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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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생이 온다』 이후 같은 결의 책이다.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사실 많은 책들이 지금 20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들에 대한 분석을 하고 그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책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 즉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들과 밀레니얼 세대의 화합이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패기 넘치는 신입을 기대했건만 입사 초부터 마뜩치않은 자세와 표정, 선배에 대한 태도와 근무 태도는 기존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이들은 대체 왜 그럴까. 요즘 애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온지 오래다. 입사하자마자 당연한 소리를 몇 번 했더니 퇴사하겠다는 소리를 한다거나 잡무를 시키면 왜 자기가 해야되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기존 세대이지 않을까. 회사에 몸담은 상태로 밀레니얼을 잘 수용해서 길러내는 것도 이들의 능력이고,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문제라면 잘 돌파해나가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새로운 세대를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대별 차이점을 확인하고 기존 세대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방향으로 기울어져있다.    
 나는 '낀 세대'다. '센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명확한 특성 사이에 끼어 양쪽에서 치이는 '낀 세대'의 입장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가끔씩 이해하기 힘들던 '밀레니얼 세대'과 'Z세대', 즉 'MZ세대'의 특성과 그들이 자라온 시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서 좋았다. 분명 변화하고 있고, 나조차 꼰대의 입장에 다가가는 상황에서 좋은 조언을 받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 세대'의 입장에서 기재됐기 때문에 가끔씩 실수한 것 같은 단어 사용은 조금 탐탁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대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 그들과 상생해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공자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조직에선 ‘부록‘같이 취급되는 게 이 나이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기는커녕,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바짝 붙어 떨어져나가지 않으려는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다. 링컨은 "마흔 이후엔 자신의 얼굴에 책임지라."고 했는데, 위에서 눌리고, 아래에서 치받히니 이들은 갈수록 무표정해진다.

사회안전망, 신뢰안전망이 사라진 삶,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삶에서, 남에게 여유와 관용을 베풀긴 힘들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조직에 충성과 열정을 다하기도 힘들다. 노동 유연성으로 이직의 가능성과 기회는 높아졌지만 안전성은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늘 표류한다.

어느 분야고 요즘 기술력과 지식의 반감기는 3~4년도 되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들은 존경심을 갖는다. 성장시키거나, 성장하고 있거나, 정보의 저수지가 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일의 걸림돌을 치워주자.

이들이 늘 불안과 대비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직접경험보다는 늘 간접경험을 통해 세상 공부를 하도록 한 영향도 있다. 사회라는 책에서 배우기보다 책 속에서 사회를 배우려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는 끝나지 않고 뛰어들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은 도전은 늘 두렵다. 변동이 심한 사회를 살면서 가장 확실한 대책만을 추구하려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가장 열심히 대비하지만 가장 불안해 하는 세대, 밀레니얼의 역설이다.

이들도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은 선배세대와 다르지 않다. 일의 목표를 자각하면 선배세대보다 훨씬 더 잘해내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다. 밀레니얼 직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질문을 하는 것은 건방져서라기보다는 현업과의 관련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배의 ‘메타 인지적‘ 시각이다. 즉 위에서 굽어보는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조망해주며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면 좋다.

진짜 대화란 주고받는 대화다. 당신이 정 참견하고 싶다면 후배들의 참견도 들을 줄 아는 개방적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선배의 세월이 무조건 정답만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주는 것, 그것만 표현해도 대화가 달라진다.

그들이 목마르게 바라는 것은 지적이 아니라 지원이다.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이때 진정한 인생 선배로서의 위엄이 선다. 맹점은 보완해줄 때 비로소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기성세대는 성적이 나쁜 것도 청춘의 낭만으로 여기는 객기가 있었다. 반면 MZ세대는 성적, 성과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했다. 중학교 때부터 소수점 하나에도 연연했고, 시험을 잘 봤어도 상대평가라 남들보다 처질까봐 불안해했다. 이들은 성과가 잘 나도, 그것을 지속하지 못할까 봐, 다음엔 뒤쳐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그에게 "넌 할 수 있어!", "하면 된다."는 격려는 참으로 공허하다. 근본적으로 의미 있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프로젝트를 주어야 한다.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어야 이들도 힘이 난다. MZ세대는 생색 안 나는 일은 기피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만한 도전과제는 환영한다.

