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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 일과 인생의 균형 잡기
리처드 K. 빅스 지음, 이강선 옮김 / 팜파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스스로에게 정직하라. (2)장기적인 목적을 세워라. (3)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주의 깊게 살펴라. (4)자신만의 멘토 대가를 찾아라. (5)전문화된 지식을 쌓고 반드시 그것을 응용하라. (6)적극적인 자세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라. (7)집중하라. (8)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9)우선순위를 정하라. (10)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11)미루지 말고 결단을 내려 실행하라. (12)지치지 말고 정열적으로 살아가라. (13)좋은 습관을 가져라. (14)시간을 규모 있게 활용하라. (15)인생의 전환점이 될 끈기, 이를 놓치지 마라. (16)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17)스트레스를 관리하라. (18)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라. (19)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돈보다는 의미 있는 삶이 중요하다.
위 내용은 리처드 K.빅스가 쓴 [밸런스]의 목차다. ‘일’과 ‘인생’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실행지침 20개로,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꼼꼼히 읽은 이유는 요즘 내 모습이 과거 직장인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 것 같기 때문이다.
2년 전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는 내 자신에게 다짐한 게 하나 있었다. 이제는 절대로 목표에, 일정에,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쫓기면서 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했다. 적지 않은 보상이 있다 해도 즐겁지 않은 일이라면,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면,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일이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을 믿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마디로 ‘여유’ 그 자체였다. 한편으로는 먹고 살 것을 걱정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일거리가 하나 둘 쌓이고 있고, 나는 그것들을 골칫거리처럼 바라보게 있다. 마감시간에 쫓기는 듯한 하루일과, 잠자는 순간에도 내일 해치워야 하는 일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요즘 내가 궁금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내가 바라던 삶인데 왜 나는 항상 쫓기는 것처럼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내 성격에 기인한바가 크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대충하지 못하는 성격, 그렇기에 일 하나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또 직장처럼 일을 나눠할 사람이 없다보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리고 모든 것을 나 혼자 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남들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내 자신이 일을 그렇게 해야 만족한다는 뜻일 뿐이다. 결과물의 좋고 나쁨의 평가는 내가 아니라 일을 맡긴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날 직장인일 때, 나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대여섯 가지의 일을 처리했던 것 같다. 부서 직원이 많을 때는 30여명, 그 인원들이 동시에 진행하는 신상품개발 건 2~3건, 신사업평가건 2~3건, 사업제휴건 1~2건의 독립적인 프로젝트들, 거기에 상관이 개인적으로 시킨 일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별 무리 없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 속에서는 멀티태스킹의 전문가 같던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책, [밸런스]를 읽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내가 원한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쫓기는 듯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나는 책 내용을 내 모습에 대입해 봤다.
‘스스로에게 정직하라’ 요즘 나는 내 자신에게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머리에 떠오르는 수많은 원망거리들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한다. 덕분에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못한다.
‘장기적인 목적을 세워라’ 내 방에는 ‘10년 후 내 모습’을 정리한 내용들이 촘촘히 붙어있고, 금년에 하고 싶은 일, 달성해야 할 일, 공부와 저술주제, 하다못해 수입계획서까지 붙어있다. 이정도면 된 것 아닌가.
‘목표를 세우고, 시간 관리를 잘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이 책 목차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비슷비슷한 제목이 대략 7개나 된다) 아침에 컴퓨터를 키면 화면에 하루 일과표가 나타난다. 오늘, 이번 주에 해야 할 일, 오늘 몇 시까지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일정표다. 항상 우선순위를 잡아 일하지만, 문제는 할 일이 많아 어떤 때는 50%도 처리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를 지치게 하는 핵심원인인지도 모르겠다.
‘전문화된 지식을 쌓고 활용하라’ 하루도 빼 놓지 않고 독서를 하고, 특히 지하철과 지방강의 때 타고 가는 버스는 내 독서실이다. 그리고 이 지식을 강의와 책을 쓰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론 더 다양한 활용방법을 계속 찾아야겠지만 말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라’ 이 정도면 됐지 더 어떻게 적극적으로 살란 말이냐. 다만 고쳐야 할 것은 ‘적극성’이란 개념에 사람과의 관계도 깊이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사람과 만나 그들의 좋은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
‘집중하라’ 나는 가끔 집중력이 강해서 문제다. 뭔가 일을 할 때는 주위사람이 아무리 떠들어도 일만 생각한다. 덕분에 가끔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때가 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나 혼자 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정말 미안한 상황이다. 얼마 전에도 학교에서 선배님이 ‘방 교수는 이 시끄러운 곳에서도...’라고 하는데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 분은 칭찬한 것이지만.
