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김현 지음 / 북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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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펴는 순간 무척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곧 내 관심을 이끈 것은 책의 서문이다. 저자들은 세계화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한다. 즉 세계화에는 세계 모든 것이 동일하게 된다는 개념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지역의 특색이 강화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정보통신망의 발달 때문이다.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내가 움직이는 행동반경 내에 있는 것만 알 수 있는 게 우리들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든 정보통신망, 특히 인터넷의 힘은 오지 산간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독특한 삶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달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세계화란 동일시와 함께 이질적인 것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게 만들었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니 해야 하는 것은 각자가 간직한 소중한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자는 것이다.

이 책 <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의 내용은 바로 평소 우리가 알지 못한 우리의 문화를 보존하자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남들과는 다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디지털화하여 전 세계인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보며 강하게 느낀 점은 책의 저자들이 단순히 TV에서 나오는 지역탐방기 수준을 넘어 지역문화의 디지털화,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를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라는 점이었다. 특히 2편에 있는 ‘현장조사의 방법과 실제’ 내용을 보면 저자들이 그 동안 해 왔던,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지역문화의 디지털 콘텐츠화에 대한 전문성을 분명히 느끼게 된다.

지역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을 선정하는 기준에서, 그림지도를 만들고 각각의 지명마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붙이는 방법, 이야기꾼을 선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찾아내기 위한 조건, 마을을 걸어 다니며 무작정 찍는 사진들의 가치, 그들의 소리, 식사 등 무척 세부적인 내용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마을이야기부분에서 남들이 생각하는 유명한 명승지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 그들이 아끼는 장소 등을 반드시 자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점 같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이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고자하는 것은 사전이나 지명소개에 나와 있는 공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한 마을에서 진행되는 숨김없는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특별한 기관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처럼 지자체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비싼 광고를 하며 말도 안 되는 카피성 문구를 남발하는 것보다 지자체 내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 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지자체 관계자들에게는 샘물과도 같은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고향을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역의 문화를 찾아내고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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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마인드 - 미래를 성공으로 이끌 다섯 가지 마음 능력
하워드 가드너 지음, 김한영 옮김 / 재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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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마에 겐이치가 쓴 [프로페셔널의 4가지 조건]이란 책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선견력’ ‘구상력’ ‘토론력’ ‘적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논리에서 강하게 느낀 것은, 네 가지의 조건은 물론이고, 프로페셔널이란 자신의 능력을 갖고 세상을 호령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해결해 주는 것이라는 그의 정의였다. 실제 전문가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뭔가 소중한 한 가지 요소가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 <미래마인드>를 보면 앞에서 말한 <프로페셔널의 조건>과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미래에 필요한 조건, 이것들은 갖추면 좋은 마인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마인드>라고 하는데, ‘훈련된 마음’ ‘종합하는 마음’ ‘창조하는 마음’ ‘존중하는 마음’ ‘윤리적인 마음’이라고 한다.

이들을 <프로페셔널의 조건>과 연관시키면 ‘훈련된 마음’은 앞에서 말한 ‘선견력, 구상력, 토론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마음이며, 종합하는 마음은 ‘구상력’이고, ‘창조하는 마음’은 ‘선견력’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저자가 중요시 하는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은 오마에 겐이치가 말한 ‘고객 존중의 자세’와 거의 유사한 개념을 갖고 있다. 다만 하나는 일반적인 사람, 즉 나와 함께 하는 상대방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하나는 비즈니스로서 상대인 고객을 이야기할 뿐이다.

내가 두 가지 책을 비교하며 이야기하게 된 것은 경영, 마케팅 컨설턴트인 저자와 심리학을 전공한 또 한명의 저자가 거의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찾았지만 결국엔 한 곳에서 만난 경우다. 그렇다면 이 책에 써있는 내용도 틀리지 않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명이 주장하면 독설이지만, 두 명이 함께 주장하면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고, 만약 세 명이상이 한 소리를 내면 그건 사실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에 따라서 말이다. 그것도 이미 해당분야에서 분명한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이 내는 같은 개념이니 말이다.