이들이 선배세대를 존경하기 힘들다며 꼰대라 부르는 것은 ‘성취가 부러워서‘가 아니다. ‘성취한들, 성실한들 행복하기 힘들구나. 조직에 헌신해도 헌신짝 신세구나‘ 해서다. 그러니 선배세대가 행복해 보이기만 해도 꼰대란 멸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밀레니얼은 이들 세대가 ‘헐값에 처리‘되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하마터면 열심히 일할 뻔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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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5-12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며 뽕님께서 꼰대라고 느끼셨다구요? ㅎ 에구.. 하긴 요즘 갓 스물 또는 삼십의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분명 때론 좀 적응이 안되긴하지만.. 그래도 꼰대는 저 같은 엄청 오래된 사람들한테 적용되는 단어가 아닐지^^ 근데 그들 입장에선 조금만 세대차이나도 가차없이 호명하는듯@@ 어려운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도 미안하구..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하나쯤 하구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안되면 손 꼭 잡아주고 먹고픈거라도 많이 사줘야겠어요ㅋ 흐리고 바람이 제법 서늘해요. 따뜻한 저녁 보내세요, 뽕님!

milibbong 2020-05-13 22:48   좋아요 0 | URL
^^ 두부님이 제 상사라면 정말 너무 좋고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부럽기도 하네요 하하~ 음음. 두부님은 잘 하고 계실거라 믿어요 ^^ 전 사실뭐... 직장 경력이 별로 없어서요... ㅋ 나이로만 보면 이제 꼰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되어가는 쪽인 것 같다는 거죠 머 ㅎㅎ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한참 어린 애기들한테도 깎듯이 굽신거리며 배워야 할 입장일 거에요 ㅎㅎ 오늘은 조금 서늘했죠? 금토일에 비소식 있다는데 기억하셨다가 우산도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두부님도 따스하게 좋은 밤 보내세요^^
 
공복 최고의 약
아오키 아츠시 지음, 이주관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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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내용은 아닌데, 어쩜 이렇게 아는 것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전에 읽었던 『식사가 잘못 됐습니다』 에서 눈으로 읽고 새롭게 각인된 내용도 있었고, 다이어트를 목표로 했을 때 여러 가지 건강 관련 영상을 보며 알게된 내용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닌데, 나는 늘 악습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평생동안 나름 위장을 튼튼하고 둔감하게 훈련시켜와서 웬만한 자극의 누적으로는 내가 문제라고 여기질 않았다. 살찌면서 찾아올 건강에 대한 문제도 내가 느끼는 잠깐의 행복에 비하면 그다지 별건 아니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살은 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막연하게 중요성을 두지 않았던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책에서 나온 거의 모든 문제들을 비교적 눈에 드러나게, 즉 심각하게, 겪고 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 그 현실을 샅샅이 알게 된다면 아마 누구나 나를 걱정스럽고 한심하게 바라볼 것이다. 그래도 다시 반복되는 음식에 대한 충동과 그런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얕은 결심들만 되풀이되었다. 이제는 몸이 피곤하다 못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누가 나 좀 도와주면 좋겠다 싶어 자극을 받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생각보다 큰 자극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공복이 좋다고 말하는 책이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단 몇줄로 압축할 수 있고 책 내용도 그 내용만 계속 반복되는 식이다. 나도 이렇게 간헐적 공복 상태를 유지했던 적이 있었는데, 흐지부지되어 끝났던 것 같다. 헬스장에서는 무조건 식사 다 챙기라고 하고, 나는 음식이 계속 먹고 싶고, 공복 유지는 너무 힘이 들었으니까. 아무튼 읽기는 읽었는데, 쇠심줄 같은 내 식탐이 조금이라도 제어가 될지는 미지수다. 살 빼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지금 겪고있는 최악의 몸상태는 진짜 누가봐도 아니지 않나 싶으니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봐야겠다.

