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경영수업 - 켄 블랜차드가 최고의 비즈니스 멘토들에게 배웠던 모든 것
켄 블랜차드.돈 허트슨.이던 윌리스 지음, 윤동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역시 켄 블랜차드다.’ 이 책을 보며 느낀 소감이다. 뭐라고 할까. 지금까지 출간된 기업경영의 핵심들을 간단한 문장들로 정리하여 독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1분 지혜’는 책을 보지 않더라도 항상 기억해 둘만한 좋은 내용들이었다. 기억나는 것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업무와 성과를 수치로 관리하면 문제 해결에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선 아무리 바쁘더라도 식사시간과 잠자는 시간 외에 배우자와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소박한 꿈만 꾼다. 하지만 꿈의 크기보다 더 크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항상 꿈은 크게 꾸어라.’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 지내길 원치 않는다면 새로운 수익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비용절감에만 집중해서는 사업체가 성장하지 못한다.’

‘수익이란 고객을 잘 관리하고 직원들을 잘 대우해 준 대가로 받게 되는 박수갈채다.’

책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주인공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할 때 ‘대단한’씨가 한 조언이었다. 그는 “나의 열정에 대해서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 사람들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누군가 대가를 지불하기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의 강연을 들으려고 아무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 자네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뿐이지.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나는 엄청난 음치이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네.,,하지만 가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한다면 그 날부터 우리 부부는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거야.”

이 내용이 나에게 깊이 남은 이유는 나의 현재 상황이 바로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남들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자신이 사업을 하는 것인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인지 구분 못할 때도 생긴다. 스스로는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누군가 돈을 지불할 정도는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취미생활이라면 문제는 없지만, 만약 돈을 투자한 사업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이 내용을 보자마자 종이에 큼직한 글자로 금년 내가 이뤄야 할 업무 4가지를 정리했다. 내가 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지만 남들이 돈을 낼 정도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 말대로 남들이 돈 내고 내 것을 사갈만한 것을 금년 내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거창한 상품이 아니고 단순한 강의 주제 하나일지라도 말이다.

또 하나는 해리 파머가 말한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 있는 네 가지 비결이었다. 첫째, 반드시 매출이 비용을 초과해야 한다. 둘째, 영수증은 철저히 모아두어야 한다. 셋째, 고객을 잘 관리해야 한다. 넷째, 경영자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이는 앞에서 말한 내 것을 누군가 돈 주고 살만한 것으로 만든 다음 회사를 세우고 이를 운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었다. 즉 사업이란 단순히 좋은 상품 하나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과 매출, 고객과 직원 관리라는 본질적인 경영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독자에게 말해준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단순한 말 같지만 이 네 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도중하차하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왠만한 책 한권 분량의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는 켄 블랜차드의 책은 언제나 재미있으면서도 얻는 게 많다.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웅이 2008-07-1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일열님이 권하는 책이라면 사 봐야 하겠는데요.

“내가 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지만 남들이 돈을 낼 정도로 만들려면”이란 구절이 마음에 콕 박히는군요. 내가 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하는 일까지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남들이 돈을 낼 정도의 상품(서비스)은 잘 생각하지 못하죠. 일깨워주셔서 고마워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일열 2008-07-1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 고맙습니다 웅이님 ^^
 
다섯 가지 소원 - 살아가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이 핸드릭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다섯 가지 소원>을 읽어보다 문득 내 앞에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나에게도 던져봤다.

어느 날 저녁. ‘죽음’이 내게 다가와 나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전에 이런 질문을 했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당신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었나요?”

아마도 지난 몇 십 년의 삶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고, 나는 내 삶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을 것이다.

“아니요. 저는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완벽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죠.”

그러면 ‘죽음’은 또 다시 물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완벽하지 못했다면, 그럼 완벽한 성공이 되기 위해 바라는 것은 뭐였죠?”

나는 슬픔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말할 것 같다.

