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중심의 경영
찰스 G. 코크 지음, 문진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다보면 ‘시장중심의 경영’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나의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몰라도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시장 기능, 즉 사유재산제도, 사유물에 대한 결정권한,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 같은 사항을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들을 단순히 시장중심의 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차리리 책 제목 자체를 ‘기업경영의 본질’이나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기업경영’으로 정했으면 책 내용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 내용의 신뢰성은 저자 서문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내가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1961년 이래 코크 인더스트리는 주식의 가치로만 따지더라도 2,000배가량 증가했다. 보통의 대기업들과는 다르게 코크인더스트리는 그 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빠른 성장세와 수익률을 보인다.”

즉 성공한 기업의 오너가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헤일로이펙트>에 나온 말처럼 모든 성공의 요인은 그 요인이 성공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와는 상관없이 실적에 따라 평가된다는 의미다. 과거에 성공했고, 지금도 성공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공하리라 믿는 코크인더스트리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세상은 저자의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의 실적이 있기에 말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한 방식이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성공법칙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이미 기업경영의 기본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대로 했지만 망한 기업에 대해서는 왜 그들이 망했는지 좀 더 분석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코크인더스트리의 성공요인을 ‘비전’ ‘미덕과 재능’ ‘지식프로세스’ ‘결정권’ ‘인센티브’라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나누고, 이들을 각 장으로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각 장의 내용을 보면서 해당 부분이 기업의 성공요인인지, 이것이 시장중심의 경영이란 개념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됐다. 특히 비전 부분만 해도 코크인더스트리만의 독특한 비전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기업의 비전은 날이 갈수록 바뀌는 시장에 맞춰야 한다는 말도, 그러한 비전 수립이 간단하지 않다는 말도,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비전 수립에 투입했다는 말도 코크인더스트리만의 비전 때문에 성공했다는 공식을 설명하지 못한다. 단지 ‘비전’은 기업성공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만을 전달하는 것 같다.

또 결정권 부분에서도 최고경영자와 하부 조직 간의 결정권 이양문제, 각 조직에 걸 맞는 의사결정 프로세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 부여문제는 이미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기에, 코크인더스트리만의 성공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인센티브’제도에서도 인센티브가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시키고, 특정 업무에 관심을 쏟게 한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로, 1990년 초반 내가 직장생활 할 때 이미 그 중요성이 높이 인정된 부분이다. 그렇기에 화장품회사에는 인센티브만을 연구하는 ‘영업기획파트’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마냥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도리어 기업성공에는 특별한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에 특별한 결정요소를 찾는 시간에 차라리 기본원칙에 충실한 것이 더 낫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볼 수도 있다.

기업 성공법칙. 이 부분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요인을 성공요인이라고 주장하려면 그것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실패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현실적으로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성공했다는 기업체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찾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업의 특정행위보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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