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 바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스티븐 캘러핸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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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생각하는 고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끝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고통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육체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이 가장 큰 고통같이 느껴지지만,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눈물 섞인 말을 듣다보면 그것이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같기도 하다. 게다가 돈이 모든 것인 양 생각하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돈 문제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보면 그 또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고통의 크기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차라리 어떤 고통이 더 큰 고통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고통의 객관적인 크기보다 고통 받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보면 요즘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기계발전문가들은 자신의 고통 하나를 통해 강사나 저술가로 변화한 사람들이 가끔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니 가끔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내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만 봐도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을 스티브 도나휴, <내 인생을 바꾼 스무 살의 여행>을 쓴 브라이언 트레이시, 얼마 전에 서평을 썼던 책인 <위대한 반전>의 플립 플리펜, 자기계발서의 원조와 같은 <성취의 법칙>을 로버트 콜리어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쓴 앤서니 라빈스, 영성분야의 스터디 셀러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에크하르트 툴레 등이 바로 고통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이를 사람들에게 저술과 강연을 통해 전파하면서 유명해 진 사람들이다. (이 외에도 나열하라면 A4용지 몇 십장을 쓰고도 부족하겠지만)

이 책 역시 일반사람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저자만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고, 저자는 이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인생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즉 구명보트 하나로 막막한 대서양에서 76일 동안이나 표류함으로써 몸무게는 20kg이나 빠졌고, 땅에 내려 제대로 걷기까지(오랜 시간 바다 위에서 생활하다보니 딱딱한 땅에 익숙해지지 못해) 거의 한 달여 시간이 걸린 상황까지 갔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사실 조금 덤덤했다.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조그마한 구명보트 하나에 의존한 삶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거기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 두려움, 안타까움, 목마름, 배고픔, 인내 등 우리가 평소 자주 듣는 이야기 이상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표류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저자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해 낼 수 있겠는가? 큰 바다라고 해봐야 하와이에서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한가로이 칵테일 마시던 경험이 전부였던 내가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나도 모르게 서서히 저자의 급박한 상황과 심리적인 동요, 그가 탄 구명보트의 허술함 등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다.

저자의 상황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망막한 대서양 한 가운데에서 보이는 것은 짙푸른 바다, 거기에 지름 1.5m, 두께 15cm의 둥그런 고무보트에 혼자 앉아 잘 듣지도 않은 태양열 증류기와 약간의 음식(일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과 창살, 나이프 등 몇 개의 소지품만 가진 채 타고 있었다.

한 번 생각해 보라. 경포대에서 이런 보트를 타고 어디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나 전복되지 않은 채 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만약 큰 파도가 밀려온다면 그것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볼 것인지, 게다가 하루에 250ml(일반적인 컵 한잔 분량)의 물만 먹으며 버틴다면 말이다.

저자의 표류기 중에 가장 가슴을 저미며 봤던 부분은 구명보트의 바닥에 찢어져 바람이 새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잡은 물고기가 도망가면서 보트에 상처를 낸 것이다. 바람이 빠지는 상황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조금전만해도 15cm이었던 바닥이 6cm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신의 몸 자체가 물속으로 쑥 빠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어라도 지나가면 아마도 물밑으로 쑥 내려와 있던 그의 다리가 먹이인줄 알고 물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결국 바람 빠진 구명보트를 정비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나씩 생각해 보며 수리에 필요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책에서 자주 말한다. 항상 이성과 감정이 싸우는데 그럴 때마다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고. 항상 몸을 움직임으로써 나약해지려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 결과 구조되었을 때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육체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죽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게 쉬울 것 같아 살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썼다고 한다. 멋지지 않은가. (물론 저자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 자체가 듣기 거북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자신의 고통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세상을 원망하며 모든 것을 내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면 이 책을 보라. 그는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 주변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받은 삶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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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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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이 책은 겉보기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어서인지 내용 하나하나가 무척 신선하게 와 닿았고, 저자가 바라본 세계들 역시 무척 공감이 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시각으로 만화, 영화, 그림을 보기 마련인지라 똑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소재로 삼은 것들은 모두 우리가 흔히 아는 만화나 영화의 이면에 담긴 작가의 철학이라고 할까, 언뜻 보기에는 느낄 수 없지만 특정의 영화를 보면서 작가 스스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을 저자 나름대로 정리해 놓았다. 즉 기존 세력과 신세력과의 결투장면, 혈통주의와 운명주의간의 대결, 군국주의의 등장 등 같은 것이다.

