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저자의 책을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책으로, 그 책에서 저자의 독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료수집에 대한 근성과 각오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칼럼 하나 쓰기위해 책꽂이 하나만큼의 자료를 본다는 그의 저작습관은 왠만한 사람이라면 따라 하기 어려운 고집 같은 것이었다. 뭐라고 할까.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데 목숨 건 사람같다고 할까. 어쨌든 그 정도 글을 쓴 사람이라면 칼럼 하나 정도는 그저 펜만 굴려도 쉽게 쓸 수 있을 텐데 그 많은 자료를 모아놓고 이를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모습에서 무척 특이한 저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책은 전에 본 책에서는 보지 못한, 저자의 저술방법을 작성한 책이다. 제목은 ‘지식의 단련법’이라고 되어있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지식을 단련하는 이유가 바로 글을 쓰자는 것이니 저술 법에 대한 책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 책 서두에서 강조한 것이 하나 있다. 자신이 말하는 방법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따로 있고, 글을 쓰는 패턴도 다르니 어찌 자신의 방법이 일반적인, 남들이 따라해야 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




나는 저자의 이런 태도가 무척 좋다. 많은 것을 알면서도 구지 그것을 주장하지 않으려는 자세, 자신이 아는 것은 모든 지식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마음가짐, 그렇기에 자신이 하는 것은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것일 뿐, 자신의 모습을 기준으로 세상 사람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그는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다룬다. 하나는 입력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출력에 대한 것이다. 글을 쓰고 생각하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입력이 필요하고, 입력하는 것에는 남다른 방법이 있어야 하는 법. 저자는 자신이 오랜 시간동안 익혔던 자기만의 방법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신문정보를 정리하는 법, 그리고 이를 분류하는 법(저자는 이를 수많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무척 복잡한 것 같다), 그리고 잡지에 들어있는 내용과 이를 정리, 활용하는 법, 그리고 정보검색을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고, 의회도서관과 같은 일반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정성을 들여 쓴 부분은 책에 대한 내용 같다. 그는 이 부분에서 앞의 내용과는 달리 서적구입에서 선택하는 법까지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관심을 끈 것은 입문서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글을 요청받으면 일단 입문서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특히 입문서는 최소한 세 권 정도를 골라 읽는데, 혹시 책을 보는 가운데에서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고 한다. 책 내용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자신의 지식이 짧거나 문장이 애매하거나 번역이 잘못된 경우가 많은데 세 가지 중에서 시간을 쓴다고 이해될 사항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고민하는 시간에 다음 책을 보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앞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이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출력에 대한 부분이다. 입력은 나도 내 방식이 있으니 구지 저자의 생각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력부분은 무척 궁금했다. 수많은 자료를 머릿속에 집어넣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도 대단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버무려 글로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발효’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다. 세상에는 의식과 기억을 관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머리를 컴퓨터라고 생각하고 만든 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머리는 우리가 느끼는 인식부분보다 평소 알지 못하는 무의식 부분에서 많은 것이 일어난다. 출력이란 부분은 바로 무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는 활동이기에 억지로 쥐어짜려고 하지 말고 무의식에서 뭔가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이 책 한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했다. 입력은 입력일 뿐, 그것을 정리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다. 따라서 이를 적절하게 정리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마치 빵을 부풀리듯이 무의식에게 맡겨주자.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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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의 단련법
    from 으악! 2009-10-31 00:12 
    도서관에서 컴퓨터과학 분야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바로 꺼내봤다. 1980년대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번역은 최근에 이루어졌다. 그래도 유용해 보이는 부분을 요약해서 정리해 보았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도 많다. (pp.98-101 요점) 1. 입문서를 몇 권가량 잇따라 읽는 것이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가장 좋은 트레이닝이다. 잘 모르는 대목은 뛰어넘어도 괜찮으니까 척척 읽어나간다. 모르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