 

어쩌면 여러분의 내장 기관은 간절히 휴식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내장 기관에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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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5-11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블로그 다녀왔어요ㅋ 오늘은 약속있어 퇴근하는 길인데.. 출출하던차에 정갈한 카페와, 맛있는 디저트.. 그리고 커피까지ㅎ 쩝쩝.. 거리고 있어요^^ 뽕님이 책과 카페 다니신다길래 그냥 생각만 했는데 으흠. .. 좋으데요!ㅋ 이번 책의 내용이 좀 상반되긴 하지만.. 저는 흠 공복 반댈세에 한 표 입니다ㅋ 요즘 읽으니는 책도 그렇고 전에도 그랬지만 뽕님 조금더 힘을 빼고 편안해진 듯 해서 저두 좋네요. 어머님두 잘 챙기시는듯하구ㅎ 그래두 환절기라고 덥다 추웠다하는데 항상 건강 유념하시구요, 계속 편안하시길 늘 응원할께요^&^

milibbong 2020-05-11 23:05   좋아요 0 | URL
저도 기분좋게 두부님 답글을 감상하고 댓글로 감사인사 남기고 왔습니당 ^^ 헤헷
근데... 진짜.... 뭐랄까... 이렇게 감사한 일... 이렇게 좋고 좋은 일을
저만 받는게 넘 억울(?!) 하네요 ㅎㅎ 이런 소소한 위로... 빅 조언...공감...
저는 두부님께 해드리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참...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
ㅠㅠ 로또 대신 외로운 저에게 두부님을 내려주셨나봅니당.... 히힛 ㅠㅠ
정말 말로만 맨날 이러지만...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두부님은 정말 대단하시구... 그래서 더 너무너무 감사해요....
벌써 시간이 꽤 흘렀잖아요... 저도 두부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두부님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맨날 제 얘기나 하고 ... ㅠㅠ 허허허허 ㅠㅠㅠㅠ
말씀을 안하셔도 두부님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일을 하시는 분이고
생각 그 이상으로 바쁘게 지내시는 분이라는 것이라는 것만 짐작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몸둘 바를 모를 때가 많아요 >.< 하하...
이궁이궁 ㅠㅠ 그래도 제가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털퍼덕 올렸던 사진들로
두부님께서 조금이나마 기분 좋아지셨다니 같이 커피 마시는 느낌이 드셨다니
그걸로도 기분이 좋네요... 얼마나 해드린게 없었으면... ㅋㅋㅋㅋㅋㅋ
아~ 앞으로 공복은 무시하고 (?!!!!!??!?!?!) 열심히 카페를 더 챙겨 다녀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힛... 한주 시작 잘 하셨죠!? 코로코로가 다시 저희를 위협하고 있어서 두부님 더 건강 잘 챙기시고 주의하셨으면 하네요. 일에도 차질이 없으셔야 할텐데.... 흠~ 큰 일로 번지지 않길...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모두를 위해서~ 제발~~^^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 이슬아 서평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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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슬아 님의 서평집이다.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또 그녀의 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여러번 바뀌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보통 그런 경우는 책이 아주 훌륭하거나 아니면 다른 의미로 할 말이 많을 때인데, 이유가 어찌됐건 종합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픽션, 논픽션, 응픽션'이라는 제목의 글이 배치된 건 아마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을 작가인 그녀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문장은 반듯하다. 단순하며 힘이 있고, 솔직하다. 아니, 솔직하다고 느껴진다.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게 맨처음 SNS로 구독자를 모집해 월 1만원의 고료를 받으며 메일로 매일의 원고를 보내는 집필 활동을 하게 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메일로 받아 읽기에 더없이 좋은 원고였기 때문이다. 짧고 강렬하고 재미있고 솔직하고. 자주 왕래하는 옆집 언니의 일기 같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출간 문화의 문을 연 사람이 되었고, 원고료를 드러내지 않던 기존의 출판 문화에 돌을 던지는 사람도 되었다. 어엿한 1인 출판회사의 CEO이기도 하다. 다만 글에서만 본다면 쉬운 글, 편하고 솔직한 글로만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슬아 님의 책은 이제 세 권째다.
 그녀는 매일 온라인 구독자들에게 연재할 글을 쓴다. 또 다른 어딘가에 연재해서 고료를 받고, 그 연재분을 모아 책으로 출판을 한다. 이 책에선 이렇게 했던 얘기를 다른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돌려 말한다. 그녀의 생활에 관한 내용이니까 크게 변한 부분이 없다는 데서 한계가 생기기 시작한다. 나로서는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드니까, 애초에 그녀가 자신없다고 했던 소설쓰기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럴려면 이야기를 참아야 한다. 생계를 위해 지속했던 활동이니까 그동안은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테지만, 이제는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덜 말하고 덜 써서 응축된 것들로 다른 큰 세계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내 얘기에 픽션이 없어보여? 라고 코웃음을 친다. 하긴, 솔직하게 느껴졌을 뿐이지 그녀의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이라 해도 독자들이 알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정말로 논픽션 작가인 척을 하며 픽션을 꾸미고 있던, 어마어마한 뒷통수를 치는 작가가 되는 셈이겠다.
 에세이 작가보다 소설 작가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참아낸 놀랍고 눈부신 힘이 있는 것 같다. 에세이 작가가 뛰어난 소설 작가가 되는 것보다는 소설 작가가 뛰어난 에세이를 쓰는 게 실패 확률이 더 적을 것이다. 난 그녀에게서 그런 저력도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 그녀에게도 그런 기회가 생길 것이다. 아니면 이미 그녀의 모든 말들이 소설처럼 꾸며낸 것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한 가지 결론은 난 그녀의 성장을 꾸준히 응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 서평집은 내 '개인적인 기대'보다 살짝 실망스럽긴 했다. 책의 최초 가격은 13,500원으로 알고 있는데, (파본으로 인해 출고가를 12,000원으로 인하했다.) 더할 나위 없이 가볍고 작았다. 시집 한 권에 만 원인데, 그 무게에 비하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무게. 200자 원고지 한두장 쯤 되려나, A4용지 반장쯤 되려나, 그 정도 분량의 원고가 나왔을 때는 더 충격이었다. (책을 읽고 딱 한 마디 정도 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나마 조금 길이가 있는 글은 서평집의 특성에 맞게, 절반 이상은 원문을 옮겨놨고, 그 나머지 부분에선 그녀의 이야기나 말투가 중복되고 같은 투로 감상에 빠지는 것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작가의 노동과 시간이 들어갔으니, 나는 고료를 원고지마다 책정해서 받아야겠고 책값은 이 정도는 되야 한다고 외치는 그녀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다소 생각이 많아지긴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동료 작가들에게도 출판계에 있어서도 그녀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고 그게 맞기는 하지만 딱 떨어지는 계산법과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로 인해 독자로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문을 읽지 않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정하게 쓴 글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글이 길어졌다. 그만큼 그녀에 대한 애정이 짙어져서 쓴소리도 하게 된 것 같다. 그녀의 또 다른 책인 인터뷰집은 읽지 않고 넘어갈 것 같다. 이 이후의 그녀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사랑할 힘과 살아갈 힘은 사실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어.‘