“너무 외롭게 살았어요. 항상 혼자 살았던 것 같아요. 물론 나를 사랑해 준 어머니, 동생, 아내, 아들도 곁에 있었지만 항상 나 혼자 세상을 사는 것 같았어요. 국민학교 4학년 때 다른 학교로 전학하면서 친구가 없어 그때부터 외톨이로 보냈고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친구가 한두 명 있었는데, 그나마도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도 몰라요. 고등학교 졸업식 때 누가 와서 축하한다고 악수를 청했는데 저는 그가 누군지 몰라 누구냐고 물었죠. 그 친구 왈 ”야. 너랑 같은 반이야.“ 1년 동안 같이 공부한 반 친구를 몰라볼 정도면 할 말 다한 거죠. 대학교 때는 봉사활동 한답시고 나이든 어른들 사이에서 살다보니 과 친구들과는 자주 어울리지 못했고, 공부를 더하겠다고 다시 들어간 대학에서는 도서관에만 처박혀 살았죠. 직장 다닐 때는 항상 일만 생각했고,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주겠다.’는 식으로 대했어요. 저는 항상 사람관계는 정확한 게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러다보니 남들은 고향친구, 죽마고우 이야기하며 신나게 떠들 때 저는 항상 가만히 앉아있어야만 했죠. 직장 때 알던 사람들도 회사 떠나면 다 잊어버렸기에 항상 처음부터 시작했다고 할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살았어요. 저도 제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그러다보니 살면서 많이 외로웠죠. 특히 마음이 아프고 세상살이가 절망적일 때는 혼자라는 것이 너무 서글펐어요. 모든 것을 저 혼자 이겨내야 했으니까요.”

‘죽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할 것이다.

“그래요. 그것이 왜 그리 중요한가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왜 중요하냐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평소 갖고 있는 생각대로 이야기하면 이럴 것이다.

“사람관계는 무척 중요하죠. 친구관계이든, 애인관계이든, 하다못해 부부관계, 부모자식관계도 모두 사람관계니까요. 사람들은 성공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달렸다고 하지만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죠. 게다가 세계제일의 갑부가 되고 대기업 총수가 되었다한들 자기 혼자 골방에 앉아서 무척 기쁨과 만족을 얻을 수 있겠어요. 저는 사람과 사람간의 열린 만남만큼 행복감을 주는 건 없다고 봐요.”

내 말을 들은 ‘죽음’은 그 말이 이루어진 것처럼 현재형으로 말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내가 후회한 내용을 문장을 바꿔 말할 것이다.

“내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에요. 항상 마음을 열고 어떤 형식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며 살아요. 그들의 기쁨과 아픔이 내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고, 나도 그들에게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만약 ‘죽음’이 내 말을 듣고 다시 태어난다면 그걸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자신이 있냐고 물으면 나는 순간 멈칫하겠지만, 곧 바로 “예‘라고 대답할 것같다.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 생각난 것은 내 일생을 통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이 또 없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둘. ‘현재 내 앞에 놓인 일과 사물 속에 몰입하면서 살아있다는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것.’

셋. ‘안정된 자리와 직책 속에서 내가 연구, 탐구하고 싶은 것을 맘껏 공부하는 것.’

넷.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을 저술이나 강의를 통해 남에게 부지런히 전달하는 것.

다섯. ‘내 가족, 어머니, 동생, 아내, 아들과 서로 깊이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

여섯. ‘일 년에 두 번 정도 나 혼자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여행하는 것.’

일곱. ‘매일 땀 흘리며 운동하는 가운데에서 육체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

여덟. ‘신과 함께 한다는 느낌 속에서 사는 것.’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죽음’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정말 이렇게 살고 싶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이렇게 살수 있다면 죽음 앞에서도 ‘나는 완벽한 삶을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왜 그렇게 살지 못할까? 어쩌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수만은 없다’는 일반적인 통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앞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삶, 완벽하게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바라는 여덟 가지의 삶’ 중에는 특정의 자격증이나 학위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있고,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들은 내가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 번째의 사람관계는 당연하고 두 번째인 ‘현재를 느끼는 것, 네 번째인 ’ 책 쓰고 강의하는 것(물론 이것은 누군가 요청해야 가능한 것이지만), 다섯 번째인 ‘가족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 그리고 여섯 번째인 여행하는 것, 이것도 비용 을 따져봐야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게이 핸드릭스는 <다섯 가지 소원>에서 자신의 성공된 삶은 ‘나는 완벽하게 성공적인 삶을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이를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저자가 말한 자신의 다섯 가지 소원은 이렇다.

