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 84 | 8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못 읽은 책들이 많은데 눈은 더디고 새 책들은 쏟아져 나온다. 침대 머리맡과 책상 위에는 먼지 쌓이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나는 오늘도 더디게 한 권을 읽어낼 뿐이다. 문득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지 석 달은 지난 듯 하다. 엉금엉금 더디기도 하여라. 재미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김영하 님의 책은 늘 그렇듯 희극적 요소와 비극적 요소가 뒤섞여있다. 이번 책에는 냉소와 열정이 나와있다고 설명이 되어있는 듯 한데... 그것까진 잘 모르겠고^^ 그냥 김영하 님의 소설은 좋다. 참 부지런하고 성실한 작가라고 생각되는 분. 투망던지 듯 소설을 썼을 때는 어땠을까. 이 책은 낚시대를 던져놓고 물끄러미 찌만 바라보는 날들이 더 많던 시기의 책이라는데... ㅎ 소설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즐겁고 풍성해짐을 느끼게 된다.

 

 

 

"정치는 예술이야. 둘은 아주 비슷해. 둘 다 사기지.
속고도 속은 줄 몰라야 하거든. 그리고 하는 사람은 재밌는데
보는 사람은 지루할 때가 많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0
서유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유미 작. 달리 할 말이 없다. 읽고 싶었고, 찾아 읽었다. 내가 이런 스토리에 마음을 빼앗기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행패에 대해 더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은 걸지도. 찔릴 사람은 좀 찔렸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일지도. 글을 올리면서 문득 내 또래가 이제 행복을 찾아나선 새신부들 위주이고, 이미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언니들이 많다는 점이 생각나 그냥... 죄송하기도 하다. 모두가 지킬 건 지키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애초에 그럴 책임감도 없으면서 섣부른 마음 휘두르지 말고. 나는 자신이 좋자고 상대에게 해악을 끼치는 사람을 제일 싫다. 그래서 그냥 화가 나는 것 뿐. 그것 뿐이다. 그냥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혼을 한 사람은 한 사람의 행복만큼,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안 한 사람의 행복만큼. 그 둘은 뒤섞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틈이 벌어지고 부서지고 깨진 뒤에야 그게 애초에 견고하지 않고 연약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사랑은 얼마나 훼손되기 쉬운가. 믿음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여자는 언제나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시작하는 연인들을 응원했다. 그들의 나이나 성별, 국적과 상관없이 서로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존중받고 방해받지 않기를 바랐다. 그것이 금지된 사랑이나 불륜이라 할지라도. 어쩌면 그럴 때 더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에서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자 그게 불가능해졌다. 그도 사람이니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어떤 사랑은 당연히 금기 속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는 그저 약속을 깬 사람이고 배우자를 속인 거짓말쟁이다. 상대에게는 낭만적이고 애틋한 로맨스일지 모르지만 여자에게는 무자비한 폭력에 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이병률이기 이전부터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에 묻혀 조금 가려졌던, 이병률이라는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던 기회였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그러길 바라기도 하는, 그의 마지막 산문집이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를 잘 드러낸 책. 인쇄소에서 갓 나왔을 때부터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그와 함께 했다. 그의 글과 함께, 그가 남긴 기억들과 함께. 나의 순간들마저 풍요로워졌고, 아무 것도 아닌 그의 한 마디 말에 마음이 달떠 책을 이어 읽을 수가 없던 적도 많았다.
 감히 말하자면, 그는 나와 많이 닮은 사람이자 더 많이 닮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고마운 사람. 마음이 쓸쓸하며 평화롭고 달달하며 따스하다. 이렇게 그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나도 감사하고 좋을 뿐이다.

 

 

 

`나는 세상 모든 관계를 사랑으로 풀려는 사람입니다.`

`"누구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라고 묻는 당신의 말에 나는 그만 배시시 웃는다. "그 사람이 당신인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대신 그녀가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서너 번 만날 수 있는 것을 한 번 만나고 만다. 어깨를 오래 바라보든가, 시간을 길게 끌다가 그녀 옆에 나란히 서보는 것. 그러다 그 사람에게 정면으로가 아닌 그냥 벽이나 허공 따위에 대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그 말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요"라는 말의 다른 말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
카미유 앙솜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빠 하나가 모자라게 태어나는 아이를 갖게 된 엄마의 이야기. 즉 이 책은 미혼모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를 생기게 한 장본인은 아이를 포기하자며 도망쳐버린 상황에서 아이를 뱃속에 품은 채 남겨진 여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그 혼돈과 불안 속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품에 안게 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하지만 그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무엇보다 힘든 이유는 아빠가 없다는 그 사실 자체보다, 왠지 하면 안되는 일을 저지른 것만 같은 사회적 시선 속에서 아이를 길러야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엄마와 아빠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가정의 모습도 있고 그것이 그 자체로 비난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히 어려운 상상도 해보긴 해봤는데 사실 여자에겐 어떤 쪽의 선택도 쉽지만은 않다. 상상을 하면서 더 울컥하며 흥분도 했고, 왜 여자만 온전히 이런 책임을 져야하는지 분하기도 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힘든 선택을 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조용히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분명 아빠가 없는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아무렇지 않은 작은 일'이 되어 아이의 존재와 엄마의 사랑 그 자체로, 넘치는 축복을 받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아빠 없이도.

 

 

 

`그런데 내가 잘 모르겠는 건 네가 과연 행복할까 하는 점이지.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건 참 이기적이로구나.`

`세상엔 작은 염색체 하나를 더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도 더러 있어.
너는, 넌 말이지, 그저 아빠 하나가 모자라게 태어나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 샛길 산책자 김서령의 쫄깃한 일상 다정한 안부
김서령 글.그림.사진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김서령.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그녀는 벌써 십 년차 소설가라고 한다. 그녀가 썼다는 책 몇 권 중에는 안타깝게도 내가 골라내어 읽고 싶은 책이 없긴 했지만, 그녀가 무심한 듯 읊조리며 풀어낸 이야기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글의 초반에 소설가 한창훈 님과의 일화가 적혀있어서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몰입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녀의 느낌도 한창훈 님의 그것과 닮아있다 생각되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없고, 삶의 낙이라고는 포기한 시점에 읽은 그녀의 글들에서 나는 내가 누리지 못했던 즐거움을 가진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간결하지만 뜻이 분명하게 전해지는 글들 속에서 나는 여러 번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누군가 나를 앉혀놓고
시 한 편 조근조근 읽어주었으면.
그 무릎에 누우면 이런 통증, 나아질 것 같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 84 | 8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