‘외롭다는 말을 아끼고 싶어요. 외롭거나 아프거나 슬프거나 게으르지 않은 오늘을 보내고 싶고요.‘

"살면서 나는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눈으로 남을 볼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마치 자기를 보듯이, 남을 나처럼 여기니까 고민에 빠졌던 거야. 어떻게 해야 나 같은 남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거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잖아."

"누구를 만날 때 적당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처럼 남을 만나야 돼. 최선을 다해야 해."

"조심조심 살아야 해. 삶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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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5-03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오월이 조용히 시작돼서 삼일째 지나가네요. 연휴라서 뭔가 생각을 정리할 좋은 시간이라 내심 생각했는데, 역시나 국수 가락처럼 몇 젖갈만에 사라지고 있어요ㅎ 뽕님이 나름 이 시국에 좋아하는 시간들을 가지며 잘 보내구 계신듯해서 좋구^^ 이슬아 작가에게 쓰신 긴 글에서 저도 많은 걸 생각하게 돼네요. 이토록 응원해주는 팬이 있다면 어쨌든 행복한 작가일텐데.. 어떤 분야든 자신의 강점이 진부해지지않고 늘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최초의 감동과 매력은 유지한채 그럴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숙명같은 어떤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흠.. 뽕님처럼 멋진 에세이스트가 좋아해주고 있단걸 알면 이슬아 작가도 힘이나겠죠^^; 뽕님의 멋진 글들도 좀 써보시면 어떨까요ㅎ 날이 부쩍 더워요. 건강히 초여름의 어디쯤 맞아보자구요~