첫 번째.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

두 번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의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상대방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아 그것이 마음을 항상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내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자신보다는 상대방이나 세상의 이목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신성함과 우주의 진리를 이해하고 싶다

다섯 번째.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현명한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저자의 소원들을 보며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삶의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두 번째 소원 ‘나의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나도 무척 공감했다.

이 소원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상대방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을 전해주고 그 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것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원인데, 그는 이 소원을 실천하기 위해 그 동안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한 진실’ ‘지키지 못한 약속’ ‘직접 전하지 못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 ‘갚지 못한 돈’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가장 내키지 않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을 먼저 해내면 나머지 일들은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무리하는 행동의 효과에 대해 말한다.

“(목록의 일을 갖고)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매듭지을 때마다 내 안 깊은 곳에서 신선한 에너지가 솟구쳐 나오는 것이었다, 마무리 지은 일이 새빨간 거짓말을 실토하는 것처럼 쉽지 않는 일이었을 때 특히 거기서 분출되는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다시 태어난 듯 한 기분이었다....마무리하는 행위는 우리와 우주의 인연을 축복한다. 우리가 우주에 조금씩 더 가까이감에 따라 우주는 우리에게 더 친숙한 공간이 된다. 마무리하는 일에 점점 능숙해 지면서 나는 미처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고 행복한 비명을 지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나는 이런 일들이 우주가 내게 보내는 윙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마다 나도 감사하며 우주에 윙크를 보낸다.”

나는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그려볼 수만 그런 삶을 사는 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죽음을 생각하며 나오는 ‘완벽한 삶’에 대한 대답은 남이 주어야만 가능한 것, 즉 갑부가 되고, 유명스타가 되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등‘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완벽하게 성공적인 삶’의 모습이며, 사랑하고, 감동하고, 나눠같고, 이해하고, 존경하고, 열정을 불사르는 그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제안한 방법, 즉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묻는 ‘나의 완벽하게 성공한 삶의 모습’은 기존의 사명이나 비전 수립방법보다 간단하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이끌어 내준다. 아마도 ‘죽음’이라는 상황을 가정한다는 것 (이 점은 사명작성법과 유사),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따지지 말라는 의미다) 바로 대답하라는 것, 그리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인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바라는 완벽한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고, 그런 삶을 살겠다는 자신의 의지라는 내용이다.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소원을 실현했다는 만족감에 숨을 들이쉬고, 모든 것이 마무리된 삶의 축복 속에서 숨을 내 쉬는 것이다. 한편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숨을 들이쉬고 내 쉴 때 마다 소원을 실현해 나갈 의지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러독스 리더십 - 딜레마를 성공으로 바꾸는 20가지 역설
제임스 루카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무척 복잡하다. 따라서 어느 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올인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딱딱하고, 위로하면서 억압을 하고, 칭찬하면서 동시에 문제를 들추는 그런 모습이다.

실제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또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목표를 완수하는  리더들을 보면 그런 성향을 자주 느낀다. 전체 업무를 끌어안고 가는 것 같으면서도 순간 어느 한 업무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모습, 팀원 개개인의 자율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해 주면서 특정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권한을 강화하려는 모습, 친근하면서도 강제적이고, 미소를 띠면서도 냉엄한 그럼 모습들이다. 이런 리더의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마치 정치색이 강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에 대한 인간적인 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효율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패러독스 리더십>을 보다보면 앞에서 말한 리더의 모습이 현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복잡한 세상에서 복잡한 현상들을 다루다보면 한 가지 잣대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이제는 한 가지 툴만 갖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자세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이 책은 패러독스는 이제 이상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과 정책 결정을 위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흔히 느끼는 패러독스를 하나씩 나열하며 설명한다.

