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크런처 - 불확실한 미래를 데이터로 꿰뚫는 힘
이언 에어즈 지음, 안진환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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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은 항상 이원적인 구조로 움직이는 것 같다. 하나는 요즘 세상에서 중요시 여기는 창조력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논리성인데, 회사든 학교이든 모두가 창조력과 상상력을 강화시키겠다고 떠들썩한 상황에서 인간머리의 지력이 아닌 컴퓨터를 활용한 숫자분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쉽게 말하면 판단하기 상황들을 정확한 정보도 없이 머리만 같고 판단하지 말고 실제 현장에서 얻어진 자료를 통해 결론을 내리라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오랜 시간동안 와인을 감정하면서 그 바닥에서 도가 튼 사람들, 우수한 선수를 스카웃하는 것을 업으로 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 컴퓨터의 예측프로그램에 완패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보다 더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한 곳에 모아놓고 이들을 회귀분석공식을 통해 분석하면 그들의 예상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예측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귀분석 공식은 인간이 만든다는 가정 하에서.




저자는 이와 같은 정확성의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방대한 자료, 즉 테라바이트의 수준을 넘어 페타바이트(1,00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갖고 분석을 하게 되면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도로 정확한 예측 값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능히 가능하고도 남을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무작위추출에 의한 검사다. 숫자가 얼마 안 되는 자료나 모집단에서는 무작위추출이란 것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위에서 말한 수준의 엄청난 자료에서 무작위추출한 표본이라면 이는 거의 모집단을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인간의 두뇌가 가진 역할은 상상력과 착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유효하지만, 자료에 근거한, 즉 기준을 설정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도출함으로써 결론을 얻는 일에서는 컴퓨터의 분석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컴퓨터의 단점이자 장점인 감정이 없다는 것이 이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주어진 자료를 갖고 프로그램 된 대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할 뿐이며 선입관이나 감정이나 편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결과 자체가 무척 객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것을 분석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비교할 것인지는 당연히 인간 머리 속에서 나와야 하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 세상에서 전문가는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실상 과거에는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처럼 보였던 의사의 모습을 상기해 보라. 요즘에는 환자가 의사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경우도 있고, 의사의 진단이 잘못 되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왜냐하면 의사 역시 자신의 경험, 학교나 현장에서 배운 지식을 통해 진단을 하는데, 이와 같은 지식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의료정보와 사례를 한 곳에 모아놓고 이들을 통해 진단한다고 생각해 보라. 복잡다단한 인간의 몸에서 생길 수 있는 수도 없는 다양한 증상을 나열해 놓고, 이들 간의 관련성을 확률로 분석한 자료가 진단한 결과가 더 정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제 세상은 엄청난 자료를 통해 즉각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슈퍼크런처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항상 궁금한 것은 어떤 현상에 대한 예측인데 이런 것을 이들이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의 문제를 기존의 자료를 통해 순식간에, 그것도 개인적인 감이나 느낌이 아닌 명백한 자료에 근거해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라고 한다면 누가 그 말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컴퓨터와 저장 공간의 혁명에 따라 모아둔 자료를 삭제하고 새로운 자료를 저장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슈퍼크런처의 출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방대한 자료. 그것도 현장에서 모은 살아있는 자료들이 있다면 당연히 그것을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 세상은 두 군데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인간만이 가진 감성이라는 놀라운 능력, 또 하나는 이와 같은 감성을 통해 찾아낸 가설을 검증해 줄 수 있는 자료중심의 합리적인 세상이다. 어찌 보면 상반된 개념 같지만 이 둘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전의 양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세상은 나에게는 무척 즐거운 곳이다. 양 쪽 모두 나에게 무척 익숙한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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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메커니즘 - 경제학의 '오래된 미래' 케인스주의를 다시 읽는다
오노 요시야스 지음, 김경원 옮김, 박종현 감수 / 지형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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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전 IMF를 겪으면서 불황이란 것을 경험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다운그레이드 된 상황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당시에는 그래도 한국은 문제가 있었지만 수출하는 나라들은 별 문제가 없었기에 해법이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외화를 늘리고 우리나라의 안전성을 세계에 알리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달리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가 함께 겪어야 하는 상황으로 확산되어 한 나라 안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상황을 보면 가끔 두려워지기도 하는데, 아마 영화에서 거의 백 년 전 미국대공황 시절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길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상점에는 물건이 쌓여있지만 살 돈이 없던 시절. 일거리를 찾아 하루 종일 헤매다 결국 술로 세월을 보내고 마는, 먹고 살 돈이 없으니 범죄가 판을 치던 그런 모습 말이다.

