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 - 꿈꾸는 30대를 위한 인생수업 53
윤영걸 지음 / 원앤원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30대. 당시 나는 무엇을 했을까? 저자 말대로 나 역시 그때 무슨 일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아침에 눈뜨면 회사에 출근하기 바빴고,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 넥타이 풀어버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저녁 때 집에 와서 밥 먹고 잔 것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 40중반이 되어 다시 30대를 되돌아보며 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하는 순간, ‘No'라는 대답이 나오는 걸 봐서는 그리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비록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뭔가 무척 힘들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일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즉 내 앞길, 내가 살아야가야 할 삶의 모습 등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지난날들이 다시 생각났다.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물론 나이와는 상관없이 항상 부딪치는 문제들이긴 하지만, 30대 시절에 많이 생각해 봤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30대는 학교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이자.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은 나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뭣 모르고 덤벼들었던 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삶의 방향성을 찾고,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몇 가지 마음에 깊이 와 닿는 내용이 있었는데, 우선 인생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인생이 뒤통수를 때려도 절대 실망하지 말고, 도리어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이때 저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족함의 미학이다. 그는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기보다 뭔가 하나가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그 상태에서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생기고, 이룩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에 나온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미혼모에게서 자란 한 아이가 스무 살이 되던 때에 시작한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스티브잡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업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다시 두개의 회사를 만들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다시 애플에 입성했다. 아마 그에 대한 찬사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보다 쓰러져야 할 상황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 그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인가 가지려 애쓰지만 한 곳에 구멍이 난 주머니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세상 것을 주워 담아도 어디론가 흘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원망하며 계속 주워 담는 우리.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고 만다. 바로 행복과 기쁨, 삶의 의미와 자신이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는 저자의 눈썰미도 날카롭지만 그것을 통해 젊음을 이해하는 저자의 생각도 무척 놀랍다.

또 나이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그는 나이란 육체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도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육체적인 나이를 무척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회사에서 진급 때도 나이 우선이고, 급여인상도 나이 우선이며, 당연히 퇴직을 권유할 때도 나이 우선이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당연히 나는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생각지도 않은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 즉 세상에서의 성공과 나이를 같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80까지 산다. 자살하거나 급성 병에 걸리지 않는 한, 또 의료시스템이 인간으로 하여금 그때까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제약회사는 노화를 억제하는 약을 개발하여 떼돈을 벌기 원하고, 과거 같으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치명적인 질환도 이제는 항생제 몇 알로 씻은 듯이 나아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찍 죽기도 쉽지 않다.

80년을 살아가야 할 삶에서 30이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 같다. 그는 이제는 길게 보고 살라고 한다. 과거처럼 50이면 세상을 은퇴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니기에 30부터 서드 에이지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와 함께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은퇴는 없다. 한근태 말처럼 Re-tire는 오래 달린 차가 Tire를 다시 바꿔 끼고 달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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