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이 책은 겉보기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어서인지 내용 하나하나가 무척 신선하게 와 닿았고, 저자가 바라본 세계들 역시 무척 공감이 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시각으로 만화, 영화, 그림을 보기 마련인지라 똑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소재로 삼은 것들은 모두 우리가 흔히 아는 만화나 영화의 이면에 담긴 작가의 철학이라고 할까, 언뜻 보기에는 느낄 수 없지만 특정의 영화를 보면서 작가 스스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을 저자 나름대로 정리해 놓았다. 즉 기존 세력과 신세력과의 결투장면, 혈통주의와 운명주의간의 대결, 군국주의의 등장 등 같은 것이다.

이 글을 잃어보면 저자가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단어다. 선인과 악인은 단순한 재미를 떠나 서로 다른 두개 세계관의 충돌이고, 저자의 의식 속에서 이들의 싸움을 통해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가고, 어떤 내용은 조금 확대해석 같은 느낌도 들지만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러웠다.

‘스머프 마을에도 우울한 날은 있다’에서 저자는 이상적인 공산주의 세계를 표현한 내용이라고 한다. 당시 이 만화가 유행할 때가 슈퍼파워 두개,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사회와 러시아를 기반으로 한 공산주의가 싸울 때인데, 저자는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공산주의의 기본 이념을 아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스머프 마을 자체가 공산주의다. 모두가 평등하고, 사유재산은 존재하지 않는 평등 그 자체의 사회다. 이 마을에서는 한 명의 지도자가 있는데, 파파 스머프, 그 역시 우리가 아는 권위와 돈과 같은 것으로 마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연장자로서 마을을 이끌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가가멜을 자본주의 사회의 흉악한 표상이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현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까, 스머프를 소유하여 무엇을 할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도, 또 스머프를 사로잡아봐야 큰 이익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는 스머프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충실한 고양이를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표현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또 다른 이야기. ‘스타십 트루퍼스’는 좀 더 섬뜻한 느낌을 준다. 즉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나라 이야기 때문이다. 배경이 된 나라는 크게 ‘시민’과 ‘일반인’으로 나눠진다. 정치권력을 잡거나 앞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시민’만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출산도 ‘시민’에게만 허용된다. 근데 시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인데, 바로 군에 입대하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람만이 시민이 될 자격이 있고, 그 사람만이 권력을 쥘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 말대로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시민이 계속 증가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다. 싸울 곳이 있어야 입대가 가능하고, 계속적으로 사람들이 입대해야만 시민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군국주의 사회를 알게 모르게 찬양하는 이상한 스토리가 되어버린다.

‘슈퍼맨’ 이야기는 더 직접적이다. 이는 강한 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타인을 징벌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책에 나온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마 전에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아니 연상 수준을 넘어 당시 미국 상황을 그대로 표현한다. 상대방이 밉기에 그가 뭔가 잘못했다고 가정한 채 공격했다. 그리고 그곳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후 자신들이 공격한 곳을 조사해보니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할만한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때 ‘슈퍼파워’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것은 “예방조치‘라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재미로만 봤던 만화나 영화도 조금만 다르게 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문학성이 어떠니, 예술적인 가치가 있느니, 작품을 이리저리 쪼개 분석하는 것보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도 한 번 이런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화책은 거의 안 보지만 영화는, 비디오로 보지만, 한 달에 거의 20~30편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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