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
카미유 앙솜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빠 하나가 모자라게 태어나는 아이를 갖게 된 엄마의 이야기. 즉 이 책은 미혼모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를 생기게 한 장본인은 아이를 포기하자며 도망쳐버린 상황에서 아이를 뱃속에 품은 채 남겨진 여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그 혼돈과 불안 속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품에 안게 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하지만 그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무엇보다 힘든 이유는 아빠가 없다는 그 사실 자체보다, 왠지 하면 안되는 일을 저지른 것만 같은 사회적 시선 속에서 아이를 길러야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엄마와 아빠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가정의 모습도 있고 그것이 그 자체로 비난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히 어려운 상상도 해보긴 해봤는데 사실 여자에겐 어떤 쪽의 선택도 쉽지만은 않다. 상상을 하면서 더 울컥하며 흥분도 했고, 왜 여자만 온전히 이런 책임을 져야하는지 분하기도 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힘든 선택을 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조용히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분명 아빠가 없는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아무렇지 않은 작은 일'이 되어 아이의 존재와 엄마의 사랑 그 자체로, 넘치는 축복을 받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아빠 없이도.
`그런데 내가 잘 모르겠는 건 네가 과연 행복할까 하는 점이지.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건 참 이기적이로구나.`
`세상엔 작은 염색체 하나를 더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도 더러 있어. 너는, 넌 말이지, 그저 아빠 하나가 모자라게 태어나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