이 글을 잃어보면 저자가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단어다. 선인과 악인은 단순한 재미를 떠나 서로 다른 두개 세계관의 충돌이고, 저자의 의식 속에서 이들의 싸움을 통해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가고, 어떤 내용은 조금 확대해석 같은 느낌도 들지만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러웠다.

‘스머프 마을에도 우울한 날은 있다’에서 저자는 이상적인 공산주의 세계를 표현한 내용이라고 한다. 당시 이 만화가 유행할 때가 슈퍼파워 두개,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사회와 러시아를 기반으로 한 공산주의가 싸울 때인데, 저자는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공산주의의 기본 이념을 아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스머프 마을 자체가 공산주의다. 모두가 평등하고, 사유재산은 존재하지 않는 평등 그 자체의 사회다. 이 마을에서는 한 명의 지도자가 있는데, 파파 스머프, 그 역시 우리가 아는 권위와 돈과 같은 것으로 마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연장자로서 마을을 이끌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가가멜을 자본주의 사회의 흉악한 표상이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현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까, 스머프를 소유하여 무엇을 할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도, 또 스머프를 사로잡아봐야 큰 이익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는 스머프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충실한 고양이를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표현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또 다른 이야기. ‘스타십 트루퍼스’는 좀 더 섬뜻한 느낌을 준다. 즉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나라 이야기 때문이다. 배경이 된 나라는 크게 ‘시민’과 ‘일반인’으로 나눠진다. 정치권력을 잡거나 앞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시민’만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출산도 ‘시민’에게만 허용된다. 근데 시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인데, 바로 군에 입대하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람만이 시민이 될 자격이 있고, 그 사람만이 권력을 쥘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 말대로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시민이 계속 증가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다. 싸울 곳이 있어야 입대가 가능하고, 계속적으로 사람들이 입대해야만 시민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군국주의 사회를 알게 모르게 찬양하는 이상한 스토리가 되어버린다.

‘슈퍼맨’ 이야기는 더 직접적이다. 이는 강한 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타인을 징벌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책에 나온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마 전에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아니 연상 수준을 넘어 당시 미국 상황을 그대로 표현한다. 상대방이 밉기에 그가 뭔가 잘못했다고 가정한 채 공격했다. 그리고 그곳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후 자신들이 공격한 곳을 조사해보니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할만한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때 ‘슈퍼파워’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것은 “예방조치‘라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재미로만 봤던 만화나 영화도 조금만 다르게 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문학성이 어떠니, 예술적인 가치가 있느니, 작품을 이리저리 쪼개 분석하는 것보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도 한 번 이런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화책은 거의 안 보지만 영화는, 비디오로 보지만, 한 달에 거의 20~30편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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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 - 꿈꾸는 30대를 위한 인생수업 53
윤영걸 지음 / 원앤원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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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대. 당시 나는 무엇을 했을까? 저자 말대로 나 역시 그때 무슨 일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아침에 눈뜨면 회사에 출근하기 바빴고,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 넥타이 풀어버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저녁 때 집에 와서 밥 먹고 잔 것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 40중반이 되어 다시 30대를 되돌아보며 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하는 순간, ‘No'라는 대답이 나오는 걸 봐서는 그리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비록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뭔가 무척 힘들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일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즉 내 앞길, 내가 살아야가야 할 삶의 모습 등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지난날들이 다시 생각났다.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물론 나이와는 상관없이 항상 부딪치는 문제들이긴 하지만, 30대 시절에 많이 생각해 봤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30대는 학교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이자.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은 나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뭣 모르고 덤벼들었던 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삶의 방향성을 찾고,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몇 가지 마음에 깊이 와 닿는 내용이 있었는데, 우선 인생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인생이 뒤통수를 때려도 절대 실망하지 말고, 도리어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이때 저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족함의 미학이다. 그는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기보다 뭔가 하나가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그 상태에서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생기고, 이룩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에 나온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미혼모에게서 자란 한 아이가 스무 살이 되던 때에 시작한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스티브잡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업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다시 두개의 회사를 만들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다시 애플에 입성했다. 아마 그에 대한 찬사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보다 쓰러져야 할 상황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 그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인가 가지려 애쓰지만 한 곳에 구멍이 난 주머니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세상 것을 주워 담아도 어디론가 흘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원망하며 계속 주워 담는 우리.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고 만다. 바로 행복과 기쁨, 삶의 의미와 자신이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는 저자의 눈썰미도 날카롭지만 그것을 통해 젊음을 이해하는 저자의 생각도 무척 놀랍다.