물론 이제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 그런 상황이 다시 재현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힘을 합쳐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를 위한 해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고민은 나같이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이 고민할 문제이기보다는 나라를 이끌어 갈 정책담당자가 고민해야 할 사항인 것 같지만 말이다.

불황은 왜 생길까? 가끔 신문에 나오는 불황기사를 보면 그때마다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잘 나가던 경제가 왜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모두 열심히 살겠다고 이를 악물고 뛰고 있는데 왜 경제는 우리 뜻과는 달리 곤두박질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그 해답이 궁금해 이 책을 보기 시작했고, 무엇인가 속 시원한 해법이 있을까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저자는 내 기대대로 신고전파와 케인즈학파의 이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불황의 원인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내가 자료 분석을 좋아해서인지 이런 저자의 자세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을 보면서 머리에 남는 게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화폐문제다. 화폐란 실물경제를 편리하게 운영하기 위해 만든 것에 불구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화폐 자체가 독립적인 힘을 갖고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노동과 실물도 없는 종이 조각 하나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화폐. 물론 이때 화폐는 우리가 생각하는 돈은 물론이고 수익증권 같은 것을 포함한 말이다. 돈이 돈을 벌고, 그 돈이 또 돈을 벌면서 어느 새 실물 없는 이상한 풍선 괴물이 하나 탄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풍선이 펑하고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통장을 깡통으로 만들어버린다. 뭔가 물건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걸 팔아서 본전이라고 뽑을 텐데 가진 것이라고는 휴지로도 쓰기 어려운 종이 한 장. 어디 가서 변제도 받을 수 없는 허상을 우리는 실제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한 실물과 거리가 있는 화폐경제 이야기다.