‘인생의 전환점을 잘 활용하라’ 내가 일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을 놓치기 싫어 그런 것 같다. 강의하는 것, 글 쓰는 것(서평 쓰는 것 포함), 기획서. 보고서 쓰는 것, 손님만나는 것 등이다.
‘변화를 두려워마라’ 솔직히 퇴사할 때는 무척 두려웠지만 이제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요즘 내게 있어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귀찮을 것뿐이다. 어떻게든지 나를 바꿔야 하니까 말이다. 그것뿐이다.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 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성공과 행복을 따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성공과 행복을 평가하는 기준과 이를 이루는 방법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에 대한 정의가 애매해진다. 예전에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느꼈는데 말이다.
‘돈보다는 의미 있는 삶이 중요하다’ 그래서 돈 생긴다고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서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로를 이해하며, 아픈 다리 기대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20개의 실행지침 중에서 확연하게 부족한 것이 몇 개가 있었다.
우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라’는 내용이다. 2년 전 나는 ‘삶의 목적과 가치’, ‘10년 계획’의 청사진을 만들어 삶의 지도로 삼았고, 매일 그것을 바라보며 내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벽에 붙어있는 ‘10년 계획’은 서서히 의미를 잃어갔고, 이제는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인 내용이 되어버렸다. 내 앞에 놓인 일도 이제는 꿈을 만들어가는 레고블럭이 아니라,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로 전락해 버렸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 속에서, 내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에 채여 살 거면 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는지.......
지금 나에게는 필요한 건 마크 피셔가 ‘게으른 백만장자’에서 말한 ‘내 삶의 목표를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별도의 시간’인 것 같다. 저자 말대로 내 꿈과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 앞에 놓인 일이 그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또 ‘스트레스를 관리하라’는 부분도 큰 문제인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산에 올랐고, 한 달에 한번 일요일이 되면 하루 종일 걸었다. 운동복차림으로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걷다보면 한 달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다 날라 가는 것 같았다. 가끔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작년 말에 이 모든 것을 중단했다. 아침에 눈 뜨면 일 생각이 먼저 떠오르고, 다음 행동은 당연히 컴퓨터를 키고 일정표를 바라보게 된다. ‘아! 오늘도 시간이 빡빡하네. 아침 운동은 다음에....’ 그러기를 6개월. 겨울엔 춥다는 핑계가 더해 힘을 받더니 따뜻한 봄이 왔건만 아직도 ‘다음에...’다. ‘나는 반드시 작가가 될 거야. 그것도 베스트셀러작가.’를 다짐하며 퇴사한 내가 글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귀찮게 느껴진다면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요즘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그런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조차 없으니 더욱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 스트레스가 더 큰 스트레스를 만들어 결국엔 내 감각자체를 마비시킨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균형이 없는 인생의 저울은 너무나 버겁다. 마지막 결과는 탈진해 버리는 것이다. 지쳐버린 사람에게는 균형이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균형이야말로 직업적 성공과 개인의 행복에 빠트릴 수 없는 필수요소인데도 말이다.”
내 삶의 목표를 새롭게 점검해보고, 내가 걸어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내가 바라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확인해야 봐야겠다. 요즘 내 상황은 일이 많아서라기보다 일에 대한 의미를 상실함으로 인해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일’과 ‘놀이’를 동일시하는 사람은 ‘일’의 의미를 상실하면 그 순간 삶 자체가 지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즉 나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정도의 일도 처리 못하면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 질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해답은.........일의 완성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으로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과 ‘인생’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구동성으로 말하눈 내용이고, 나도 밸런스의 중요성을 경험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남다른 의지가 필요하고, 경제력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경제력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하지만 오늘 안 되면 내일 또 시도해 보고, 내일도 안 되면 그 다음날 또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평형을 이루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밸런스 그 자체보다 일과 인생의 평형을 유지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