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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 이슬아 서평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이슬아 님의 서평집이다.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또 그녀의 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여러번 바뀌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보통 그런 경우는 책이 아주 훌륭하거나 아니면 다른 의미로 할 말이 많을 때인데, 이유가 어찌됐건 종합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픽션, 논픽션, 응픽션'이라는 제목의 글이 배치된 건 아마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을 작가인 그녀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문장은 반듯하다. 단순하며 힘이 있고, 솔직하다. 아니, 솔직하다고 느껴진다.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게 맨처음 SNS로 구독자를 모집해 월 1만원의 고료를 받으며 메일로 매일의 원고를 보내는 집필 활동을 하게 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메일로 받아 읽기에 더없이 좋은 원고였기 때문이다. 짧고 강렬하고 재미있고 솔직하고. 자주 왕래하는 옆집 언니의 일기 같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출간 문화의 문을 연 사람이 되었고, 원고료를 드러내지 않던 기존의 출판 문화에 돌을 던지는 사람도 되었다. 어엿한 1인 출판회사의 CEO이기도 하다. 다만 글에서만 본다면 쉬운 글, 편하고 솔직한 글로만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슬아 님의 책은 이제 세 권째다.
그녀는 매일 온라인 구독자들에게 연재할 글을 쓴다. 또 다른 어딘가에 연재해서 고료를 받고, 그 연재분을 모아 책으로 출판을 한다. 이 책에선 이렇게 했던 얘기를 다른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돌려 말한다. 그녀의 생활에 관한 내용이니까 크게 변한 부분이 없다는 데서 한계가 생기기 시작한다. 나로서는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드니까, 애초에 그녀가 자신없다고 했던 소설쓰기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럴려면 이야기를 참아야 한다. 생계를 위해 지속했던 활동이니까 그동안은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테지만, 이제는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덜 말하고 덜 써서 응축된 것들로 다른 큰 세계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내 얘기에 픽션이 없어보여? 라고 코웃음을 친다. 하긴, 솔직하게 느껴졌을 뿐이지 그녀의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이라 해도 독자들이 알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정말로 논픽션 작가인 척을 하며 픽션을 꾸미고 있던, 어마어마한 뒷통수를 치는 작가가 되는 셈이겠다.
에세이 작가보다 소설 작가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참아낸 놀랍고 눈부신 힘이 있는 것 같다. 에세이 작가가 뛰어난 소설 작가가 되는 것보다는 소설 작가가 뛰어난 에세이를 쓰는 게 실패 확률이 더 적을 것이다. 난 그녀에게서 그런 저력도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 그녀에게도 그런 기회가 생길 것이다. 아니면 이미 그녀의 모든 말들이 소설처럼 꾸며낸 것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한 가지 결론은 난 그녀의 성장을 꾸준히 응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 서평집은 내 '개인적인 기대'보다 살짝 실망스럽긴 했다. 책의 최초 가격은 13,500원으로 알고 있는데, (파본으로 인해 출고가를 12,000원으로 인하했다.) 더할 나위 없이 가볍고 작았다. 시집 한 권에 만 원인데, 그 무게에 비하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무게. 200자 원고지 한두장 쯤 되려나, A4용지 반장쯤 되려나, 그 정도 분량의 원고가 나왔을 때는 더 충격이었다. (책을 읽고 딱 한 마디 정도 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나마 조금 길이가 있는 글은 서평집의 특성에 맞게, 절반 이상은 원문을 옮겨놨고, 그 나머지 부분에선 그녀의 이야기나 말투가 중복되고 같은 투로 감상에 빠지는 것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작가의 노동과 시간이 들어갔으니, 나는 고료를 원고지마다 책정해서 받아야겠고 책값은 이 정도는 되야 한다고 외치는 그녀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다소 생각이 많아지긴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동료 작가들에게도 출판계에 있어서도 그녀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고 그게 맞기는 하지만 딱 떨어지는 계산법과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로 인해 독자로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문을 읽지 않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정하게 쓴 글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글이 길어졌다. 그만큼 그녀에 대한 애정이 짙어져서 쓴소리도 하게 된 것 같다. 그녀의 또 다른 책인 인터뷰집은 읽지 않고 넘어갈 것 같다. 이 이후의 그녀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사랑할 힘과 살아갈 힘은 사실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어.‘
‘외롭다는 말을 아끼고 싶어요. 외롭거나 아프거나 슬프거나 게으르지 않은 오늘을 보내고 싶고요.‘
"살면서 나는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눈으로 남을 볼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마치 자기를 보듯이, 남을 나처럼 여기니까 고민에 빠졌던 거야. 어떻게 해야 나 같은 남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거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잖아."
"누구를 만날 때 적당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처럼 남을 만나야 돼. 최선을 다해야 해."
"조심조심 살아야 해. 삶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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