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김현 지음 / 북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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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펴는 순간 무척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곧 내 관심을 이끈 것은 책의 서문이다. 저자들은 세계화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한다. 즉 세계화에는 세계 모든 것이 동일하게 된다는 개념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지역의 특색이 강화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정보통신망의 발달 때문이다.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내가 움직이는 행동반경 내에 있는 것만 알 수 있는 게 우리들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든 정보통신망, 특히 인터넷의 힘은 오지 산간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독특한 삶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달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세계화란 동일시와 함께 이질적인 것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게 만들었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니 해야 하는 것은 각자가 간직한 소중한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자는 것이다.

이 책 <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의 내용은 바로 평소 우리가 알지 못한 우리의 문화를 보존하자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남들과는 다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디지털화하여 전 세계인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보며 강하게 느낀 점은 책의 저자들이 단순히 TV에서 나오는 지역탐방기 수준을 넘어 지역문화의 디지털화,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를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라는 점이었다. 특히 2편에 있는 ‘현장조사의 방법과 실제’ 내용을 보면 저자들이 그 동안 해 왔던,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지역문화의 디지털 콘텐츠화에 대한 전문성을 분명히 느끼게 된다.

지역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을 선정하는 기준에서, 그림지도를 만들고 각각의 지명마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붙이는 방법, 이야기꾼을 선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찾아내기 위한 조건, 마을을 걸어 다니며 무작정 찍는 사진들의 가치, 그들의 소리, 식사 등 무척 세부적인 내용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마을이야기부분에서 남들이 생각하는 유명한 명승지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 그들이 아끼는 장소 등을 반드시 자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점 같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이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고자하는 것은 사전이나 지명소개에 나와 있는 공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한 마을에서 진행되는 숨김없는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특별한 기관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처럼 지자체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비싼 광고를 하며 말도 안 되는 카피성 문구를 남발하는 것보다 지자체 내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 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지자체 관계자들에게는 샘물과도 같은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고향을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역의 문화를 찾아내고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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