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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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때는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슬픈 사람, 아픈 사람, 힘든 사람의 모습이 조용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한 사람은 항상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까. 그들은 남들이 돌봐 줄 수 없는 고통 하나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사람인가.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떠 오른 생각이다.

사후생에 대한 책을 보면, 인간의 고통은 영혼이 인간으로 태어날 때 약속했던 자기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말은 고통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진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슬픔과 고통은 적을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게다가 아무리 고통을 당한다 쳐도 그 고통을 내가 왜 받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저 착하기에, 어리숙 하기에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내를 뇌암으로 떠나보낸 남편이 자신도 암에 걸려버린 이야기. 남편에게 매를 맞아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어떤 부인의 이야기는 나에게 착한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착한 인생. 착하다는 것의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착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이 자신이 원한 것이든, 우연이 발생한 것이든지 간에.

세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사람이라도 자기 자신은 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단지 그 착함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자기 혼자만의 착함에 대한 정의 속에서 움직이니까 문제가 된 것 뿐이다.

그토록 속을 섞이던 남편을 바라보며, 피가 더러버서 그렇다고 치부해 버리는 할머니의 모습과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이 그토록 이혼하라고 해도 그냥 살아가는 아주머니는 결코 같은 부류는 아닌 것 같다. 이유는 전자는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고, 후자는 홀로 남을 자신의 모습이 두려워 떠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한 이야기, 자신의 것을 포기함으로써 고통 받는 이야기. 스스로의 두려움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는 이야기. 벗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을 착함이라는 단어 하나에 몰아넣는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듯하다.

물론 나는 착함이 무슨 거창한 업적을 남기고, 어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행동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착함이란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하고 싶은 인간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착함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절망, 고통, 피해, 두려움, 아픔, 낙오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동일시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착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 착한 사람은 여유로운 사람, 착한 사람은 남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표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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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규의 희망 -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의 유학 생존기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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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규. 저자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1999년 첫 책이 나온 후로 300회 이상 강연을 했다는데 아직도 저자의 이름을 모르니 나도 조금 무지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나이를 뛰어넘어 오로지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자신의 삶을 불태운 한국의 자랑스런 여성. 혹시 언젠가 미국에 가면 미국인들에게 서진규라는 사람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당신네 나라의 최고 대학인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그가 보낸 세월은 열정 그 자체였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멈춤 없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지쳐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지만 오늘 이 글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써 보고 싶다. 저자에 대한 칭찬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며 미국이라는 나리의 자유로움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그 나라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선이 있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 그것도 상원의원 이상이 된다는 것은 단지 실력 하나만 갖고서는 불가능하지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사회의 구조가 그만큼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상황하고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미국에서 만든 영화를 보면 재미있는 상황을 본다. 조직범죄자로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마음을 먹고 공부하여 경찰이 되어 나타난다. 교사였던 사람이 갑자기 의사가 되어 개원을 한다. 택시를 몰면서도 자신의 꿈은 검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동이 자유롭기에 자신의 꿈을 찾는 사람들이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이것이 바로 미국의 성장을 지탱해 주는 거대한 디딤돌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삶을 보면 미국이란 나라의 시스템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아무 대학이나 들어갈 수 없다. 저자처럼 이사했다고 해서 그 동네 대학으로 옮길 수 없다는 말이다. 부산 사는 사람이 신림동으로 이사 왔다고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면 아마 그 동네 집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이동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저자가 그 나라에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학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의지는 차지하고.

등급제로 인해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지 못하는 수험생, 지금 이 순간도 대학편입학원에서 밤새는 학생이 이 책을 보면 미국을 무척 부러워 할 것 같다.

저자는 미국 시민이 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만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그녀의 열정과 삶에 대한 의지가 빛을 발한 것이다. 게다가 군인이기에 먹고 살 걱정을 덜 수 있었고, 학비도 군대에서 도와주었기에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공부에 대한 열정 뿐이었다.

물론 이런 환경이 주어졌다고 해서 누구나 저자처럼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공부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언어가 부자연스러운 경우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중의 하나가 대학 성적이 아닐까. 자신이 한만큼은 받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결혼생활에서도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철 없던 시절,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그 후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결혼이란 자신이 원해서 한 것, 그것을 가지고 행, 불행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그래서 나는 고생했다는 말은 더욱 하기 어렵다.

