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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로저 마틴 지음, 김정혜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에서 가장 큰 최고급 호텔 체인인 ‘포시즌즈 호텔’ 이야기를 해 보자.
고객들의 마음에 최고급 이미지와 같은 의미로 각인되어 있는 포시즌즈 호텔. 그러나 이사도어 샤프(Isadore Sharp)가 처음 호텔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지금과 다른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토론토 도심 외곽의 길가에 위치한 작은 모델이 하나였고, 또 하나는 토론토 도심 한복판의 대형컨벤션호텔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청 앞, 남산에 있는 하이아트, 힐튼호텔같은 것이다.
샤프가 호텔사업을 시작할 당시 호텔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 앞에는 두 가지 호텔모델이 있었다. 하나는 객실 수가 200여개 남짓한 작은 모델을 세워 투숙객들에게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몇가지 편의시설 (객실내 TV, 복도의 얼음제조기, 로비에 식당과 술집 운영 정도)을 운영하는 모델이었다. 또 하나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겨냥한 도심의 대형 호텔로 최소한 1000여개의 객실과 회의실, 각종 식당, 연회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모델이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각각의 장, 단점을 갖고 있었는데, 객실 수가 100~200여개 정도인 작은 모델은 친근하고 고객지향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대신 잘 꾸며진 회의실이나 통신시설을 원하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기존에 운영하는 객실 수로는 편의시설을 운영할만한 수입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에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형호텔을 거의 1,000~2,000여개의 객실을 운영하기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운영함으로써 고객의 편의성을 무척 높여주었지만 대신 작은 모델과 같이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도록 만들어주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줄 수가 없었다. 고객이 카운터에서 체크인하고 열쇠를 받는 순간, 고객은 단순히 방 번호로 불려 지기 때문이다.
당시 숙박업계는 이러한 구분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두 종류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물과 기름 같아 어느 호텔도 두 가지 형태의 장점을 모두 제공할 수는 없었다. 결국 모든 호텔종사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두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고, 그런 선택에 따른 한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 고객들은 이를 그리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투숙객입장에서는 작은 모텔의 친밀감과 안락함. 큰 호텔의 지리적 장점과 다양한 편의시설 중에서 선택하면 되니까 말이다.
문제는 샤프 그 자신이었다. 그는 1972년 네 번째 호텔인 포시즌스 쉐라톤을 성공적으로 개장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양 쪽의 장점을 결합한 호텔을 만들어 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소규모 호텔의 매력과 대규모 호텔의 장점을 결합시킨 중간 규모의 호텔을 꿈꿔 왔던 것이다. 즉 일정수준 이상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되면서도, 친근감과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규모의 호텔이다.
그는 당시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호텔운영을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는 일반사람들과 다른 인과관계 구조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즉 객실 수가 많아야 편의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수익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에 적은 객실 수로도 편의시설을 운영할만한 수익을 올리면 되지 않겠는가?
또 큰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호텔의 인테리어나 시설보다 자기 집처럼 느끼기는 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자기 집처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될 것이다.
이런 사고에 따라 샤프는 고객이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포시즌즈 만의 서비스를 개발했고, 이에 따라 숙박비를 대형호텔보다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반사람들이 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각했던 객실 수와 편의시설과의 관계, 투숙객이 원하는 기본욕구의 재분석을 통해 포시즌스 만의 독특한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트레이드 오프-양자택일에서 불만스러운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 채 양 쪽의 장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고방식-저자는 이를 ‘통합적 사고‘라 부른다-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설명한 책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빈번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연구했던 리더들은 적어도 한 가지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탁월한 혁신의 재능과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공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바로 두 가지 완전히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성향과 능력이었다. 그들은 딜레마 앞에서도 공황상태에 빠져 허둥대지 않았으며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영자택일하지도 않았다. 대신에 각각의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아이디어를 합성해냈다. 나는 이런 사고과정을 ‘통합된 사고’라고 부른다. 이는 비범한 기업과 그 비즈니스를 이끄는 사람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