또 나이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그는 나이란 육체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도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육체적인 나이를 무척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회사에서 진급 때도 나이 우선이고, 급여인상도 나이 우선이며, 당연히 퇴직을 권유할 때도 나이 우선이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당연히 나는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생각지도 않은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 즉 세상에서의 성공과 나이를 같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80까지 산다. 자살하거나 급성 병에 걸리지 않는 한, 또 의료시스템이 인간으로 하여금 그때까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제약회사는 노화를 억제하는 약을 개발하여 떼돈을 벌기 원하고, 과거 같으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치명적인 질환도 이제는 항생제 몇 알로 씻은 듯이 나아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찍 죽기도 쉽지 않다.

80년을 살아가야 할 삶에서 30이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 같다. 그는 이제는 길게 보고 살라고 한다. 과거처럼 50이면 세상을 은퇴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니기에 30부터 서드 에이지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와 함께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은퇴는 없다. 한근태 말처럼 Re-tire는 오래 달린 차가 Tire를 다시 바꿔 끼고 달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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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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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당시 왜 그리도 이상한 버릇이 많았는지 사촌누나가 쫒아 다니면서 계속 뭔가를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것 같다. 어떤 때는 머리를 계속 흔들었고, 어떤 때는 코를 계속 파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손가락 마디를 물어뜯었고, 침을 계속 뱉기도 했다. 근데 희한한 것은 이러한 습관이 이상해서 안하겠다고 하면 더 하게 되고, 어쩌다 습관 하나를 고치면 또 다른 것이 계속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버릇을 쉽게 고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남들은 희한하다고 볼지 몰라도 실제 그것을 행하는 나는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까.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머리를 흔들고, 손가락 마디를 물어뜯을 당시에는 무척 마음이 편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라면서 하나씩 없어졌기만 말이다. 지금은 예전에 무의식적으로 했던 이상한 행동들이 거의 없어진 것 같은데, 구지 들어본다면 담배 피우는 것, 일주일에 술 몇 번 먹는 것 정도와 가끔 코가 답답해 코를 후비는 정도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면 습관은, 그것도 안 좋은 습관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뭔가 초조하고 불안할 때 습관이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이러한 이상한 행동들을 통해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릴 때 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그렇기에 그토록 다양한 버릇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겠는가.

이 책에서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강박관념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습관과 강박관념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줬는데, 그 중에서도 습관은 그것을 행함으로써 어떤 만족을 얻을 수 있지만 강박관념은 만족보다는 초조함을 없애주는 정도에서 끝난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얼마 전부터 나도 강박관념 같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집을 나갈 때마다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 집으로 돌아온 적이 몇 번 있었고, 남에게 무엇인가를 준 다음, 내가 주려고 한 것을 제대로 줬는지 생각이 않나 재차 확인하게 되는 행동이다. 처음에는 내 기억력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이 다는 아닌 것 같았다.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었다. 그는 습관이란 것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알게 되면 습관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제안한 방법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어떤 안 좋은 습관이 있을 경우, 그것을 하게 되는 상황을 정리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습관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 어떤 때인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하루는 내가 어떤 때 주로 커피를 마시는 지 확인해 보니 거기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일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면 커피를 더 마시게 된다는 점이었다. 즉 육체적인 면이 아닌 정신적인 면이었다.