물론 다음 장부터는 신고전파와 케인즈학파간의 견해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저자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신고전파는 불황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으며, 케인즈학파는 신고전파와 경제의 운영 원리에서 반대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즉 불황의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르다는 것으로 한 쪽은 공급자의 문제로, 다른 한 쪽은 수요자의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기가 어렵고, 둘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 불황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나름대로 양 쪽 이론의 견해 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면서 두 이론 간의 징검다리를 만들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어떤 이론이든지 완벽한 것은 없으며 실상의 한 면을 강조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이론마저 없다면 우리는 복잡다단한 사회, 경제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불황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 이론이 서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싸우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저자가 만든 징검다리를 통해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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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 - 마음의 평화에서 진리의 깨침까지 동서양 영혼의 탐색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오강남 옮김 / 흐름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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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니 젊은 사람도 자기계발을 위해서 책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해본다. “제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훈계조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개인적인 수다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서점을 찾아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책들이 모두 자기를 사가라고 어우성치는 상황에서 어떤 책이 좋은 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책 소개나 서문을 읽어보면 이건 정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하고도 귀한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책을 사서 몇 장을 읽다보면......쩝. 그러다보니 책을 사기가 부담스럽고 서점을 간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요인이 된다. 내 돈 내고 책 사면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 짜증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자기계발도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책은 실제 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다시 말하면 내용은 그럴듯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며, 책을 팔기 위해 쓰잘 데 없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적어놓은 책이란 선입감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신문광고나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에 책을 샀다가 재미 못한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실천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뭔가 하겠다고 했다가 실패한 경우에 그 책임을 어딘가에 넘겨야 하는데 많은 경우 자신의 의지보다 책 내용이 허망하다고 그 원인을 책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할 경우, 대부분 자기계발서를 추천한다. 이런 종류의 책에는 기존에 나온 내용을 저자가 한번 되씹어 현실에 적응 가능하도록 해석한 것들이 많고, 그렇기에 독자가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말 같지 않은 내용으로 범벅이 된 책도 있긴 하지만, 다른 종류의 책은 안 그런가. 어차피 어떤 종류의 책이든지 간에 모든 책이 다 자신에게 맞는 경우는 없다.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50> 이 책에는 기존에 나온 자기계발서 중에 독자가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 많다. 아니 많다는 것 조금 잘못된 표현인 것 같고, 책에 소개된 책 중에서 내가 읽어 본 책들은 모두 다 그렇다. 책 내용들이 자기계발분야에서 거의 고전처럼 대우받는 책들이고, 내용도 무척 알찬 것들이다. 이런 책들은 저자가 한두 가지의 요령을 정리한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연구하고, 조사한 방대한 자료와 경험들을 책 한권에 압축해 놓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사서 아까운 경우는 책 내용의 깊이가 없거나, 자신이 원하는 주제와는 다른 저자의 신변잡기 같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을 때다. 그러나 책 한권을 읽고 가슴 뿌듯한 경우는, 비록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내용일지라도, 책 내용에 깊이가 있고, 자신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은 경우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대부분이 바로 그런 책들이다.




왜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냐고? 다행히도 한국말로 번역된 책들이 많아 대부분 다 읽어본 책들이고, 누군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자신 있게 추천하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뭔가 좋은 책을 찾고 싶으면 큰 서점에 가서 발 아프게 돌아다니지 말고(물론 그것도 운동에는 좋기에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아마 여기에 나와 있는 책 제목들과 요약내용만 알아도 어디 가서 책 안 읽는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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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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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자의 책을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책으로, 그 책에서 저자의 독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료수집에 대한 근성과 각오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칼럼 하나 쓰기위해 책꽂이 하나만큼의 자료를 본다는 그의 저작습관은 왠만한 사람이라면 따라 하기 어려운 고집 같은 것이었다. 뭐라고 할까.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데 목숨 건 사람같다고 할까. 어쨌든 그 정도 글을 쓴 사람이라면 칼럼 하나 정도는 그저 펜만 굴려도 쉽게 쓸 수 있을 텐데 그 많은 자료를 모아놓고 이를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모습에서 무척 특이한 저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책은 전에 본 책에서는 보지 못한, 저자의 저술방법을 작성한 책이다. 제목은 ‘지식의 단련법’이라고 되어있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지식을 단련하는 이유가 바로 글을 쓰자는 것이니 저술 법에 대한 책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 책 서두에서 강조한 것이 하나 있다. 자신이 말하는 방법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따로 있고, 글을 쓰는 패턴도 다르니 어찌 자신의 방법이 일반적인, 남들이 따라해야 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




