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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ㅣ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1
츠츠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에 나온 책들은 내용이 무척 좋다. 어떤 책을 들여다봐도 일정수준 이상의 책들만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사람들이 글을 잘 써서인지, 출판사에서 글을 잘 각색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내용이나 구성이 무척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 중의 하나인양 책 내용 하나하나가 예사로이 봐 넘길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 안에서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있는 아주 진한 미국이야기들이다.
예전에 건강관련 책을 한 권 본 적이 있다. 이 책에도 소개된 책으로, 미래의 빅뱅사업은 건강, 의료사업인데 이 시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바로 식품업체들의 상품 때문이다. 즉 식품 대기업들이 만드는 음식들이 인간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들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 즉 건강, 의료 서비스,를 찾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이고.
그 책에 미국의 식품업체들은 자신의 물건을 더 팔기 위해 비만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말이 나온다. 즉 살이 찌면 몸에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해지고 따라서 더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데 식품업체들은 이들을 타깃으로 하여 이들이 원하는 맛, 원하는 모양, 이들이 자사의 식품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는, 비만자가 강하게 요구하는 지방이 가득 찬 상품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들 식품은 먹는 사람들은 더 급격하게 살이 찌게 되고, 이로 인해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 죽이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비만이란 먹은 만큼 움직이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많이 먹고 안 움직여도 살이 찌지만, 남들과 같이 움직이면서도 더 많은 열량과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그것도 살이 찌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남들과 같이, 아니 더 많이 움직이지만 그들보다 더 많은 열량이 담긴 정크푸드를 주로 먹다보니 사용되지 않은 열량은 몸 안에 고스란히 남게 되고, 게다가 이런 불균형 된 인체의 영양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보니 결국 살이 찌게 된다. 돈이 없으니 싸지만 양이 많은 음식을 찾게 되고, 적은 돈에 양이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정크푸드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맛이 더 좋다. (바로 지방 때문이다) 3,500만원하는 햄버거와 5,000원 하는 야채샐러드의 맛을 생각해 보라.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이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부의 관리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세상을 개척하라는 원리이고, 레이건 시절, 그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하나의 시장이론이었다.(영국의 대처수상과 함께 나란히) 그는 이 논리에 의해 세계무역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오늘과 같은 세계적인 경쟁사회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기침이 단순한 진동으로 들리던 시절에서 이제는 그들의 기침이 독감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의 자본주의에 끌려가고 있고(그것이 최상의 모양인양 생각하며), 그들의 서브프라임, 투자은행 몰락에 따라 휘청거리고 있다. 어쨌든 신자유주의란 개념 하에 정부의 관리체제를 최소화하고 개인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논리 하에 승자독식세상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 유명한 저자였던 K 씨가 바로 이 논리의 전도사다. 그의 주장은 항상 이렇다. ‘아무도 믿을 것 없다. 오로지 너 자신만 생각하며 강하게 치고 나가라.’ 그래서 결과는......
나는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미국이라는 이중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 특히 운동권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때는 가슴 아프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지 발전만이 삶의 목표처럼 치닫던 미국, 그 안에서 곪아버린 종기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하고는 더 많은 것, 더 높은 곳, 더 큰 것만을 향해 달려 나갔던 미국이 끌어안아야 할 과실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걱정이다. 이미 문제가 생긴 나라에서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변해야 한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길을 멋모르고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걸어간 길은 승자가 되려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길이 아니다. 마치 반환점처럼 이들이 갔던 길을 뒤따라가야만 우리도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유식한 사람들은 미국에서 배웠고, 그것을 자랑거리로 삼는 사람들이다. 마치 신앙처럼 말이다.
이들이 우리를 신자유주의로, 그래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자유방임체제로 몰고 가며, 승자독식 구조 하에서 정부의 모든 기관을 민영화하겠다고 주장한다면(실제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때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저자처럼 일본만은 미국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이 나올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