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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혁신, 라스베이거스에 답이 있다
마이크 랜드. 바바라 랜드 지음, 문현아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한국 사람이라면, 비록 미국에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라스베가스라는 미국도시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동안 영화나 뉴스, 사진, 하다못해 마케팅 사례연구 때도 자주 등장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밤새 도박장이 운영되는, 누군가는 대박 터져 떼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재수가 없어 가진 것 모두 잃고 되돌아오는 것으로 말이다. 라스베가스를 생각하는 순간 떠오르는 느낌은 환상, 즐거움, 색다름, 자극과 같은 단어다.
하지만 그 도시가 사막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도시라는 것을,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어떤 한 사람의 기발한 생각이 왠만한 나라 하나를 움직이고도 남을만한 돈이 돌아가는 곳으로 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그저 사람들은 미국에 있는 도시 이름, 도박이 법적으로 허용된 곳, 밤새 사람소리와 음악, 놀이기구가 돌아가는 곳, 말만 잘하면 공짜로도 호텔방을 쓸 수 있고, 눈이 돌아 갈만큼 진기한 것들이 넘치는 곳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책 앞 장에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저자가 대학에 들어가 친구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대목이다. 그는 친구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묻길래 무심코 자신의 고향은 라스베가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당연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순간 친구들은 눈을 크게 뜨고 이상한 눈으로 저자를 바라봤다. “엥? 거기에 사람이 사는 동네도 있어? 혹시 호텔방, 아니면 카지노 어딘가에 먹고 자는 것이 따로 있나보지?” 하는 투의 눈초리였다. 라스베가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대부분이 호텔과 카지노, 요상 야릇한 놀이기구나 이벤트 등만을 생각하다보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미국 사람이 미국사람에게 말할 때도 이런 정도이니 라스베가스가 고향인 사람이 한국에 와서 이렇게 대답하면 우리들의 표정이 어떨지 안 봐도 뻔하지 않겠는가.
나는 강의 시간에 라스베가스를 자주 인용한다. 사람을 모으고 그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기 위해 항상 변하는 도시,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개발된 무척 새로운 도시, 도시의 모든 것이 철저한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마케팅의 진수, 그러면서도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대한 호텔의 모습들이 시장을 전쟁터라고 보는 마케팅 강의에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라스베가스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스트립거리에 가게 되고,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입이 짝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도박할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하며 그곳에 갔다면 이는 거의 충격 수준일 것이다. 뉴욕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거대한 뉴욕-뉴욕,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그대로 재현시킨 파라오, 오래전 중세시대의 풍취를 만끽 할 수 있는 엑스카리버, 게다가 지하에 있는 포럼 숍에 들어가면 내가 지금 21세기에 사는 지, 아니면 로마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왔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돈이 얼마정도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간 대단한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떻게 보면 라스베가스는 극히 미국적인, 즉 거대한 자본과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재미있고 변화무쌍한 도시다. 마치 허리우드가 엄청난 제작비를 통해 남들은 그저 머리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현실화 시켰듯이 라스베가스는 사람들이 꿈속에서나 가 볼 수 있는 장소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미국의 모습, 통 크게 남들은 생각지 못하는 발랄함, 거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만의 도전정신이다.
책 내용은 기존 마케팅 책처럼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모습과 그들의 성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라스베가스라는 멋진 도시가 초라한 기차역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의 라스베가스도 사막이란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머리 아픈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 게다가 후버댐 없이는 지금의 라스베가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등 라스베가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기술되어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라스베가스의 변천사를 따라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라스베가스에 관심있는 사람. 독특한 사업모델이 어떤 것이며, 그러한 세상의 발전사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무척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