‘낙관주의를 확산시키되 불편한 진실도 알려라’ ‘진실을 요구하되 자유로이 말하게 하라’ ‘리스크를 제거하되 리스를 감수하라’ ‘결과에 초점을 맞추되 결과를 무시하라’ ‘머리로 리드하는 동시에 가슴으로 이끌어라’

‘비전을 넓히되 초점은 좁혀라’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아라’ ‘커뮤니케이션을 넓히되 정보를 선별하라’ ‘권한을 행사하는 동시에 파워를 공유하라’ ‘열정을 만드는 동시에 열정을 기대하라’

‘사람을 영입하는 동시에 사람들을 해고하라’ ‘한계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자유를 확대하라’ ‘압박은 높이되 스트레스는 줄여라’ ‘아이디어들은 무시하되 창의성은 확대하라’ ‘협동을 독려하는 동시에 충돌을 조장하라’

‘고객과의 관계를 키워나가되 관계를 과감하게 끊어라’ ‘경쟁자를 벤치마킹하되 행동방식과 관행은 무시하라’ ‘비용은 줄이되 지출은 늘려라’ ‘보다 빠르게 움직이되 좀 더 뜸을 들여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을 바꿔라’

어떤가? 저자가 한 말이 이해가 되는가.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에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패러독스를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느끼지만 하나의 머리로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지, 또 저자 말대로 상반되는 두 개의 개념을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해도 이런 것들이 현실사회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와 같은 행동이나 가치판단이 일관성이란 문제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책 내용을 읽어보면 패러독스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것들이고, 또 이미 우리 스스로가 패러독스 세계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그러한 이중적인 움직임이 어떤 특정의 기준이나 원칙에 의거해 행동하지 않다보니 결과론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것뿐이다.

책 내용 중에 ‘비전은 넓히되 초점은 좁혀라’를 보면 우리가 평소 어렵게 느꼈던 것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 거기서 그는 항상 비전을 먼저 생각하고, 이를 어느 정도 자리잡아가면서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을 찾아 초점을 좁히라고 한다. 즉 ‘어느 것이 중요한가’ 라는 질문을 통해 여러 가지 요인들을 지워나가지 말고, ‘가장 핵심적인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 속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 나머지는 그것에 준해 정리하라는 말이다.

언뜻 듣기에는 무척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지만 이게 현실인 것 같다. 그리고 복잡한 세상에서 보다 실질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제 한 우물파기보다는 패러독스를 이해하고 이를 끌어안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패러독스는 이질적인 무엇들 간의 경합이 아닌 하나의 뿌리를 가진 여러 개의 가지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잃으면서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가끔 있다. 특히 주어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어떤 상황을 옳다고 하는 건지 틀리다고 말하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문장이 좀 더 분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4살 때인가. 우리 집은 일본식 집이어서 당시 집 구조는 안방 바로 옆에 부엌이 있었다. 요즘과 같은 부엌이 아니고 연탄으로 불을 붙이는 아궁식 부엌이었다. 당시 나는 거기서 도깨비를 본 기억이 있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그 때 방에서는 내 동생이 울고 있었고, 나는 동생 우유병을 빼앗아 부엌으로 도망갔다. 부엌문을 열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동화책에 나오는 머리에 뿔 달리고 눈이 하나뿐인 도깨비를 봤다. 그 놈은 부뚜막에 앉아 부엌으로 기어 나온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기억이 잘못된 건지는 몰라도 이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것은 그 때의 감정, 부뚜막의 온도, 심장고동소리가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뚝 끊겨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유치원 다닐 때부터다. 나는 어릴 때 이 기억을 어머니에게도 이야기했고, 집에 놀러온 친척들에게도 이야기 한 것 같다. 그러나 모두 꿈을 꿨다고 말하기에 잊어버렸다. 내가 갑자기 어릴 적 도깨비를 받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 책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90년대 미국에서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억압’이라는 심리문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근친상간에 대한, 억압된 기억에 대한 책이다. 책의 이야기는 나이 20~30대까지 아무 일없이 잘 살던 사람이 심리적인 문제로 심리상담사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갑자기 자신의 부모, 삼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고발된 당사자. 즉 부모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펼펄 뛰지만 당시 사회분위기는  마녀 사냥하듯이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유죄선고 이유를 자녀들이 기억해 낸 어릴 적, 평소에는 기억하지 못하다 어느 날 갑자기 기억났다고 주장하는 성폭행의 기억에 의존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면 그 기억을 느낄 수 없는 어떤 곳에 봉해두게 되는데 그것이 심리치료 상황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마치 판도라상자가 열리듯이 말이다.