milibbong 2020-05-04 22:57   좋아요 0 | URL
헤헤... 올여름은 정말 불볕이라고 하죠? 폭염 여름 뉴스가 나오기 무섭게, 5월부터 바로 여름인 것 같더라구요. 식물카페에 가는 길이었는데, 한낮에 움직이는 10여분 동안에 여름이 시작된 걸 바로 알 수 있겠더라구요 ^^ 쉬는 동안 많은 생각과 많은 휴식을 하며 넉넉히 보내셨나요? 저도 내일은 햇볕좋은 창가가 있는 카페에 가서 새로 가져온 책을 읽어보려구요. 저를 위한 시간이죠 ^^ 하하... 왠지 갑자기 나무늘보같은 인생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국수가락처럼 휘 사라지는 생각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 그런 국수가락을 만들었고, 휘 불며 없앴다는 게 중요하죠 ㅎㅎ 마음이 쉬는 시간이었을테니까요 ^^ 요즘은 빠른 SNS에다가 사진을 찍고 바로 올리고 지우고 하는 바람에 사진이 갤러리에 남아있지 않은데... 모처럼 얘기주셔서 생각난김에 카페 사진을 블로그에 한두장 정도만 올리고 오늘을 마무리해야겠네요 ^^ 내일도 마저 좋은 생각, 마음의 여유, 앞으로의 기대들... 충만하게 하시고 그만큼 즐거운 5월 보내시길 바랄게요! ^^ 두부님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D 항상 감사합니다!! ^^*
 
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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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이다. 김혜진 작가는 첫 데뷔작부터 내 맘에 쏙 드는 문장들과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어서 이번에도 얼마간의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단편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그녀의 전작들이나 장강명 작가의 <산자들>처럼, '일'과 관련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여러 편 묶여있을 줄 알았는데 책에선 한가지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단편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들로 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는 방식이 있는데, 한 가지 이야기로 한 사람의 꿈과 인생, 일, 현실, 좌절 등을 그리다보니 처음엔 절망스럽던 상황도 일상적인 현실이 되어갔다. 그게 진짜 현실인 것도 맞는데... 혹시 그걸 의도하셨던 것일까? 모를 일이다.
 나는 구직을 제대로 못했었고 결과적으로 뜨내기 말단 사원이 회사 경험의 전부다. 구직의 어려움은 엄청 쏟아내고 공감할 수 있지만, 회사 내부 사정이나 시스템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는 분이 40대 초중반인데 '벌써'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서류를 들이밀며 반강제로 권하는 게 아니라, 처리못할 일거리를 주며 당장 해내라고 하던가, 욕과 구박을 심하게 하던가, 못해낸 일을 들먹이며 다시 또 회사를 나가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잡는다던가 하는 식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욕이라는 걸 대놓고 한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런 식의 인격모독과 몰아붙이는 식으로 퇴사를 권하는 게 사실이라는 게 참 충격이었다. 작년 여름까지만 버텨보겠다던 그분은 (작년 초에 들은 이야기인데, 난 그런 식으로 몇개월을 더 어떻게 버티나 생각했다. 그런 생활 반년은 너무 까마득하지 않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버티고 계신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 얘기를 들어서인지 이 소설 속에 나온 이야기들이 낯설지가 않았고 그럼에도 그 잔혹함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일과 삶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을 어지럽게 헤치며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가 까마득하게 길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잠이 들 무렵이면 하루가 또 이처럼 순식간에 지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손에 잡히지 않고 손바닥에 빗금을 그으며 휙휙 지나가버리고 마는 어떤 것이었다.

