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규의 희망 -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의 유학 생존기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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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규. 저자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1999년 첫 책이 나온 후로 300회 이상 강연을 했다는데 아직도 저자의 이름을 모르니 나도 조금 무지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나이를 뛰어넘어 오로지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자신의 삶을 불태운 한국의 자랑스런 여성. 혹시 언젠가 미국에 가면 미국인들에게 서진규라는 사람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당신네 나라의 최고 대학인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그가 보낸 세월은 열정 그 자체였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멈춤 없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지쳐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지만 오늘 이 글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써 보고 싶다. 저자에 대한 칭찬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며 미국이라는 나리의 자유로움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그 나라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선이 있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 그것도 상원의원 이상이 된다는 것은 단지 실력 하나만 갖고서는 불가능하지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사회의 구조가 그만큼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상황하고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미국에서 만든 영화를 보면 재미있는 상황을 본다. 조직범죄자로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마음을 먹고 공부하여 경찰이 되어 나타난다. 교사였던 사람이 갑자기 의사가 되어 개원을 한다. 택시를 몰면서도 자신의 꿈은 검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동이 자유롭기에 자신의 꿈을 찾는 사람들이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이것이 바로 미국의 성장을 지탱해 주는 거대한 디딤돌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삶을 보면 미국이란 나라의 시스템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아무 대학이나 들어갈 수 없다. 저자처럼 이사했다고 해서 그 동네 대학으로 옮길 수 없다는 말이다. 부산 사는 사람이 신림동으로 이사 왔다고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면 아마 그 동네 집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이동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저자가 그 나라에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학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의지는 차지하고.

등급제로 인해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지 못하는 수험생, 지금 이 순간도 대학편입학원에서 밤새는 학생이 이 책을 보면 미국을 무척 부러워 할 것 같다.

저자는 미국 시민이 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만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그녀의 열정과 삶에 대한 의지가 빛을 발한 것이다. 게다가 군인이기에 먹고 살 걱정을 덜 수 있었고, 학비도 군대에서 도와주었기에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공부에 대한 열정 뿐이었다.

물론 이런 환경이 주어졌다고 해서 누구나 저자처럼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공부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언어가 부자연스러운 경우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중의 하나가 대학 성적이 아닐까. 자신이 한만큼은 받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결혼생활에서도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철 없던 시절,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그 후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결혼이란 자신이 원해서 한 것, 그것을 가지고 행, 불행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그래서 나는 고생했다는 말은 더욱 하기 어렵다.

대학민국 군인 중에 사병으로 군대에 가서 장교가 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은 공부하기 싫어 평생 선임하사로 살다 군대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사병으로 시작해 장교가 된 저자의 모습은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그 덕분에 그녀는 비싼 등록금도 국가에서 대주는 혜택을 받으며 학교 공부를 했다. 그것도 전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자리에서 말이다.

지금 직장인 중에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학교 다닐 돈이 없어 진학 못하는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공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부러워 할 것 같다. 

저자가 살아온 미국이라면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까지 저자를 높이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나이를 뛰어 넘는 저자의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 이유가 잘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학위를 받아서인가.

그렇다면 나이 50때부터 석,박사학위 등록금, 대략 4,000만원 정도,를 모아 나이 60때 석.박사학위 통합과정(한번 시험에 합격하면 석사와 박사를 한꺼번에 따는 제도)에 진학해서 박사학위 따면 저자처럼 대우 해 줄 건가. 아마 그 나이에 공부하겠다고 입학신청하면 왠 만한 대학교는 다 받아줄 것이다. 공부하겠다는 그 열정에 감동해서 말이다.

상하좌우 이동이 어려운 대한민국 사람이 볼 때는, 저자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동이 자유스러운 나라, 미국이 부럽기는 하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렇게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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