문제는 부모들이 이런 상황에 몰리면 자신의 무죄를 증거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이야기도 아니고, 자식이 아주 어릴 때인 몇 십 년 전의 일을 어떻게 증거 하겠는가. 게다가 이런 일이 가족 중의 한 명에게서 나타나면 거의 모든 자식들이 동일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1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어릴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고, 덩달아 ‘근친상간’에 대한 책이 불티나게 팔렸고, 심리상담자들도 함께 주가가 올라갔다.

그 때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이러한 기억에 대해 반발을 했다. 인간의 기억이 컴퓨터처럼 별도의 저장장치가 있어 사람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고,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혼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래 전의 기억은 당시의 정확한 기억이라기보다 당시의 감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자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오류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이다. 주로 기존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그리고 본 책의 핵심에 위치한 심리상담사들인데, 그들은 정신분석학에서조차 기억이란 정확한 것이 아니고, 당시의 감정 상태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이라고 왜곡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세상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고 자신들이 인간 내면속에 잠겨있는 지옥의 기억을 겉으로 끄집어냄으로써 그들을 천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행이도 저자는 양쪽의 생각을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억압’이라는 심리적인 용어의 의미와 그의 문제점, 그리고 기억이란 것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용도 가끔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저자 개인의 경험과 실제 대화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적인 이론을 설명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있다는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얻은 게 있다면 그것은 아래와 같은 심리학계의 한 주장이다.

“심리치료는 학대와 피해라는 어휘를 버리지 않고도 당면한 사회문제의 원을 탐구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학대받는다는 느낌을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학대받는다는 느낌, 무기략하다는 느낌은 대단히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에 의한 학대가 직업, 재정상태, 정부 등 내 삶에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의 실체상황에 의한 학대만큼 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심리치료실은 혁명의 산실이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진정 무엇으로부터 학대받고 있나?’와 같은 문제를 논의하게 될테니 말이다.”

즉 과거의 문제를 파헤쳐 과거로 퇴행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 그 문제를 대입하여 현재의 문제를 풀면 된다는 말이다. 멋지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 확실한 것이 하나있다면 그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기에 평소 이 점을 잊고 사는 것뿐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언제 죽을지 안다면 어떨까? 그게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아마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 

40대 중반 당시, 마음이 무척 괴롭고 세상살이가 허무하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다. 하늘을 보면 저기 어딘가에 내가 갈 곳이 있다는 건가 궁금했고, 내가 죽으면 과연 무엇이 되는지 궁금했다. 당시 나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죽음’ ‘임사체험’에 대한 책을 열심히 봤다. ‘신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본 것도 이때다. 그 때 심정은 만약 죽음이 별로 외로운 것이 아니라면 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고려했었다. 아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때 책을 보며 느낀 것은, 물론 책에 나온 내용들이 백 프로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이란 것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은 뭔가 색다른 것을 경험하기 위해 집을 떠난 상황이라고 할까? 어쨌든 지구별로 잠시 여행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생각은 이랬다.

‘그래. 까짓 거 잠시 놀러왔다고 생각하지 뭐. 근데 이왕 놀러왔으면 좀 더 많은 것을 느껴봐야 하는 것 아냐? 여행가서 돌아갈 때 생각해 봐야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한데...’

그 때부터 삶에 대한 두려움과 허무함이 조금씩 사라졌고, 얼마 안 있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어차피 여행 온 거라면 좀 더 재미있게 살자는 마음이었다. 파도를 두려워하면서 파도타기를 즐길 수는 없고,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롤러코스트를 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당시 생각은 ‘나는 아직 죽으려면 멀었다’는 전제 속에서 좀 더 세상을 즐기겠다는 느긋함이었다. (요즘은 그 때 생각을 많이 잊어버려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하지만 만약 내일이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라면, 그리고 다시는 찾아올 수 없는 단 한 번의 여행이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내 앞에 놓인 돌멩이 하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길거리를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창밖에서 너울거리는 나비의 날개 짓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 것 같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사는 모리교수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면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었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고통과 함께 살다 돌아가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잠자듯이 이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평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 마시고, 일하고, 저녁상을 앞에 놓고 가족과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다가 그 날 밤 조용히 내가 온 것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고통도, 아쉬움도, 슬픔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나를 이 세상에 보낸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종교를 갖고 있어 이런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 책 <마지막 강의>을 보니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를 보내는 사람도, 내 자신도 별다른 고통 없이 삶을 정리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최소한 내 가족과 벗들에게 뭔가 남길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았다. 특히 이 말 한마디는 하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행복했어.’

