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자기설명서
쟈메쟈메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책이 일단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답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마지막 해답을 보고는 웃고 말았다.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무조건 모두 B형이라고 한다. 어차피 B형과 관련 없는 사람은 사지 않을 책이니 당연히 이 책을 보고 나처럼 낑낑대며 답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B형일 것이다. 따라서 저자의 말이 틀린 것도 없다.

그리고 이 내용을 쭉 보면 대략적으로 B형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질문에 체크하면서 “아! 그래, 맞아. 바로 내 이야기네”하는 부분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파란 색으로 쓰여 진 질문들은 대부분 내 이야기 같았다. 내 이야기 같은 것을 한번 나열해 보겠다.

‘집단행동 중에 혼자 나와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하곤 한다.’ 함께 있어봐야 머리 아프기 때문이다.

‘특이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기쁘다.’ 내가 남다른 점이 있다는 데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 날까지 그것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 말이다.

‘하지만 흥미 없는 일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직장생활 할 때도 누가 나에게 와서 일부러 말하지 않는 한 무언가를, 나와 관계없는 일을 물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결혼하는 직원은 나에게 와 청첩장을 공식적으로 주지 않는 한 내가 알아서 참석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보다.

‘사실은 유리처럼 쉽게 깨질 것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이 말 역시 나를 너무 잘 표현한 말이다. 남들은 내 모습 때문인지 내가 무척 강하고 무덤덤한 사람인 줄 알지만 나는 무척 섬세한 마음을 갖고 있다. 누가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해도 그 말을 잊지 못해 혼자 끙끙대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변명을 하면 왠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맞다. 나는 변명체질이 아닌 것을 오래 전에 알았다. 변명을 하려면 그럴듯하게 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변명하면서도 상대방이 변명한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니 변명이 제대로 되겠는가. 아예 이실직고 하는 것이 배속 편하다.

‘이야기에 비약이 심하다’ 이 점 또한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온 내 단점 중의 하나다. 생각은 많고 이를 제대로 연결시켜 포현하지 못하니 당연히 상대방이 내 말을 들으면 비약이 심하다고 느끼게 된다. 동일한 조사자료를 해석해도 나는 자료 그 자체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약이 심해질 때가 자주 있었다.

‘집에 있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심심하지 않냐고 묻는다. 하루종일 집안에 처박혀 있으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집이 가장 좋다. 내가 편한대로 입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니까 말이다. 남의 눈 신경쓸 필요도 없고, 하지 싫은 것을 할 필요도 없는 나의 집, 나의 방. 이런 천국을 두고 무엇 때문에 머리 아프게 밖으로 나가 고생을 해야 하는가.

‘시시한 것에 열심이다’ 이 또한 나를 잘 표현한 말이다. 나는 무엇인가를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하루종일 신문자료를 오려 스크랩하고, 이를 다시 대중소 분류체계로 나눠 정리하며 보낼 때도 있다. 남들이 볼때는 무척 시시한 일에 나 혼자 몰두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재미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혈액형의 분류방식에 갸우뚱할 때가 많다. 수십억의 인구를 단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냐는 투다. 하지만 혈액형의 성격유형을 해당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대입하여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아무 것도 모른 상황에서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는 데 뭐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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