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애의 기술 - 아이디어로 상대를 끌어당기는 설득의 힘
리처드 셸.마리오 무사 지음, 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구애의 기술.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연애하는 것과 관련된 책인 줄 알았다. 구애라는 단어 자체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제목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연애에 대한 책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지지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 그러나 처음 느낌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것 역시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제안의 논리성과 이를 증거 할 수 있는 자료, 그리고 조리 있게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설득에 대한 책을 보면 서두에 결론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생각지 못한 것은 잠깐 이야기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대화기술들을 많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재미있는 예가 하나 나오는데, 어떤 관리자가 자신의 연봉을 인상하기 위해 경영자와 미팅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책에서 본 ‘머리부터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즉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금액의 세 배를 맨 먼저 부른 다음, 경영자가 거부하면 그 다음 정상적인 가격을 부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결과는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유는 경영자가 그 관리자를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맨 처음 너무나 높게 부른 가격에서 얼마 되지도 않아 그 가격이 반도 안 되는 연봉액수를 부르자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마 당신도 이런 관리자를 만난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저자는 구애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그를 누르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에 대한 스킬이나 기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가 가장 중요시 여긴 것은 바로 관계다. 즉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이 자신을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말을 <보랏빛 소가 온다2>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세스 고딘 역시 회사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용의 논리성보다 자신의 생각을 지원해 줄 세력이라고 한다. 동일한 이야기라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 때와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에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자신의 주장하는 말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이 책은 전체 구성이 10장으로 되어있지만 크게 4단계의 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1단계,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로 제일 먼저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자신의 아이디어와 목표를, 조직에서 자신이 부딪칠 수 있는 도전들을 먼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2단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때가 되면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조직사람들 모두가 내 의견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만나게 될 장애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데, 결정권자와의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관계, 자신에 대한 부족한 신용문제, 상대방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또 듣는 사람이 가진 가치나 신념과 대치되는 의견, 더 나아가 이해관심사의 충돌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용문제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저자는 뭔가를 판매할 때 상대방을 잘 구워삶으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시도가 먹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3단계, 모든 것이 다 준비되었으면 이제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게 제안할 시간이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들은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검토한 다음에는 그 자료들로부터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직감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던 그 후에는 반드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구애할 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상관없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결정자 역시 누군가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단계는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지켜내는 일이다. 아무리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동의했다손 치더라도 조직 내부의 여러 곳을 거치는 동안 반대표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고 마음 놓고 있다 보면 중간에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좀 더 굳건하게 만들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외부세력을 통해 지지의사를 표현하게 한다거나, 제 3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승인했다는 것을 알려 그 일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 등이다.
이 책의 내용은 기존 설득과 관련된 책에 나오는 것보다 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단순한 스킬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사전관계가 자신의 의견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데 더 기여한다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뭔가를 결정할 때는 항상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용의 가치가 달라진다. 제안한 내용이 담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상관없이.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설득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은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것, 즉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설득의 핵심임을 분명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