믿음은 하루가 가고, 계절이 쌓이고, 서로의 표정과 목소리에 익숙해지고, 버릇과 습관 같은 것들에 길들여지고. 그런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를 수없이 반복하고 난 다음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는 그토록 어렵게 생겨난 것들이 이처럼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가 아는 삶의 방식이란 특별할 것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이 되고, 자신이 자라온 것과 비슷한 가정을 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것들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삶. 행복한 일상. 완벽한 하루. 그런 것들을 욕심내어본 적은 없었다. 만족과 행복, 완벽함과 충만함 같은 것들은 언제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짧은 순간 속에만 머무는 것이었고, 지나고 나면 손에 잡히지 않는 어떤 것에 불과했다. 삶의 대부분은 만족과 행복 같은 단어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쌓여 비로소 삶이라고 할 만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스로를 마주해야 하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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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4-28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이 뽕님~ 오늘도 그만 그만하지만 소중한 하루 잘 보내셨어요?
저두.. 뽕님 덕분에 잘 보냈어요ㅎ.. 제 얘기랄게 뭐 있나요. 요 코로나 때문에 미국 출장이 중단되고, 할일이 좀 덜할까 했다가.. 대신 국내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또 왔다 갔다, 애꿎은 커피만 첩첩이 책상에 쌓이고 있습니다.
아.. 요즘은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네요ㅎ 거리두기. 동참하려고 하는데.. 직원들이 요즘 얘기좀 들어달라고.. 또 오히려 자주 못봤던 친구. 지인이 회사 앞으로 찾아와 술사라고 하고. 이것 참ㅎㅎ
자기들이 거리두기 하느라 심심해져서 그런것에 둔감한 저를 꼬시는 거겠죠?^^
뭐 이런들 저런들.. 하늘이 부르면 가고, 일하라고 하면 하고. 만나자면 만나고. 그러죠 뭐.
글도 쓰고 싶은데.. 뭘 써야할지 모르겠고. 내 분야 관련된 연구도 진중하게 하고 싶은데.. 욕심이 많은건지 뭐든 생각만 파티 풍선처럼 둥둥 떠 다니고 있어요 >.<
뽕님의 단순한 서평에서도 글 냄새가 나서 좋구. 감성 에세이스트 뽕님이 글을 쓰시면 좋겠다 생각하고 그래요ㅋ ( 아.. 문득... 뽕님의 블로그를 아직 못 가봐서 글이 올라왔을 수도 있겠군요ㅎ )
늦 봄이 하늘에 퍼런 바람 자욱을 남기고 조금씩 인사를 하는 듯 해요.
이 사월의 끝도.. 또 오월의 시작도. 뽕님의 생각처럼 차분하고 설레고, 기분좋게 보냈으면 합니다. 좋은 꿈 꾸세요 ~

milibbong 2020-04-30 18:00   좋아요 0 | URL
ㅎㅎ 글을 읽는데 (알림창에서부터) 오늘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ㅎㅎ 이렇게 경쾌한 인사라뇨 *^^* 좋네요 ㅎㅎ 봄봄하고... ㅎㅎ
모처럼 연휴죠? 두부님도 소중한 연휴 시간 만끽하고 계신가요? ㅎ
‘그런것에 둔감한‘... 이라고 털털한 포장지로 덮였지만 전 그 매력이 뭔지 알 것 같아요 ㅎㅎ 제게도 이렇게 멀리나마 두부님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니까요 ㅎㅎ ^^ 앗, 블로그는 가보셔도 아무것도 없을 거에요 ㅎ
요새는 뭐랄까... 일종의 스트레스 풀기이긴 한데, 카페 찾아다니고 맛있는거 먹고
사진 남기고 그러면서 책 한장 읽고... 그러고만 있어서 생각은 많은데
내뱉어야 또 우중충하니까 일부로라도 안쓰려고 하는 중이랄까요 ㅎ
전 좀 줄여야 하고 두부님은 늘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요 ^^
저도 술을 마시고 싶은데... 음... 술은 좋은 사람과 마시고 싶다는 그런게 있는데
딱히...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고... 사람이 많이 없는 편이기도 해서 ㅎ
강제로 못먹고(?) 있답니다 하핫 조.. 좋은거겠죠? ^^
내일은 벌써 5월이네요. 가정의 달... 5월엔 또 어떤 일이 생길까요.
훅 여름이겠죠? ㅎㅎ 두부님도 4월 한달 열심히 보내셨으니 5월 초는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다시 홧팅하시길 바랄게요 ^^/ 아자!!
 
