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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 ㅣ Social Shift Series 1
존 엘킹턴.파멜라 하티건 지음, 강성구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2007년 다보스포럼에 평소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몇 명의 기업가가 참석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설사로 고생하는 파키스탄에서 공중변소사업을 하는 기업가로, 공중변소를 지역젊은이에게 나눠주고 관리를 통해 얻은 이득금을 그들과 나누는 사업이다. 관리하는 젊은이가 이익금의 60%를 갖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공중변소를 구입하는데 사용한다. 지역 어린이들이 길거리에 버려진 오물로 인해 발생하는 설사를 막기 위한 공공사업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공공사업과 다른 점은 이득을 취하며 지속성장을 원한다는 것이다. 또 반면에 일반기업과 다른 점도 있는데, 그것은 이윤을 경영자와 주주가 갖는 것이 아니라, 사업영위를 위해 전액 재투자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기업. 얼마전만해도 이런 기업이 있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것도 하나의 트렌드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마도 빌 드레이튼이 만든 아쇼카의 힘이거나, 아니면 노벨평화상을 받는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신자유경제체제하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기업형태로 피터 드러커도 인정한 새로운 기업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형태를 제 4섹터라고 한다. 즉 제 1섹터인 정부, 그리고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는 제 2섹터인 기업, 이 두개 진영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새로이 나타난 제 3섹터인 NPO와 NGO.
그러나 문제는 어떤 형태의 조직이 나타나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계속적인 불평등을 야기 시켰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체적인 시각 속에서 소외계층을 책임지지 못하고, 기업은 이윤극대화에 빠져 돈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시민단체 역시 스스로의 논리와 이론에 빠져 현 체제를 무시함으로써 실질적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떤 문제이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성이 필요하다’는 한 사회적 기업가의 말은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들이 가진 가치와 그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 그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업모델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 중 사회적 기업가의 특징에 대한 부분은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가는 비이성적인 사람들로, 미친 사람이란 의미는 아니다,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세상과는 다른 모습의 세계를 본다고 한다. 즉 그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이 직접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으며, 이를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회적 기업가의 특징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회적 기업가가 비이성적인 이유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사회구조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믿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 시장구조나 사회구조의 움직임에 본질적인 변화를 주고자 한다.
두 번째, 이들이 비이성적인 이유는 비이성적일 정도로 야망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몇 천만 명에 해당되는 빈곤층이 쉽게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꿈, 전 세계에 몇 천만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꿈 등이다. 그리고 이를 모두 이루었다.
세 번째, 이들이 비이성적인 이유는 감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가들의 삶을 보면 나름대로의 인생역전 경험을 갖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의 경력, 학력, 재산 등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상위층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어릴 적, 성장시절 때 사회의 문제를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에게는 문제가 단순한 모순이 아닌 해결해야만 하는 소명처럼 와 닿았다.
네 번째, 처음 이 기업형태가 세상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무척 혼란스러워 했던 점으로, 이윤 자체에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이윤을 추구하며, 실제 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이들의 손익계산 방식이 다른 기업들과는 조금 다를 뿐이다.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면 이 책을 한번 보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다섯 번째, 이들은 모두 무자격증이다. 사람들은 흔히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거기에 필요한 능력, 역량, 지식, 그리고 자격 같은 것을 논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 기업이란 것을 운영할 만한 어떤 자격도 없다. 도리어 사회적 기업이란 것이 남들 앞에 나타나기 이를 연구하기 시작한 대학과 학자들이 자격과 같은 것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란 특정한 구조, 조직체계, 손익계산서 양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가들은 무자격증, 아니 어떤 형태로 규정지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이 책은 기존에 나왔던 사회적 기업 책들과는 달리, 사회적 기업의 기본적인 구조와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기존 책에서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사례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보다 본질적인 사회적 기업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적 기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