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걸음만 더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마지막 행동
스티븐 C. 런딘, 카 헤이저먼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젊은이가 어머니 고향인 영국으로 건너가 거리의 연기자를 만난다. 젊은이는 회사에서 무척 인정받는 영업사원인데 오랜 시간동안 일만 하다 보니 지쳐버렸고, 회사의 상관이 이런 젊은이를 위해 특별휴가를 허락한 것이다. 상관 입장에서는 무척 유능한 직원이기에 그렇다.
그는 영국에서 만난 거리연기자를 통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중요한 내용을 발견한다. 즉 모든 행동엔 규칙보다 자신의 연기를 보는 고객들과의 심리적인 일치감이 필요하고, 공식적인 고정된 자세보다는 고객이 던지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말이다.
주인공은 이와 같은 거리연기자의 말을 통해 스스로 신명나는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자신의 목적으로 보다 열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까지도 함께 배웠다. 거리연기자가 알려준 것은 pith, 공경, 활력, 보험, 완결, 모자돌리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벽하게 보호된 일정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는 시끄러운 거리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거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안정되고 고장된 세상이라기보다는 저자 말대로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강의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이 책을 읽으니 더욱 실감나게 와 닿았다.
저자는 나에게 어울리는 공간에서 내가 일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명의 독특한 거리연기자 모습을 통해 이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면, 우선 ‘pitch’ 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대학교 강의실과 컨설팅 현장과 그곳에서 강의하거나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하나는 ‘곤경’과 ‘혼잡’이라는 단어였다. 이 말의 의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변 여건이 구성되지 않기에 그것을 억지로 짜맞추려하기 보다는 이미 벌어진 현상을 인정하고 그것을 적극 활용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볼 때 떠 오른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지 못할 때 짜증내던 모습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거나 강의내용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동안 그들을 가능하면 외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런 질문은 수업 끝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이런 내 모습은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는 것을 망각한 결과인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을 지워버릴 수 없다. 이미 모여있는 사람들이 알게 된 말이고, 사람들은 그 질문에 주목하면서 앞에 있는 사람이 그런 질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만약 앞에 선 사람이 이런 상황을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가겠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멋지게 처리한다면 그땐 아주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한다. 연기자와 관객 간에 발생하는 혼잡함은 방해가 아닌 서로의 신명에너지를 강화시키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상황으로 인해 연기에 빠져들게 되고, 연기자는 이런 상황에서 신명에너지를 얻게 되며, 더 나아가 연기자와 관객이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보물’이란 개념이다. 이는 자신이 그동안 실제 행해보고 효과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아둔 대응방안들로, 문제가 생기거나 대화가 잘 안 풀리거나, 또 좀 더 나은 완결을 짓고자 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마 누구나 자신의 물건을 살고자 할 때 말이 막혔던 것이 있을 것이고, 강의할 때도 시간이 남았거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보물’은 바로 이럴 때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이야기 전개가 조금 느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신사’를 만나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리고 영국으로 건너가 또 한 명의 멘토인 거리연기자를 만나는 장면이 되자 무척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내가 평소 궁금했던 문제의 해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Pitch, 곤경, 혼잡, 완결, 그리고 모자돌리기의 프로세스는 요즘처럼 감동과 제험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무척 소중한 과정인 것 같다. 실제로 이를 잘 활용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보다 더욱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리라는 확신이 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