나는 저자의 이런 태도가 무척 좋다. 많은 것을 알면서도 구지 그것을 주장하지 않으려는 자세, 자신이 아는 것은 모든 지식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마음가짐, 그렇기에 자신이 하는 것은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것일 뿐, 자신의 모습을 기준으로 세상 사람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그는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다룬다. 하나는 입력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출력에 대한 것이다. 글을 쓰고 생각하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입력이 필요하고, 입력하는 것에는 남다른 방법이 있어야 하는 법. 저자는 자신이 오랜 시간동안 익혔던 자기만의 방법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신문정보를 정리하는 법, 그리고 이를 분류하는 법(저자는 이를 수많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무척 복잡한 것 같다), 그리고 잡지에 들어있는 내용과 이를 정리, 활용하는 법, 그리고 정보검색을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고, 의회도서관과 같은 일반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정성을 들여 쓴 부분은 책에 대한 내용 같다. 그는 이 부분에서 앞의 내용과는 달리 서적구입에서 선택하는 법까지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관심을 끈 것은 입문서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글을 요청받으면 일단 입문서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특히 입문서는 최소한 세 권 정도를 골라 읽는데, 혹시 책을 보는 가운데에서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고 한다. 책 내용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자신의 지식이 짧거나 문장이 애매하거나 번역이 잘못된 경우가 많은데 세 가지 중에서 시간을 쓴다고 이해될 사항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고민하는 시간에 다음 책을 보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앞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이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출력에 대한 부분이다. 입력은 나도 내 방식이 있으니 구지 저자의 생각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력부분은 무척 궁금했다. 수많은 자료를 머릿속에 집어넣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도 대단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버무려 글로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발효’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다. 세상에는 의식과 기억을 관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머리를 컴퓨터라고 생각하고 만든 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머리는 우리가 느끼는 인식부분보다 평소 알지 못하는 무의식 부분에서 많은 것이 일어난다. 출력이란 부분은 바로 무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는 활동이기에 억지로 쥐어짜려고 하지 말고 무의식에서 뭔가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이 책 한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했다. 입력은 입력일 뿐, 그것을 정리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다. 따라서 이를 적절하게 정리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마치 빵을 부풀리듯이 무의식에게 맡겨주자.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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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의 단련법
    from 으악! 2009-10-31 00:12 
    도서관에서 컴퓨터과학 분야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바로 꺼내봤다. 1980년대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번역은 최근에 이루어졌다. 그래도 유용해 보이는 부분을 요약해서 정리해 보았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도 많다. (pp.98-101 요점) 1. 입문서를 몇 권가량 잇따라 읽는 것이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가장 좋은 트레이닝이다. 잘 모르는 대목은 뛰어넘어도 괜찮으니까 척척 읽어나간다. 모르는 부..
 
 
 
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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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살림출판사가 평소 강조하는 분위기와 걸맞은 책이기에 어떤 책인지 궁금함을 안고 책을 펼쳤고, 책을 읽으면서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관심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약 2시간 거리)에 보기 시작한 책을 집에 와서도 계속 볼 수밖에 없었고, 결론이 궁금해서, 결국 책의 마지막 장으로 접고서야 잠자리로 들어갔다. 언뜻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문구 같았지만 책에 들어있는 캅베드의 내용은 설사 그것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구성한 허구의 것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꼭 간직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온 내용이 진짜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안 되어 조금 혼란스러웠다. 왠만한 사람이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부호인 오나시스의 일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실처럼 말이다. 어린 나이에 담배사업으로 성공, 그 성공을 통해 운송업(배)를 시작, 갑부가 되어 수많은 여성들과의 관계, 특히 많은 사람들이 아는 마리아 카라스, 제클린 케네디와의 이야기는 무척 그럴듯했다. 읽다보면 ‘이거 진짜 아냐?’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어느 순간 내용이 진짜면 어떻고 상상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책의 주제, 즉 성공하고 싶으면 그 대상을 공경하라는 ‘캅베드’의 내용과 진실로 공경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말을 자세히 들어 그가 원하는 소망을 들어주면 된다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 전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인 솔로몬이 이런 방식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는데 뭐라고 할 것인가.




특히 저자의 소망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내가 평소 알고 있던 개념보다 더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저자는 사람의 소망은 욕망과는 다른데 이는 그가 원하는 본질적인 추구라는 점에서 시시때때로 변하는 욕망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방이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하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무척 의미 있는 말이었다.




행복한 삶, 성공한 삶, 놀랍고 가슴뛰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것도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 속에.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내용을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독자 마음 속에 강하게 심어 넣은 힘이 있다. 그리고 그 비결은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인 지식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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