세 번째는 저자가 기묘한 습관이라고 말한 부분들이었다. 즉 발가락을 돌리는 습관, 대화 중 자꾸 가랑이를 긁는 상사, 가족들의 여드름을 짜는 엄마, 음모를 밀어버리는 여자와 같은 형태의 습관들이다. 여기서 가랑이를 자주 긁은 상사는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결정권을 갖고 있고 상대보다 힘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의미이고, 음모를 밀어버리는 여자의 의식은 성적인 면을 넘어서 자신의 순결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또 여드름 짜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청결함과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면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고, 발가락을 돌리는 습관을 자신을 좀 더 많이 나타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 눈에 잘 띄지 않은 작은 행동 하나를 보면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인데 재미있지 않은가.

습관.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겉보기와는 다른 인간 내면의 심리를 그대로 표현한 행동이라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좀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심리와 관련된 책에 항상 나오는 것처럼 뭔가 가슴에 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어디에선가 드러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습관인 것 같다. 자신도 이상하고 남도 이상하게 보는 습관이란 것 자체가 겉으로 나타나지 못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평소 자신의 습관만 가만히 들여다봐도 당시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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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의 기술 - 아이디어로 상대를 끌어당기는 설득의 힘
리처드 셸.마리오 무사 지음, 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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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의 기술.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연애하는 것과 관련된 책인 줄 알았다. 구애라는 단어 자체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제목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연애에 대한 책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지지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 그러나 처음 느낌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것 역시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제안의 논리성과 이를 증거 할 수 있는 자료, 그리고 조리 있게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설득에 대한 책을 보면 서두에 결론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생각지 못한 것은 잠깐 이야기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대화기술들을 많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재미있는 예가 하나 나오는데, 어떤 관리자가 자신의 연봉을 인상하기 위해 경영자와 미팅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책에서 본 ‘머리부터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즉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금액의 세 배를 맨 먼저 부른 다음, 경영자가 거부하면 그 다음 정상적인 가격을 부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결과는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유는 경영자가 그 관리자를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맨 처음 너무나 높게 부른 가격에서 얼마 되지도 않아 그 가격이 반도 안 되는 연봉액수를 부르자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마 당신도 이런 관리자를 만난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저자는 구애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그를 누르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에 대한 스킬이나 기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가 가장 중요시 여긴 것은 바로 관계다. 즉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이 자신을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말을 <보랏빛 소가 온다2>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세스 고딘 역시 회사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용의 논리성보다 자신의 생각을 지원해 줄 세력이라고 한다. 동일한 이야기라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 때와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에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자신의 주장하는 말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이 책은 전체 구성이 10장으로 되어있지만 크게 4단계의 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1단계,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로 제일 먼저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자신의 아이디어와 목표를, 조직에서 자신이 부딪칠 수 있는 도전들을 먼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2단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때가 되면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조직사람들 모두가 내 의견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만나게 될 장애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데, 결정권자와의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관계, 자신에 대한 부족한 신용문제, 상대방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또 듣는 사람이 가진 가치나 신념과 대치되는 의견, 더 나아가 이해관심사의 충돌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용문제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저자는 뭔가를 판매할 때 상대방을 잘 구워삶으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시도가 먹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3단계, 모든 것이 다 준비되었으면 이제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게 제안할 시간이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들은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검토한 다음에는 그 자료들로부터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직감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던 그 후에는 반드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구애할 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상관없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결정자 역시 누군가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단계는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지켜내는 일이다. 아무리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동의했다손 치더라도 조직 내부의 여러 곳을 거치는 동안 반대표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고 마음 놓고 있다 보면 중간에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좀 더 굳건하게 만들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외부세력을 통해 지지의사를 표현하게 한다거나, 제 3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승인했다는 것을 알려 그 일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 등이다.

이 책의 내용은 기존 설득과 관련된 책에 나오는 것보다 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단순한 스킬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사전관계가 자신의 의견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데 더 기여한다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뭔가를 결정할 때는 항상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용의 가치가 달라진다. 제안한 내용이 담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상관없이.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설득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은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것, 즉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설득의 핵심임을 분명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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