저자, 하워드 가드너는 네 가지 요소, 즉 ‘훈련된 마음’ ‘종합하는 마음’ ‘창조하는 마음’ ‘존중하는 마음’ ‘윤리적인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훈련된 마음’과 맨 마지막에 설명한 ‘윤리적인 마음’을 가장 강조하는 것 같다. 아마도 ‘훈련된 마음’이 뒤에 나오는 여러 가지 마음의 기본이고, 마지막에 나오는 ‘윤리적인 마음’이 바로 결과물을 만드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하나의 논리와 분야에서 일정의 위치에 오르려면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 기간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한 말에 동의하는 수준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인정하는 것은 자신이 어느 일정 수준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쌓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단지 몇 가지 용어, 절차, 단어 정도를 아는 수준에서 그치게 되면 이는 미래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세상은 얇고 넓은 지식보다는 폭이 좁지만 깊은 지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무라야마 노보루가 <35세의 선택>에서 말하는 것처럼 T자형 인간이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윤리적인 마음’을 주장한다. 모든 결과물은 개인적인 차원, 실리적인 문제를 넘어 윤리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만이 지속가능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 아직 어떤 모습의 세상이 우리 앞에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분명히 다른 세상일 것 같다. 우리가 아무리 현상에 머무르려 해도 세상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을 용납하기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 풀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젊은이들이 한번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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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넘어선 CEO
캐롤 프랭크 지음, 이은주 옮김 / 아인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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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창업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치 마라톤을 직접 뛰는 것을 이를 구경하는 것과 다른 것만큼이나 큰 차이다. 이는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사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예상할 수도 없거니와 막상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코앞에 닥쳤을 때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계약서문제나 사람관리문제는 실제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중요성을 가슴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것에서는 꼼꼼하다가도 진짜 중요한 부분에서는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펼치면 처음 읽게 되는 내용이 저자의 고생담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남들에게 당한 이야기로 언뜻 보면 바보 같기도 한 사건들이자만 실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저자는 중요한 물건을 생산할 공장을 선정하면서 그 공장이 만든 상품을 사전에 확인도 않고 주문했고, 물건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계약금 수준도 아닌 거액을 선금으로 지불했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의, 그것도 주력상품으로 팔고자 하는 새장의 디자인등록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장을 잘못 선택해 고생을 했으면서도 똑같은 일을 또 다시 당했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직장인일 때 봤다면 틀림없이 저자가 무척 한심한 사람이거나 아이큐가 두 자리 수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물건을 생산할 공장에 일절의 계약도 없이 주문을 한다거나 현금을 주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회사에 있을 때는 계약서나 상대방에 대한 보증 같은 문제를 대충 처리하고 싶어도 처리할 수가 없었다. 일단 법무팀이란 곳에서 협조 싸인이 나지 않으면 임원이 결재를 하지 않았다. 법무팀이란 곳은 전문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회사조직으로 직원이 계약하는 모든 서류를 법적으로 따져 회사에 손실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봉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다.

이 부서로 계약서가 넘어가면 대략 이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동안 그 팀에서 하는 일은 계약문구 중에 자사에게 불리하게 된 것은 없는지, 계약하고자 하는 회사의 재정 상태나 경영자의 전과기록 같은 것은 없는지, 회사의 신용등급은 얼마나 되는지 샅샅이 뒤져 하자가 없을 때만이 승인을 해 줬다.

게다가 계약이 잘못되었을 때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상대회사의 담보가 준비되지 않으면 해당 계약서를 검토하는 기간은 한 달 이상 걸렸다. 법무팀 담당자와 계약서를 쓴 직원간의 면담 때문이다. 뭐 이런 말 아니겠는가. ‘왜 이런 엉성한 회사와 계약을 하려고 하나요? 구지 이 회사와 계약을 해야 하나요? 이 회사 말고 다른 회사는 없나요? 당신 말 듣고 계약했다가 잘못되면 당신이 어디까지 책임질 건가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간 큰 직원이 계약서를 대충 써서 법무팀에 보내겠는가.

하지만 이런 것은 회사 다닐 때의 이야기이고, 어떻게든지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개인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 밥 가릴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수를 던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상대방에게 사정을 하다시피해서 물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이런 상황을 처음 당해보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을 보면 세상에는 별의 별 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믿고 맡긴 사람이 회사의 돈을 횡령하는 것을 눈뜨고 당하기도 하고, 좀 더 일을 더 하겠다고 뽑은 직원이 도리어 일을 망가뜨리는가하면,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사업을 함께 시작한 동지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사례들은 제 아무리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하는 일들인 것 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보았는지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을 보면서 최소한 나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문제는 단 몇 가지의 이유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째, 사업의 기본을 망각하는 것이다. 즉 사전확인, 계약서작성, 담보물 설정 등 상대방과 일을 할 때 거쳐야 하는 과정을 무시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한다. 세상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둘째, 좋은 사람과 사업을 같이 할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이 나쁜 게 아니고 돈이 문제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앞에서는 간을 빼줄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돈문제기 걸리면 자기 앞길부터 챙기는 것이 기업가다. 기업가는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을 탓하기보다는 문제가 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셋째, 내 자신을 너무 믿지 않아야 한다. 일 하나가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일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유는 세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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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포노포노, 평화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
마벨 카츠 지음, 박인재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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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이라...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안정과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을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사람도 뭔가 한두 가지는 걱정이 있기 마련이다. 돈이 풍부하면 주위사람과의 관계가, 주위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으면 가족 간의 관계에, 이도저도 아니면 건강상의 문제라도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은 바로 자신 안에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외부에서 찾는다고 한다. 그는 사람관계에 대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외로움 때문에 사랑하는 경우,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외로움을 스스로 이길 때만이 아무런 대가없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 같다.

