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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90년대생이 온다』 이후 같은 결의 책이다.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사실 많은 책들이 지금 20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들에 대한 분석을 하고 그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책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 즉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들과 밀레니얼 세대의 화합이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패기 넘치는 신입을 기대했건만 입사 초부터 마뜩치않은 자세와 표정, 선배에 대한 태도와 근무 태도는 기존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이들은 대체 왜 그럴까. 요즘 애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온지 오래다. 입사하자마자 당연한 소리를 몇 번 했더니 퇴사하겠다는 소리를 한다거나 잡무를 시키면 왜 자기가 해야되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기존 세대이지 않을까. 회사에 몸담은 상태로 밀레니얼을 잘 수용해서 길러내는 것도 이들의 능력이고,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문제라면 잘 돌파해나가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새로운 세대를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대별 차이점을 확인하고 기존 세대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방향으로 기울어져있다.
나는 '낀 세대'다. '센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명확한 특성 사이에 끼어 양쪽에서 치이는 '낀 세대'의 입장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가끔씩 이해하기 힘들던 '밀레니얼 세대'과 'Z세대', 즉 'MZ세대'의 특성과 그들이 자라온 시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서 좋았다. 분명 변화하고 있고, 나조차 꼰대의 입장에 다가가는 상황에서 좋은 조언을 받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 세대'의 입장에서 기재됐기 때문에 가끔씩 실수한 것 같은 단어 사용은 조금 탐탁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대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 그들과 상생해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공자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조직에선 ‘부록‘같이 취급되는 게 이 나이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기는커녕,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바짝 붙어 떨어져나가지 않으려는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다. 링컨은 "마흔 이후엔 자신의 얼굴에 책임지라."고 했는데, 위에서 눌리고, 아래에서 치받히니 이들은 갈수록 무표정해진다.
사회안전망, 신뢰안전망이 사라진 삶,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삶에서, 남에게 여유와 관용을 베풀긴 힘들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조직에 충성과 열정을 다하기도 힘들다. 노동 유연성으로 이직의 가능성과 기회는 높아졌지만 안전성은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늘 표류한다.
어느 분야고 요즘 기술력과 지식의 반감기는 3~4년도 되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들은 존경심을 갖는다. 성장시키거나, 성장하고 있거나, 정보의 저수지가 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일의 걸림돌을 치워주자.
이들이 늘 불안과 대비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직접경험보다는 늘 간접경험을 통해 세상 공부를 하도록 한 영향도 있다. 사회라는 책에서 배우기보다 책 속에서 사회를 배우려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는 끝나지 않고 뛰어들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은 도전은 늘 두렵다. 변동이 심한 사회를 살면서 가장 확실한 대책만을 추구하려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가장 열심히 대비하지만 가장 불안해 하는 세대, 밀레니얼의 역설이다.
이들도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은 선배세대와 다르지 않다. 일의 목표를 자각하면 선배세대보다 훨씬 더 잘해내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다. 밀레니얼 직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질문을 하는 것은 건방져서라기보다는 현업과의 관련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배의 ‘메타 인지적‘ 시각이다. 즉 위에서 굽어보는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조망해주며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면 좋다.
진짜 대화란 주고받는 대화다. 당신이 정 참견하고 싶다면 후배들의 참견도 들을 줄 아는 개방적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선배의 세월이 무조건 정답만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주는 것, 그것만 표현해도 대화가 달라진다.
그들이 목마르게 바라는 것은 지적이 아니라 지원이다.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이때 진정한 인생 선배로서의 위엄이 선다. 맹점은 보완해줄 때 비로소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기성세대는 성적이 나쁜 것도 청춘의 낭만으로 여기는 객기가 있었다. 반면 MZ세대는 성적, 성과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했다. 중학교 때부터 소수점 하나에도 연연했고, 시험을 잘 봤어도 상대평가라 남들보다 처질까봐 불안해했다. 이들은 성과가 잘 나도, 그것을 지속하지 못할까 봐, 다음엔 뒤쳐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그에게 "넌 할 수 있어!", "하면 된다."는 격려는 참으로 공허하다. 근본적으로 의미 있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프로젝트를 주어야 한다.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어야 이들도 힘이 난다. MZ세대는 생색 안 나는 일은 기피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만한 도전과제는 환영한다.
이들이 선배세대를 존경하기 힘들다며 꼰대라 부르는 것은 ‘성취가 부러워서‘가 아니다. ‘성취한들, 성실한들 행복하기 힘들구나. 조직에 헌신해도 헌신짝 신세구나‘ 해서다. 그러니 선배세대가 행복해 보이기만 해도 꼰대란 멸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밀레니얼은 이들 세대가 ‘헐값에 처리‘되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하마터면 열심히 일할 뻔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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