이 책의 저자인 랜디 포시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암 때문에 몇 달 못산다. 지금쯤은 죽었을지도...) 자신의 죽음보다는 세상에 남을 가족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가 가장 힘들어 한 것은 아버지를 잃어버릴 세 명의 아이들 문제다. 아직 어려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는 아이들이 불쌍하고, 한편으로는 누가 자신을 대신해 아버지 역할을 해 줄 것인지, 또 철이 들어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민 끝에 이런 문제를 강의로 풀고자 했고, 이 책은 바로 이런 용도로 만들어 졌다. 자신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개인적으로 녹음하거나, 집에서 비디오로 녹화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듣고 있는, 그리고 그들도 인정하는 말을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은 죽음을 직면한 사람이 썼다고 보기에는 재미있고 발랄하다. 책을 읽다보면 ‘이 사람이 정말 곧 죽을 사람 맞아?“ 하고 의심할 정도다. 저자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랑스럽고 추억에 남은 내용들을 강의하듯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배운 지혜들을 가식 없이 이야기한다. 절대적인 진리라기보다는 부모에게 배웠고 자신이 옳다고 믿은 삶의 방식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이 단순명쾌하게 전달한다.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고통 속에서 헤매다가 죽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그리고 세상 부모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 생각에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좇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향한 나의 꿈은 매우 확실하다. 나는 아이들이 꿈의 성취로 가는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없을 것이므로, 한 가지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얘들아. 아버지가 너희들이 무엇이 되기 바랐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나는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

(이건 다른 말이지만 나는 이 말을 보며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낸 ‘신’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신‘에 대한 복종, 의무, 맹세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영혼을 키우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러나 역시 그도 죽음을 앞에 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글 중간 중간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단면을 보게 된다. 세상을 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야한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둔 채 혼자 떠나야한다는 슬픔이다. 그는 평소 자신의 죽음을 별로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가끔 그것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 때는 자신도 운다고 한다. 특히 혼자 샤워할 때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와 아내의 포옹장면을 보다 그만 울고 말았다.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은 저자가 강의를 거의 끝마쳤을 때였다. 아내의 생일을 위해 참석자들에게 생일축하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노래가 끝났을 때 저자는 아내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저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녀를 무대 위로 불러내고, 그녀가 나를 향해 걸어오자, 억누를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녀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 키스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입술에 그리고는 볼에. 청중은 계속해서 박수를 보냈다. 우리에게도 박수소리가 들렸지만 마치 그들이 여기 말고 어디 먼 곳에 있는 듯이 여겨졌다. 서로에게 안겨있던 그 순간 재이는 무언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제발 죽지 말아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대사였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한 말이었다. 나는 그저 그녀를 더욱 더 세게 껴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동안 죽음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봤는데 그런 류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 몇 개 있다. 첫째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마라는 말이다. 그런 걱정은 그 때가서 해서 늦지 않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맞이하라고 한다. 둘째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표현하라는 말이다. 특히 남을 속이거나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은 오래 가지 못하기에 결국엔 솔직함보다 더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 앞에 놓인, 자신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항상 감사하라는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삶이 주는 축복이고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평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얻으라는 것이다. 넷째는 문제가 있거나 장애물이 있으면 고민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라는 말이다. 안된다고 가만히 앉아 걱정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해결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이와 같은 내용들이 어김없이 나온다. 자신의 삶을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했기에 심오한 문장이나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결론은 앞서 저자와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도 이게 삶의 본질인가 보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저자가 한 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더 이상 세상에 대한 욕심이 없는 순수한 인간의 마음에서 나온 가장 인간다운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서 무엇을 얻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변할 것이다.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나에게는 아직 가족과 벗들에게 내 사랑을 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랜디 포시보다 더 많을지는 몰라도.”

나는 그런 점에서 랜디 포시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Thanks. Randy Pausch."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