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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센스
잭 트라우트.알 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나는 지난 20년 동안 나를 이끌어 준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밖에 없었던, 듣는 것조차 문제가 되었던 나를 도와줬던 것이라면 앞으로도 나에게 힘이 되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처음 했을 때 떠 오른 것은 재능이나 일에 대한 열성, 회사에 충성심 같은 것이었다. 남다른 게 있으니 직장에서 인정했을 것이고, 최선을 다해 일했으니 상관이나 경영자도 좋아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조금 달랐다. 물론 재능, 충성심, 열정 같은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타인의 도움이었다. 귀 문제로 집에서 한숨만 쉴 때 나를 회사로 이끈 사람은 대학교 선배였고, 시장조사회사에서 힘들어 할 때 일반회사로 이끌어준 사람은 친구였다. 약국사업을 경험토록 해 준 사람은 그 회사 회장이었고, 나를 SK로 안내해 준 사람은 신문기자였다. 물론 나를 받아준 사람은 또 따로 있었고.
지금 대학교에서 강의하지만, 이것도 내가 잘나서만은 아니다. 내가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건 진심이다, 나를 학교에 소개해 준 선배 덕분이고, 그 분의 말을 믿고 나를 받아준 고마운 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남다른 게 있었다면 학교에서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지식을 갖고, 손에 닿을 만한 곳에 있었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난들 누군가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이 필요로 할 때 곁에 없었다면 내 지식과 경험은 나만의 개인지식에 불과했을 것이다. 고마운 분들이다.
이제 세상은 평균 이상의 사람들로 넘쳐난다. 인터넷은 기본이고, 검색엔진은 거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찾아 눈앞에 보여준다. 자기계발서 한두 권 안 본 사람이, TOEIC시험지 한번 안 받아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 잘 만나 엄청나게 돈이 많거나, 암기력이 컴퓨터 수준 이상이거나, 너무나 예뻐 어디에 가든 눈에 띄는 모습을 가졌다면 모르지만,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혼자 잘났다고 떠들어 봐도 될 일이 없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 중 한 사람의 이야기인데, 자신은 회사만 생각하며 묵묵히 일만 했더니 어느 날 회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는 사례로 많이 활용된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개된 비밀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그가 일하는 모습을 전 회장이 봤고, 그 때부터 그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사람처럼, 아니 이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이 회장이 못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사람이 일하는 모습은 회장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닌가?
나는 지금 줄을 잘 서야 한다,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요상한 이론을 주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열심히 노력해도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누군가 자신을 위해 앞에 나서줄 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이다. 최소한 ‘성공’에 대한 이야기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방식으로 표현하면 ‘성공마’를 잘 골라 타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내가 뭔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호스센스>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날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 민주적이고 평등해 졌다. 사람들은 당연히 노력한 만큼, 능력이 있는 만큼 누구나 공정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댄 퀘일(41세에 미국 부통령이 된 사람)이 극적으로 증명하듯이 성공의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이다.”
즉 성공이란 내가 직접 만들기보다, 남이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란 것이다. 따라서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만을 고집하며, 자기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성공마’를 찾으라고 한다. 그 말이 자신을 성공의 문턱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경우를 봐도, 잘 나간다는 기업들을 봐도 일리 있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기술, 상품, 기업들. 사업 초창기 시절에는 그들 개인능력으로 시작했지만 그것의 상품가치를 알고 팔고자 한 사람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공기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애플컴퓨터. 스티브 잡스의 차고에서 워즈니악과 함께 시작한 조그마한 사업이지만 그것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의 애플이 있었고, 3M의 실패작인 접착제 역시 그 가치를 알아낸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의 포스트잇이 존재한다. 켄터키 프라이치킨도, 맥도날드도, 하다못해 코카콜라까지도 그것을 만든 사람과 성공시킨 사람은 다르다.
이 책에는 자신이 올라탈 말, 즉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마’중에 잊는 게 낫다는 말 세 개가 나온다.
우선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려가는 ‘근로마’다. 이런 사람은 일에 대한 몰입과 성공이 하나이기에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이 많다고 성공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으로는 아니라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신념처럼 믿는다. 나를 포함해서.
두 번째는 외부세계는 무시하고 자기 재능과 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살아가는 ‘재능마’다. 남들이 무엇을 하던지 간에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경우다. 그러나 재능과 성공과의 관계가 미약한 이유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믿기에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외부변화에 눈과 귀를 막고, 한 곳만 바라볼 확률이 높다. 이 또한 내가 가진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세 번째는 우리가 다 아는 ‘회사마’다. 즉 회사에 충성하면 언젠가는 자신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리라는 믿음의 말이다. 그러나 부장 정도라면 몰라도 그 이상이 되려면 충성심 하나 갖고는 안 된다. 우선 오너 눈에 띄어야 하고, 주위사람들로부터 시샘을 받아서도 안 된다. 또 무척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사가 될 사람, 특히 대기업 같은 곳에서,은 과장 말년정도가 되면 티가 난다. 뭐라고 할까. 우선 행동이 조심스럽고, 적을 만들려 하지 않고, 무리수를 두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능하면 눈에 띄는 일을 골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일이 아니라 단 하나의 ‘대박’이다.
저자가 말하는 ‘성공마’에는 사람, 기업, 상품, 배우자, 가족이 포함된다. 자신의 재능을 남들에게 알려줄 사람(타인마), 자신의 사업을 함께 키울 사람(스폰서마), 대박 터질 사업이나 상품 아이디어(제품마 & 창발마)를 가진 사람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찾으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나이 30에 회장직함을 갖고 있거나, 갑부가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말을 잘 고른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서 특히 내 관심을 끈 말은 제품마인데, 이것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발명해야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대부분 발명가하면 이런 생각을 하며 앉아있는 사람을 떠 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모습과 다르다, 우연한 경우를 제외하면 발명이란 대부분 자기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자기 안에 머물지 말고 밖으로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마음이라는 허공에서 무엇인가 발명해 내려 애쓰지 말고,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피는데 천재성을 발휘하라. 발명가도 타고 달릴 말이 필요하다.”
실제로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도 자신의 상품을 알리고 팔려고 한다. 혼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업을 생각하는 순간 자신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신념 같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무실에 쳐 박혀 좋은 아이템이 없다고 투덜대다 지치고 만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이 ‘성공’이라면, 뭔가를 직접 만드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라면, 나 보다 더 좋은 제품마를 올라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그러나 막상 찾으려 하면 이런 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왜냐고? 우리는 눈앞에 있는 상품을 상품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뭔가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거의 습관적으로 트집부터 잡는다. 자신이 뭔가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 사업 하나를 이리 털고 저리 털어버리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간의 만족을 위해 돈 통을 날려버린 것이다. 어쩌면 어제 당신이 본 것이,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신은 공평하다. 어떤 사람에게도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 않았다. 나에게 말이 되는 사람은 그에게는 내가 말이다. 내가 그 사람의 머리가 된다면 그는 내 다리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바로 상호의존의 법칙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성공시켜줄, 그리고 상대방에게 말이 되어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순간적인 자존심 하나를 위해 날려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내가 아는 게 더 많다. 직급이 더 높다. 돈이 더 있다, 내가 너를 선택하는 위치라는 것을 주장하는 사이 그 말을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그리고선 한탄만 한다. 나는 ‘왜 이리 운이 없지?’ 하면서 말이다.
나에게 필요한 말이 어떤 말인지,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말이 되어 줄 수 있는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도 이 순간부터 오랜 시간 내 눈을 가렸던 아집이라는 눈가리개를 벗고, 좀 더 큰 시야로 나와 함께 성공할 사람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