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사람의 닫힌 문 ㅣ 창비시선 429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19년 1월 발행되었는데 무척 낯이 익었다. 왜 이렇게 읽어본 것 같지 새로 나온 책이 아니었던가 싶었는데 나오자마자 서점에서 바로 읽었던 기억이 났다. 한 권을 다시 깊이 음미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분명 너무 좋아서 적어와서 옮긴 시도 있어서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1월에 한 번, 지금 한 번 읽은 셈이다. 그때도 서점에서 아예 자리잡고 앉아 한참동안 마음을 내려놓고 읽었던 걸 기억한다. 너무 좋다고 느꼈었고, 다시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시집을 읽으면서 오래 시간을 갖게 되는 이들은 사실 많지 않다. 내게는 이병률 님과 박소란 님, 또 다른 몇몇분... 시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가 마음을 많이 움직일 때, 그런 시일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글자를 읽는 속도는 빠른데 여운이 너무 깊어 한 글자 한 글자를 겨우 놓아가며 읽어야 하는 시들... 그런 시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를 읽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 더 따뜻하고 기쁜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백할 수 없다 /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 너는 다만 생각하겠지 / 당신은 참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군요 // 그런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런 네게로 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 너는 알 수 없겠지 // 양말을 벗어본 적 없는 내가 / 너의 곤한 맨발을 오래 들여다보는 이유 - ‘양말‘ 중 발췌
슬픔이 왔네 /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 가만히 결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 ‘감상‘ 중 발췌
죽은 엄마를 생각했어요 / 또다시 저는 울었어요 죄송해요 / 고작 감기일 뿐인데 // 어디야? 꿈속에서 / 응, 집이야, 수화기 저편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 내가 모르는 거기 어딘가 엄마의 집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엄마의 집은 아프지 않겠구나 // ... // 어디야?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 / 거기 먼 집 / 닫지 못한 문이 있고 여태 / 늦된 겨울을 건너다보고 있을 엄마, 감기 조심해 - ‘독감‘ 중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