대학민국 군인 중에 사병으로 군대에 가서 장교가 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은 공부하기 싫어 평생 선임하사로 살다 군대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사병으로 시작해 장교가 된 저자의 모습은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그 덕분에 그녀는 비싼 등록금도 국가에서 대주는 혜택을 받으며 학교 공부를 했다. 그것도 전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자리에서 말이다.

지금 직장인 중에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학교 다닐 돈이 없어 진학 못하는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공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부러워 할 것 같다. 

저자가 살아온 미국이라면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까지 저자를 높이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나이를 뛰어 넘는 저자의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 이유가 잘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학위를 받아서인가.

그렇다면 나이 50때부터 석,박사학위 등록금, 대략 4,000만원 정도,를 모아 나이 60때 석.박사학위 통합과정(한번 시험에 합격하면 석사와 박사를 한꺼번에 따는 제도)에 진학해서 박사학위 따면 저자처럼 대우 해 줄 건가. 아마 그 나이에 공부하겠다고 입학신청하면 왠 만한 대학교는 다 받아줄 것이다. 공부하겠다는 그 열정에 감동해서 말이다.

상하좌우 이동이 어려운 대한민국 사람이 볼 때는, 저자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동이 자유스러운 나라, 미국이 부럽기는 하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렇게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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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 삼성을 매혹시킨 젊은 인재 7인이 전하는
강효석 외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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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배움부터 마음에 든다. 한 평생 배우면 살아야겠지만, 특히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배움을 강조하는 것이 무척 좋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배움은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고, 직장은 그것을 활용하는 곳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바삐 사는 것이 좋다는 선입관을 가진 것 같고, 회사도 신입 사원들을 가르치며 불평을 한 것 같다. 대체 학교에서는 뭘 가르쳤기에, 우리가 다시 가르쳐야 한단 말이야!!!

하지만 최소한 이 책을 본 HRD 담당자라면 이제 그런 말은 안 할 것 같다. 배움이란 학교의 전용 물이 아니고, 평생토록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신입사원 교육은 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그 자체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람이 가진 자부심, 자신에 대한 인정을 형성하는 몇 가지 요인 중에서 배움이 무척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겉으로는 들어 나지 않지만, 뭔가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높은 자위심을 발동시킨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보다 저녁 별 보며 도서관 문을 나설 때의 기분이 생각나는가. 바로 그런 마음이다.

아마 이런 마음은 학교 때 다르고, 직장 때 다르고, 퇴직 했다고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배움이란 인간이 가진 본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이 무척 마음에 드는 이유는, 배움이란 개념을 실제 상황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는 점, 배움이라는 테마를 통해 보다 활기차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저자 스스로가 무척 겸손 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간 부분에 나오는 현명한 직장생활을 위한 7가지 조언은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는 내용 같다. 5개 업종, 7개의 회사를 옮기며 19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내가 봐도 무척 의미 있게 느껴진다. 내가 한창 직장생활 할 때 이런 내용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봤다면 좀 더 나은 모습의 직장인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내용은 이렇다. 다른 사람의 장점에는 떠버리, 단점에는 벙어리가 되라. 지금의 상사가 당신의 영원한 상사는 아니지만 당신의 히스토리가 된다. 사람을 얻어라 상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업무에 임하라 자신의 성과를 자연스레 광고하라 여기서 승부를 본다는 각오로 일하라 열정으로 무장하라 다.

어른들이 하는 말, 배워서 남 주나.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배움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고, 삶을 보다 윤택하게 살아가기 위해 얻는 것이다. 그러나 배움의 내면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자신을 자극해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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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프쿠아처럼 체험을 팔아라! - 성장의 새로운 조건
레이 데이비스.알란 샤더 지음, 유영희 옮김 / 파인트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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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낮에 맥주 몇 병을 사러 할인매장에 갔었다. 그런 곳에 갈 때마다 나오는 첫 마디, 어디 한가한 게는 없나? 내 돈 내고 물건사면서 기다리는 건 정말 싫다.