하지만 이런 말에 대해 반감을 갖지 않게 된 이유는 내가 이런 상황을 조금씩 느끼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까. 예전에는 무척 외로움을 많이 느꼈고,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갈망하는 내 자신을 보며 살았다. 어릴 때는 누군가 옆에서 내 손을 잡아줘야만 편안함을 느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방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본질적인 외로움은 서서히 사라졌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하고 책상 앞에서 일을 해도 그리 외롭지 않다. 과거처럼 누군가 곁에 있어야만 된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누군가에게 뭔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줄었고, 내가 해 준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없어졌다. 그저 사람이 좋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것이고, 그래서 마음이 맞아 이야기가 잘되면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의 시작이 바로 이런 관계가 아닌가싶다.

저자의 말 중에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인간의 정신은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초 의식, 또 하나는 의식,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무의식이란 말이다. 그녀는 초 의식은 신과 연결된 영역이고, 의식이란 우리가 평소 정신, 사고, 의식, 생각이라는 부분이며, 무의식은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과거의 많은 기억을 담고 있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맞대면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담긴 곳이라고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외부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 무의식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없애려면, 외로움과 두려움, 슬픔과 같은 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람과 일에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유심히 보면서 그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바로 자신 안에 있는 무의식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일처럼 느낀다는 것을 보면 저자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일도 일 자체가 고통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나를 버린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현대인들은 한번쯤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문제는 할 수 없는 것보다는 할 수 있지만 자신은 못하는 게 문제이고, 남은 가졌지만 나는 갖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진 우리들이기에 그만큼 더 고통스러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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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 구겐하임 문학상 작가 앤 라모트의 행복론
앤 라모트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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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내용이 재미있다. 남자인 내가 봐도 한 여성의 삶을 살며시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마음에 와 닿은, 그리고 솔직한 저자의 글 솜씨와 말씨가 무척 친근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볼 때는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행동들, 어린 시절 남자들에게 팬티와 벗은 몸을 보여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 대마초나 마약 같은 것에 취해 남자들 사이에서 정신을 잃은 것과 같은 모습들은 내용을 읽다보면 거북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내가 남자의 시각으로, 여성의 정형화된 모습을 머리에 넣은 채 책을 읽기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저자는 패미니스트도, 혁명가도, 진보주의 여성도 아니다. 단지 자신 행복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갖고 나름대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마음가는대로 산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은 재미있고, 읽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책에 소개된 다른 사람들의 평가처럼 그녀의 삶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다거나 깨닫는 그런 감정을 받지는 못했다. 그저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한 여성, 좋은 환경은 아닌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의 삶을 한발 한발 내딛으며 살아간 삶의 단편을 봤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의 느낌도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어떤 감정이나 주제에 대한 몰입보다는 내용의 구성을 유심히 봤다. 누구나 다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삶. 물론 이 말이 우리도 이런 삶을 살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가족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알아가는 청소년 시절, 그리고 ‘나’라는 독립된 존재를 알게 되는 청년시절, 아이를 갖고 가족이란 것을 느끼게 되는 발달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이 책만큼 재미가 있을까? 평론가들이 그 책을 보며 “당신의 가슴에 응어리진 몇몇 문제들에 묘하게 들어맞는 열쇠를 제공하는 고백록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구성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야기의 내용들이 하나마다 결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짧지 않은 생의 이야기 중에서 뭔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내용 말이다. 처음에 내용을 보면 저자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면 ‘아!’ 이런 심정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 삶을 남에게 이야기하다보면 장편소설처럼 되기 때문이다. 긴 인생이야기를 하나씩 쪼개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예를 들어 스토리텔링 책을 보면 영웅이란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영웅이라고 한다. 영웅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뭔가 부족한 한 인간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그때 어떤 상황, 어떤 사람의 도움으로 자신의 내재된 힘을 깨닫고, 이를 물리친다. 물론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영웅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그 사람 삶의 모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연히 아니다. 이야기에 나온 것은 문제 하나를 해결한 것일 뿐이지 그는 계속해서 다른 문제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남녀가 싸우다 화해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다고 치자. 그들은 영원히 행복할까?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래서 둘이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난다. 내가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너무 내 삶을 장편으로 생각하며 앞 뒤 이야기가 하나의 연결 구도를 갖게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고, 마치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또 하나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 사이에 다른 이야기를 집어넣는다. 그 이야기가 왜 들어갔는지 모른 채 내용을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내용이 풍부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 이야기가 저자의 생활과 직결된 이야기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런 돌발적인 이야기에서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저자가 그만큼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외도. 그래서 글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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