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메커니즘 - 경제학의 '오래된 미래' 케인스주의를 다시 읽는다
오노 요시야스 지음, 김경원 옮김, 박종현 감수 / 지형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불황. 10년 전 IMF를 겪으면서 불황이란 것을 경험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다운그레이드 된 상황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당시에는 그래도 한국은 문제가 있었지만 수출하는 나라들은 별 문제가 없었기에 해법이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외화를 늘리고 우리나라의 안전성을 세계에 알리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달리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가 함께 겪어야 하는 상황으로 확산되어 한 나라 안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상황을 보면 가끔 두려워지기도 하는데, 아마 영화에서 거의 백 년 전 미국대공황 시절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길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상점에는 물건이 쌓여있지만 살 돈이 없던 시절. 일거리를 찾아 하루 종일 헤매다 결국 술로 세월을 보내고 마는, 먹고 살 돈이 없으니 범죄가 판을 치던 그런 모습 말이다.

물론 이제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 그런 상황이 다시 재현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힘을 합쳐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를 위한 해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고민은 나같이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이 고민할 문제이기보다는 나라를 이끌어 갈 정책담당자가 고민해야 할 사항인 것 같지만 말이다.

불황은 왜 생길까? 가끔 신문에 나오는 불황기사를 보면 그때마다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잘 나가던 경제가 왜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모두 열심히 살겠다고 이를 악물고 뛰고 있는데 왜 경제는 우리 뜻과는 달리 곤두박질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그 해답이 궁금해 이 책을 보기 시작했고, 무엇인가 속 시원한 해법이 있을까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저자는 내 기대대로 신고전파와 케인즈학파의 이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불황의 원인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내가 자료 분석을 좋아해서인지 이런 저자의 자세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을 보면서 머리에 남는 게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화폐문제다. 화폐란 실물경제를 편리하게 운영하기 위해 만든 것에 불구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화폐 자체가 독립적인 힘을 갖고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노동과 실물도 없는 종이 조각 하나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화폐. 물론 이때 화폐는 우리가 생각하는 돈은 물론이고 수익증권 같은 것을 포함한 말이다. 돈이 돈을 벌고, 그 돈이 또 돈을 벌면서 어느 새 실물 없는 이상한 풍선 괴물이 하나 탄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풍선이 펑하고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통장을 깡통으로 만들어버린다. 뭔가 물건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걸 팔아서 본전이라고 뽑을 텐데 가진 것이라고는 휴지로도 쓰기 어려운 종이 한 장. 어디 가서 변제도 받을 수 없는 허상을 우리는 실제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한 실물과 거리가 있는 화폐경제 이야기다.

물론 다음 장부터는 신고전파와 케인즈학파간의 견해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저자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신고전파는 불황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으며, 케인즈학파는 신고전파와 경제의 운영 원리에서 반대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즉 불황의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르다는 것으로 한 쪽은 공급자의 문제로, 다른 한 쪽은 수요자의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기가 어렵고, 둘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 불황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나름대로 양 쪽 이론의 견해 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면서 두 이론 간의 징검다리를 만들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어떤 이론이든지 완벽한 것은 없으며 실상의 한 면을 강조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이론마저 없다면 우리는 복잡다단한 사회, 경제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불황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 이론이 서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싸우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저자가 만든 징검다리를 통해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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