심신 단련 - 이슬아 산문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몸과 마음이 정갈해지는 듯한 책이다. 책 표지에서부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관, 필체, 그리고 내용까지. 첫번째 수필집에서도 그랬고, 책이 작가의 성향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단순히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느낌으로 만들어낸 심플함까지도 작가와 많이 닮아 있다.)
  하필이면 제일 마지막에 인용한 문장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쓰여있었다. 책을 읽다가 표시해둔 인상깊은 문장들을 옮겨적고 리뷰를 작성하는데, 저 문장들이 다시 마음에 들어와 다시 울컥한 느낌이다. '하마'는 이슬아 님의 남자친구 애칭이고, 내일의 침실에는 하마와 함께하지 못할거라는 상상을 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별을 했는지 단순한 가정인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실제로 이별했을 수도 있고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저 마음은 너무 슬프다. 아름답고 안타까워서 슬펐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겠지만, 책을 함께 읽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던 사람이라면 마음이 더 찡할 것이다.
  나는 공교롭게도 이 책을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와 동시에 읽게 됐다. 처음 말했던 것처럼 이슬아 작가의 책은 바르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왠지 나까지 맑아지게 할 만큼의 정돈되고 부지런한 일상에 성실함이 더해진 삶을 꾸린다. 책을 읽는 사람도 그런 맑은 기운을 전해받을 수 있다. 반면, 그 반대편의 이미지를 가진 책이 박상영 작가의 책이었다. 현실의 내 모습과 너무 끔찍하게 닮아 있어서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고야만 책이었는데, 이 두 작가의 책이 현실과 이상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슬아 작가가 옳고 박상영 작가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슬아 작가가 그만큼 어려운 것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이상적인 모습은 누구나 꿈꾸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그 몇 퍼센트의 가능성을 일궈낸 사람도 그 사람의 노력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후천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특혜에 노력까지 더해져서 일궈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슬아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긴 했지만, 모두가 다 그런 모습으로 되진 않을 거란 생각에 특별히 자괴감이 들진 않았다. 정감이 가긴 박상영 작가가 더 그랬지만, 책으로서 읽기에는 이슬아 작가님의 책이 훨씬 더 깔끔한 느낌을 주긴 한다.
  책 뒷 날개를 보니 벌써 이슬아 작가의 책이 여러 편이고, 이제 다른 작가의 책도 출판하는 출판인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매번 놀랄 일을 참 많이 선물해주는 사람이다. 작가로도 일반인으로도 과감하고 대담하다, 멋지다는 생각에 빠져 그녀의 나이를 까먹고 있다가 다시 한번 놀랐다. 92년생. 그녀가 미래를 다짐하고 계획하고 몇년후를 가정해보다가 그때는 나도 서른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 더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정말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지금이라고 인생이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나. 사실 영영 불가능하지 않나. 그저 이 날들을 흐리멍덩하게 흘려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른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로 걷는 사람이고 싶기도 하다. 손에 든 게 없으면 양팔을 가볍게 흔들며 산책할 수 있다. 저녁마다 어깨를 곧게 펴고 먼 곳을 바라보고 오래 걷는 인생을 살고 싶다.

쉴 새 없이 연결된, 정보가 범람하는, 모두가 서두르는, 이런 세상에서는 무엇과 연결되느냐 보다도 무엇을 차단하느냐가 더 중요한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고단한 사람들 앞에선 웃음소리를 낮춰야 한다. 내 작은 기쁨을 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누리는 게 예의일 때도 있다.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

그동안의 침실에서 하마는 내 몸과 마음에 여러 용기를 심어주었다. 두려움이 엄습할 때 떠올리면 좋을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 용기로 나는 어떤 일에서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미안하지 않으면 사과하지 않고 웃기지 않으면 웃지 않는다. 웃길 때 웃음을 참지 않듯 가슴이 아플 때 충분히 운다. 하마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얼마나 나약하도고 강인했는지 까먹지 않는 한 쭉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놓치고 나서도 서로에게서 배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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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4-27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심히 이상한 봄을 흘려보내다 보니 벌써 사월말에 와 있었네요.. 뽕님은 이 꽃잎비가 내리고 흐리고, 다시 맑았던 봄 날을 여떻게 잘 보내셨는지요. 이 작가분의 글도 아직 읽진 못했지만, 뽕님의 서평과 글을 공유해보면 어떤 글일지 느껴집니다. 뽕님 말씀처럼 성향에는 방향은 있지만 그 자체로는 어떤 결실을 맺는게 그리 녹록치 않을거라 환경과 운이 또 큰 몫을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젠 뭐 나이들어 순응하고 있는지 몰라도ㅎ; 뽕님 사월말 마지막 주 편안히 보내시구, 오월엔 소소하지만 또 조금 다른일들로 설레는 일도 있음 좋겠어요. 건강히 봄봄^^..

milibbong 2020-04-28 18:08   좋아요 0 | URL
^^ 그러네요. 두부님도 무사하고 건강히 봄봄.. 하고 계신가요?
아직 코로코로가 기회를 보고 있는데 황금연휴 기간이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되고 있답니다. 꽃은 좀 보셨는지.... 야속하게도 발걸음이 많이 묶인
때였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그래도 날은 따스해지더라구요. ㅎ
두부님의 5월은 어떠실까요... ㅎㅎ 기다리고 있던 두부님 소식인데,
음... 역시나 ^^ 늘 제게 맞춰서 글을 써주시느라 두부님 소식이 없네용 하하
다음번엔 두부님 이야기도 많이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소소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 가득 담아 오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