근데 오늘은 계산대 앞의 손님 줄이 평소보다 더 길었다. 줄이 줄어드는 느낌도 안 들고 말이다. 10분이 지났을까. 카운터가 보이는 곳까지 가자 뭔가 계산이 잘 안 되는지 짜증난 표정으로 서 있는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계산원은 뭐라고 혼잣말 하고 있고, 양복 입은 담당직원까지 출동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손님이 준 포인트카드를 카드리더기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계산원은 포인트카드만 계속 리더기에 긁어 대고, 담당직원은 이상하다. 왜 안되지? 하며 서 있었던 것이다. 내 앞에서 계산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겪었으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갑자기 담당직원이 웃었다. ! 옆 카운터도 그런 걸 보니 전산망이 조금 불안전하네요.! 마치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계산원도 이제야 뭔가 해결되었다는 듯이 손님을 보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매장 전산망이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손님은 짜증을 내며 그냥 주세요. 하고는 계산원 손에서 포인트카드를 뺏듯이 받아 가 버렸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계산원이 다음 손님에게도 포인트 카드를 달라고 하더니 열심히 리더기에 긁고 있다는 점이다. 포인트카드를 리더기가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게다가 담당직원도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마치 이건 내 책임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회사에서 정한 규정대로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손님에게 뭐로 결재할 거냐고 묻고, 반드시 포인트카드를 달라고 하고, 다음에 현금영수증 필요하냐고 묻는 그 절차 말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계산원에게 크게 말했다. 저는 포인트카드 없고요. 현금영수증도 필요 없습니다. 안 되는 포인트카드 긁느라고 쓸데없이 시간 소비하기 싫어서 였다. 또 계산도 현금으로 했다. 괜히 신용카드도 안 읽힌다고 몇 번씩 긁어댈까 봐 말이다.

웃긴 이야기 같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서 무려 3개의 다른 생각을 했다. 

아마 내 나이가 30대 초반이었으면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하면서 하루종일 투덜댔을 것이다.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은 매장이 괘씸해서 말이다. 하지만 40대 초반이었다면, 한 십 년 여 동안 여러 가지 신규사업을 진행하면서 오만가지 사고를 다 당해 봤기에 ! 전산시스템이 고장 났구나. 오늘 또 누군가 시말서 쓰겠네!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움프쿠아처럼 체험을 팔아라]를 본 오늘, 그것도 매장 오기 바로 직전에 책을 덮은 상황에서는 계산원과 담당직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봐요. 당신들 지금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시켜 주려는 거죠. 그러면 전산이 되든, 안 되는 포인트를 적립시켜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넥타이를 맨 당신. 담당직원이라고 계산원 옆에서 폼 잡고 서 있지 말고, 고객의 포인트카드 넘버를 빨리 받아 적어요. 수첩이든 손바닥이든 아니면 당신 얼굴에라도. 그리고 나중에 전산망이 고쳐지면 그 때 포인트를 적립시켜 주고 고객에게 연락해 주면 되잖아요. 안 그런가요!

이 상황에서 말을 계속했다면 아마도 내 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을 것이고, 나중엔 화를 참지 못해 국내 빅3 할인점에 근무한다는 사람이 그 정도도 머리도 안 돌아가나!! 고 소리쳤을 것 같다. 맨 날 입으로는 고객감동을 외치면서, 조그마한 것 하나 고객입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그들이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움프쿠아처럼 체험을 팔아라]를 쓴 레이 데이비스. 그가 앞에서 말한 상황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 나 같이 말했을 것 같다. 우리는 고객에게 포인트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것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세요. 라고 말이다.

고객에게 남다른 체험을 주는 것이 움프쿠아뱅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 그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행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공간, 동선, 행원들의 업무 구조까지도 함께. 고객과 만나는 은행 내부에는 고객담당 직원만 남겨두고 나머지 결재, 정산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객이 볼 수 없는 뒤 쪽으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그는 직원들에게 은행의 부가 상품을 판매하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왜?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매출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직원들이 상품을 판매하는데 너무 치중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소매업 종사자들은 판매에만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비스가 훌륭하다면 판매는 저절로 따라 오는 법이고 반대로 판매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쏟으면 단골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글을 보며 과거 약국 사업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당시 나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약사들에게 판매교육을 시켰고, 별의 별 판촉, 마케팅 방법을 다 동원해 그들을 판매전선으로 몰아 부쳤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약 팔려고 약사가 된 게 아닙니다.

