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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 18일간 바다에서 펼쳐지는 리더십 수업
구스타보 피에라 지음, 김수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이야기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에서 쿠바의 아바나까지 모히토라는 배를 몰고 가는 데에서 시작한다. 18일간의 항해기간동안 6명의 다른 선원들이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만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을 하고, 어떤 때는 논쟁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저자는 왜 항해냐는 질문에 자신은 인생을 좀 더 색다른 곳에서,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육지와는 다른 배경 속에서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나는 18일이라는, 그것도 대형철선이 아닌 바람에 의존하는 범선 여행을 해 보지 않아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지 잘 모른다. 그러나 책 내용을 보니 쉽지 않은 것 같다. 인공적인 힘보다는 자연에 의존한 채,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배를 움직여야 하는데, 바다 한가운데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항해하는 사람들을 몹시 괴롭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철저히 사전준비를 했다손 치더라도 한 시간 후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파도나 자연에 도전하기보다 바람에 순응하면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자신에게 알맞은 바람을 만나게 되며 그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이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중요한 몇 개의 메시지 중 하나다. 서평을 쓰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뭔가 머릿속에 남은 것 같기는 한 것 같다.
다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책 내용 자체보다는 스토리텔링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읽는 독자가 그것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특히 예전에 읽었던 스토리텔링 책과 이 책의 차이가 뭔지 궁금했다.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가슴을 울린다거나, 뭔가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까. 일반 자기계발서에서 서술 식으로 나온 내용을 문답식으로 바꾼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을 되돌아 읽곤 했다.
내가 읽은 스토리텔링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치 앨봄이 쓴 책이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화니까 말이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두 번을 울었다. 백 페이지 안짝의 책, 상황설명이나 구체적인 내용들은 대충 넘어간 책이었지만 모리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고, 그의 입술, 표정, 주름진 눈가까지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페이지 수만 300페이지가량이며, 여섯 명의 출연자에 내용도 무척 풍부했던 것 같은데 내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뭔가 느낄 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이와 유사하게 써 진 스토리텔링 책이, 가끔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캔 블랜차드가 쓴 스토리텔링 책이다. 그가 쓴 책은 경영, 비즈니스 현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주제로 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있는 장소나 옷차림, 그의 감정 같은 것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상황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의 말 뿐이다. 근데 이 책보다 더 드라이하게 써 진 그 책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토리텔링에서 말하는 플롯의 문제인가? 어떤 착한 공주가 마녀의 꾀에 넘어가 고통을 받는데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그 마술을 풀어주는 것 같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식 이야기 전개방식 말이다. 아니면 책에 악당이 없어서인가? 성격도 더러운 악당이 주인공을 구석까지 몰아붙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든 다음, 이를 영웅적인 자세로 이겨내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왜 이 책은 마음에 와 닿는 게 없는지?
일반적인 서술책보다 들어있는 정보는 미약하지만, 책의 내용이 독자의 감성을 움직여 더욱 효과적으로 책의 주제를 전달할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책, 빽빽한 글자보다 그림과 함께 넓은 여백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 그렇기에 많은 출판사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출간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책을 사서 본다. 일단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이 근데 이 책을 왜 그런 감동이 없을까? 무척 궁금하다.
이토록 많은 분량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에 대한 정확한 상황묘사를 해 놓은, 한두 명도 아닌 여섯 명을 동원한 이야기 전개가, 하나의 절마다 갖고 있는 분명한 주제와 스토리텔링 책의 조건으로 별 나무랄 때가 없는 책이 말이다. 정말 궁금하다.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