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보면서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당시 왜 그리도 이상한 버릇이 많았는지 사촌누나가 쫒아 다니면서 계속 뭔가를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것 같다. 어떤 때는 머리를 계속 흔들었고, 어떤 때는 코를 계속 파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손가락 마디를 물어뜯었고, 침을 계속 뱉기도 했다. 근데 희한한 것은 이러한 습관이 이상해서 안하겠다고 하면 더 하게 되고, 어쩌다 습관 하나를 고치면 또 다른 것이 계속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버릇을 쉽게 고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 남들은 희한하다고 볼지 몰라도 실제 그것을 행하는 나는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까.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머리를 흔들고, 손가락 마디를 물어뜯을 당시에는 무척 마음이 편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라면서 하나씩 없어졌기만 말이다. 지금은 예전에 무의식적으로 했던 이상한 행동들이 거의 없어진 것 같은데, 구지 들어본다면 담배 피우는 것, 일주일에 술 몇 번 먹는 것 정도와 가끔 코가 답답해 코를 후비는 정도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면 습관은, 그것도 안 좋은 습관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뭔가 초조하고 불안할 때 습관이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이러한 이상한 행동들을 통해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릴 때 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그렇기에 그토록 다양한 버릇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겠는가.

이 책에서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강박관념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습관과 강박관념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줬는데, 그 중에서도 습관은 그것을 행함으로써 어떤 만족을 얻을 수 있지만 강박관념은 만족보다는 초조함을 없애주는 정도에서 끝난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얼마 전부터 나도 강박관념 같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집을 나갈 때마다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 집으로 돌아온 적이 몇 번 있었고, 남에게 무엇인가를 준 다음, 내가 주려고 한 것을 제대로 줬는지 생각이 않나 재차 확인하게 되는 행동이다. 처음에는 내 기억력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이 다는 아닌 것 같았다.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었다. 그는 습관이란 것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알게 되면 습관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제안한 방법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어떤 안 좋은 습관이 있을 경우, 그것을 하게 되는 상황을 정리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습관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 어떤 때인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하루는 내가 어떤 때 주로 커피를 마시는 지 확인해 보니 거기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일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면 커피를 더 마시게 된다는 점이었다. 즉 육체적인 면이 아닌 정신적인 면이었다.

세 번째는 저자가 기묘한 습관이라고 말한 부분들이었다. 즉 발가락을 돌리는 습관, 대화 중 자꾸 가랑이를 긁는 상사, 가족들의 여드름을 짜는 엄마, 음모를 밀어버리는 여자와 같은 형태의 습관들이다. 여기서 가랑이를 자주 긁은 상사는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결정권을 갖고 있고 상대보다 힘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의미이고, 음모를 밀어버리는 여자의 의식은 성적인 면을 넘어서 자신의 순결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또 여드름 짜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청결함과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면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고, 발가락을 돌리는 습관을 자신을 좀 더 많이 나타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 눈에 잘 띄지 않은 작은 행동 하나를 보면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인데 재미있지 않은가.

습관.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겉보기와는 다른 인간 내면의 심리를 그대로 표현한 행동이라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좀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심리와 관련된 책에 항상 나오는 것처럼 뭔가 가슴에 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어디에선가 드러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습관인 것 같다. 자신도 이상하고 남도 이상하게 보는 습관이란 것 자체가 겉으로 나타나지 못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평소 자신의 습관만 가만히 들여다봐도 당시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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