만약 그 때 내가 그들에게 매출 같은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고객의 건강만을 생각해달라고 부탁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들은 양 손들고 환영했을 것이고, 당연히 매출은 보너스처럼 따라왔을 것이다.

론 레이 데이비스가 완벽한 CEO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도 CEO 재임 초반에는 중간 관리자들을 무척 피곤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즉각 해결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지시하고도 남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임원이나 팀장과 같은 중간관리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이, 그가 가진 핵심가치가, 그가 설정한 비전(세계최고의 은행)이 조그만 동네의 지역은행을 몇 년도 안 되어 전국 은행으로 키웠다. 이 책을 보면 잘 되는 기업과 잘 안 되는 기업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건 CEO의 팔자 탓도 아니고, 운이 나빠서도 아니다. 경영자 스스로가 뭔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기업의 비전에 핵심이 되는 어떤 일이 제대로 처리되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그 일이 업무의 일부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책에서 꼭 기억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 내용이자, 사업을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이다.

사람들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놀이공원에 가고, 안락함과 고급스러운 체험을 위해 호텔을 찾는다. 이와 같이 모든 기업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고객에게 하나의 체험을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 정책을 꾀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회장 허브 켈리허는 오로지 저렴한 가격 하나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특별한 고객 체험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했다.

 

[독서경영 Point]

 

초기의 사업계획서를 다시 들여 다 보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을 찾아 다니며 아래의 질문들을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내 사업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가? 이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는가?

그 비전은 고객에게 어떤 체험을 주고자 하는 것인가? 그리고 고객이 실제로 그것을 느끼는가?

직원들은 이 비전을 분명히 알고, 실천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를 확신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경영자인 나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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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상속자 - 백만장자 할아버지의 아주 특별한 유산
짐 스토벌 지음, 신윤경 옮김 / 해피니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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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표가 두개 있다. [나의 10년 비전]과 [삶의 5차원 목표]다. [나의 10년 비전]은 내 삶의 궁극적인 가치와 목적, 그리고 10년 후의 모습을 정리한 것이고, [삶의 5차원 목표]는 [나의 10년 비전]을 ‘가정과 사회’, ‘직업과 재정’ ‘정신과 영혼’, ‘생활과 건강’ 그리고 ‘자아정체성’으로 나눈 다음, 각 차원마다 10년 후의 모습과 이를 위해 필요한 일을 연도별로 정리한 표다. 특히 [삶의 5차원 목표]는 3년 전 가슴 아픈 일 때문에 만들었고, 그렇기에 나에게는 무척 소중하다.

그 날은 구정 명절이었다. 어머니께 세배 드리고 일어서는 순간, 당신 발가락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양말때문에 자세히 볼 수가 없어, 발가락에 밴드를 붙였거니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다음 추석 날,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의 발가락이 또 눈에 들어 왔다. 새해에 봤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발가락 중 두 번째 발가락이 양말을 뚫고 나오듯이 위로 바짝 들려져 있었다. 반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아직도 발가락이 안 나았나?’ 하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물어 봤다. “발가락을 다쳤어요?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어머니는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양말을 벗었다. 두 번째 발가락이 부러진 뼈를 잘못 맞춘 듯 혼자 위로 꺾여 있었다. 발가락이 왜 그러냐고 묻자, 작년 봄부터 발가락 하나가 위로 휘더니, 지금은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처음 몇 달은 아파서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가만히 놔두면 아프지는 않다고. 하지만 조금 걸으면 힘이 든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뭐 때문에 아플 걸 참고 혼자 끙끙대고 있는 거야? 자식 둘은 뒀다 뭐에 써 먹으려고!”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고 말았다. 어머니는 우물쭈물하시더니 “수술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또…..”

