다면 미안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 스티브 잡스,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연설 (2005) 중

‘문유석 부장판사는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말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요즘의 젊은이들 또한 저성장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빨리 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정해진 시간 보다 일찍 와야 하나요? 10분 전에 와야 하는 것이 예의면 퇴근 10분 전에 컴퓨터 끄고 게이트 앞에 대기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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