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 - 기업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가격의 비밀
요시모토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소비자나, 판매자에게 가격만큼 중요한 것도 별로 없다. 아무리 질 높고 자신의 감성을 움직이는 상품이라도 살 사람이 살만한 가격, 팔 사람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 아니라면 팔지도, 사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이토록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은 의외로 가격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자신도 남들과 비슷한 가격대,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는 가격대에 맞춰 상품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편안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인정하는 가격, 남들과 같은 가격대, 구지 신경쓸 일없이 남들처럼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 아니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가격다운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 싼 인건비, 더 저렴한 제조원가를 찾아 생산지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세계 공통어인 영어가 자유롭게 통하는 인도, 아직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지 못한 동구권 등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쓴 미국, 유럽,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어떤 것은 거의 반값이하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나 혼자 가격을 내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맞다 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이 책에 나와 있는 노동력 비용과 물류비용, 제조비용을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100엔 솝’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곡물 값이 오르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앞에 닥친 고민은 ‘그래서 나는 더 안 사. 집에서 해 먹을거야!’ 라는 고객의 반응뿐이고 결국엔 파리 날리는 매장을 바라보며 한숨 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내용은 제목으로 강조한 스타벅스의 커피 값보다 일본의 ‘100엔숍’이다. 품질 면에서 기능상에서 별로 나무랄 때 없는 상품을 100엔이라는 가격대에 못 박아 팔고 있는 업체,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렇게 팔아도 남아? 혹시 불량품들 아닌가?’하며 상품 구입을 머뭇거렸지만, 이제는 왠만한 상품은 100엔이 정상가처럼 되어 버렸다. 마치 오래 전에 화장품 할인코너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 화장품의 정가판매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10% 할인은 기본에 말만 잘하면 20~30%까지도 할인받을 수 있는 시장이 되었다.
‘100엔숍’ 그들은 어떻게 해서 그토록 많은 상품을 거의 동일한 가격대, 100엔에 팔 수 있을까. 저자는 상품가격을 구성하는 요인들로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즉 제조원가, 배송.노무비, 그리고 판매자의 이익이다. 그리고 ‘100엔숍’은 이들 요인을 절묘하게 관리하여 자신들도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상품가격대를 만들었다.
첫 번째.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생산한다. 아마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만 현재 가격대를 맞출 수 있다고 인정한다.
두 번째, 일본공장에서도 100엔숍 상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놀고 있는 공장을 활용함으로써 제조원가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공장 입장에서는 어차피 나가야할 비용, 설비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그냥 버리느니 차라리 100엔숍의 요구(질좋은 상품, 저렴한 가격) 맞춰 공장을 돌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와 함께 100엔숍의 저가 생산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상품을 구입할 때 대량으로 구입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매장 숫자와 판매량이 커서 가능하겠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항상 제조원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반품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다. 이처럼 좋은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이 조건이 없으면 공장입장에서는 반품에 대한 예상 손실액을 물건 값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바로 현금으로 물건 값을 지불한다
다섯 번째, 기존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판매가를 줄일 수 없으면 양을 조정한다. 양을 조절하면 가격은 당연히 떨어지지 않겠는가. 물론 단위당 가격은 올라가겠지만 말이다.
여섯 번째, 도산한 기업에서 팔리지 않은 상품을 전부 현금으로 구입한다. 이 부분에서는 100엔숍 MD의 역량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팔리지 않아 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품들, 게다가 창고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품 중에서 저가로 판매할 때 팔릴 수 있는 상품을 골라낼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다.
일곱 번째, 편의점 등에서 팔리지 않은 신상품을 매입한다. 이 역시 원가수준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덟 번째, 재고가 없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척 현명한 판매방식 같다.
아홉 번째, 광고를 하지 않는다. 100엔숍은 ‘100엔’이란 간판 자체가 광고이고, 사람들에게 추가로 뭔가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다. 따라서 별도로 광고할 필요가 없다.
열 번째, 대부분의 일을 고정비가 드는 정규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맡긴다. 물론 이런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권할 바는 아니지만 상품을 진행하고 판매하는 일이 가장 큰 비용이 나가는 부분이라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이 때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100엔숍의 가격대가 간단하여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제 상품의 제조원가를 줄이는 문제보다 이를 배송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조원가는 기술발달과 세계화에 따라 보다 싼 곳으로 이동 가능하지만 배송과 관리비 문제는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에게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우리가 구입하는 가격대가 적절한 것인지, 더 나이가 가격의 구성요인 중에서 어떤 것을 줄어야 할지 등을 쉽게 설명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