나는 집에 와서도 어머니의 발가락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작년 봄부터라면 내가 봐도 몇 번을 봤을 텐데. 발가락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2년이나 모르고 지냈다니.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거지?’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해서 봉급 오르고, 직급 오르면 다인가?’ ‘남편 노릇, 아빠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나?’ 수 많은 질문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고, 순간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장에서 예전에 봤던 ‘삶의 차원’에 대한 책을 찾아 봤다. 그것은 이런 내용이다.

‘인간은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삶을 여러 개의 차원-영혼, 정신, 신체, 사회, 직업, 재정 등-으로 나누어 관리해야 한다. 이것들은 야구처럼 1루, 2루를 하나 씩 밟고 가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관심을 갖아야 한다. 누군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감과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시급한 것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한두 가지 차원에만 초점을 맞춰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발을 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자기 방에 혼자 앉아있는 아들의 조그마한 등 언저리, TV앞에서 화면만 바라보는 아내의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무심한 형을 잊은 채 자기 혼자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동생의 얼굴이 떠 올랐다.

세계적인 갑부가 되자는 것도, 대기업 회장이 되자는 것도 아니었는데. 단지 가족을 위해 일정한 수입만을 보장 받고자 했는데.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지난 날이 후회 되었다.

나는 책에서 본 7개 차원을 조정하여 5개로 만들고, 각 차원마다 목표를 정해 방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 때부터 5개의 차원을 유심히 바라봤다. 가능하면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싶었다. 제대로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나는 [삶의 5차원 목표]를 보완하려고 한다. 얼마 전 [인생상속자]라는 책에서 마음에 와 닿는 새로운 삶의 차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책은 한 백만장자의 상속을 둘러싼, 상속자와 남은 가족들간의 다툼을 다룬 책으로, 최고의 인생을 살기 위한 12개의 선물을 소개한다. 즉 친구 배움 고난 가족 웃음 나눔 감사 하루 사랑이다.

책 내용은 이렇다. 죽을 때가 가까워진 백만장자가 돈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삶을 후회한다. 그는 자신의 돈이 가족들을 망쳤다고, 아니 그들이 당연히 느껴야 할 삶의 즐거움을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가족들은 백만장자의 삶을 살고 있었고, 이제 그것을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그 때 그의 눈에 들어 온 손자 한명이 있었다. 그는 손자에게 희망을 걸고 유언을 남긴다. 자신이 준 숙제를 해결하면 가장 큰 선물을 주겠노라고. 결국 그 손자는 할아버지의 숙제를 풀고 가족 중에서 가장 큰 재산을 상속 받는다.

그러나 그것을 본 가족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재판장까지 가게 되었다. 가족들의 주장은 어린 손자 아이가 그만한 재산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의 결과는? 당연히 손자의 승리다. 비록 재판기간이 손자가 할아버지의 숙제를 제대로 풀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년이나 걸렸지만 말이다.

손자는 재판장에서 할아버지의 숙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라는 유산을 배우는 동안, 거스 콜트웰씨와 저희 할아버지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라는 유산을 배울 때는 돈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런 소득이 없는 공허한 행위이며, 사람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구라는 유산을 물려 받을 때에는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따라서 사랑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배움이라는 유산에서는 지식에 대한 사랑은 삶이 계속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고, 고난이라는 유산에서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재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을 통해서 본 고난은 곧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됐죠.

가족이라는 유산을 배울 때, 저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됐습니다 웃음이라는 유산은 웃음을 통해 증오심이 사라지고 사랑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이라는 유산은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열정이 존재하고 우리 안에 갇힌 그 가능성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나눔이라는 유산을 배울 때 저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하며, 감사라는 유산을 배울 때는 우리들의 삶에 감사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그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곧 진정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라는 유산을 배우면서 저는 하루를 사랑하지 않으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채워간다면, 우리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12개의 요소를 간단하게 설명한 말이지만, 그 동안 봐 왔던 [삶의 5차원 목표]가 조금 공허한 문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다. 특히 내가 친구, 웃음, 나눔, 감사의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지금 나는 이 부분을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내가 정말 살고 싶은 삶, ‘먼저 다가가는 친구로써, 가식 없는 웃음 속에서,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며, 항상 감사하는 삶’이 내 목표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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