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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초콜릿 - 나를 위한 달콤한 위로
김진세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세상이 복잡해지면 점점 더 자기 안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모습은 어떤 일정한 패턴에 따라 항상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며 앞일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급히 돌아가는 세상보다 안정된 자신속이 더 평화롭다. 그러나 자신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기대와 바람에 따라 움직였던 젊은이들. 부모가 좋아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들이 바라는 삶이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이라고 믿으며 컸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막상 자신을 되돌아보면 허무함밖에 남는 게 없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래서 심리학이란 학문이 요즘 부상하는 것 같고, 이 학문을 통해 나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세상보다 평생 살아갈 내 자신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것 같다.
하지만 심리학이라고 해서 간단하겠는가. 이것도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의 연구결과가 축적된 깊이 있는 이론체계를 가진 학문인데 말이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더 복잡한 인간의 마을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더 복잡할 수도 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이라 그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복잡한 이론과 이론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자신을 알기는커녕 더 혼란만 가중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심리학의 난해한 문구를 다 지워버리고, 독자가 자신의 심리를 파악할 때 필요한 간단한 도구만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용어보다는 저자의 상담사례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평소 행하는 모든 행동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질투. 나도 젊었을 때, 지금도 당연히 무엇인가를 질투하며 살지만, 무척 많이 누군가를 질투했다. 나보다 더 잘생겨서, 공부를 잘해,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아, 하다못해 좋은 가방을 들고 있다는 것에도 질투를 느꼈다. 그리고 그 질투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해 이리저리 말을 돌리며 분을 삭였다.
저자는 이와 같은 질투의 근원을 지나치게 왜곡된 자기애라고 한다. 물론 자기애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면 병이 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욕망은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집착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타인의 시선에 모든 것을 걸다보니 가장 중요한 ‘자기’가 없다는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질투 이야기는 이런 면에서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결국은 기쁨(pleasure) 로 마무리되지만 말이다.
또 다른 이야기인 된장녀의 이야기는 눈길을 잡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가슴 아픈 사연이기도 하다.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저자가 한 말이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을 보니 내용 자체가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명품을 좋아하는, 아니 명품을 사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여성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명품을 좋아하는 심리, 그것은 어떻게 보면 질 좋은 상품을 원하는 사람의 본성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상품의 가치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상받겠다는 수준에 이르면 문제가 된다. 저자가 이야기한 한 여성은 바로 가진 것 없는 자신에 대한 보상책으로 명품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한 때는 강력한 경쟁의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명품 구입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품을 구입할 돈을 구하는 방법과 이를 구입하는 과정이다.
뭐라고 할까. 상품 하나 때문에 몸을 팔고, 그 돈을 구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열등감과 신분상승의 욕망을 해소해야 한다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무작정 길을 걸어도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바로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관과 가치가 길을 걷는다는 행동 하나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심리학은 이제 고풍스러운 학교건물에서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사람들이 연구하는 학문이기보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생활지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