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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앤드 밸리 - 절망의 골짜기에서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라
스펜서 존슨 지음, 김유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은 항상 성장하고, 발전할 수만은 없다. 자신이 뭔가 잘못했거나 실수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사람의 삶 자체가 힘차게 산 정상을 향해 발길을 내 딛을 때가 있으면, 반대로 내리막도 당연히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다못해 계절만 봐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 있는가하면 낙엽을 떨구며 조용히 휴식해야 하는 때가 있고, 내공을 쌓으며 자신의 내면을 한번 되돌아보는 겨울도 있지 않지 않은가. 오르고 내림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내리막길을 걷는 자신의 모습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회의하기 시작하면 인생 자체가 괴롭게 느껴진다.
이 책에는 직장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의 위치가 잘못된 것임을 느끼고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애쓰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계곡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곳에 지겨워 정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노인을 만나며 본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인은 젊은이에게 인간의 삶이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그곳을 지나가게 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항상 성장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정상에 올라간 후 그 모습을 더 오래 유지하는 방법과 내리막길 상황에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세상의 모든 경제가 내리막길인 상황에서 무척 솔깃한 말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정상에서 내리막길로 치닫는 경우, 대부분의 이유가 스스로의 자만과 나태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성공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좀 더 많은 것을 베풀지 않고 자신이 잘 한 것, 남다른 것만을 주장하며 큰 소리를 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계곡에 있을 때 괴로운 이유는 계곡에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그 위치 자체가 자신에 대한 평가인 양 스스로를 질책하고,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 내용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밑줄을 세 번이 상 그은 부분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계곡에 있을 때 ‘진실’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이를 인정하라고 한다. 주인공은 다음 정상을 향해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왔다. 산은 정상과 계곡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폭우를 만났고 혼자서는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곳에 도달했다. 자! 이럴 때 어떡해하면 좋을 것인가? 주인공은 그때 노인에게 들은 말, 즉 진실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 나에게 진실은 이곳을 건너 다음 정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용기를 내어 물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별 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 이럴 때 건너가야만 한다는 것이 바꿔지지 않는 진실이라면 그땐 어떻게 해서든지 건너가야 할 것 아니겠는가.
또 하나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정상과 계곡은 서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정상만 뚝 떨어져 존재하고, 계곡은 계곡대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이 있기에 계곡이 있고, 계곡이 깊을수록 정상은 더 높이 솟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다.
우리는 계곡에 있을 때 두려움과 불안감에 가득 차 있다. 그저 앞을 향해 걸어가면 될 것은 영원히 계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고통에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곡과 정상은 항상 연결되어 있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내리막길에서의 두려움을 제거하는 것인데, 저자는 이런 상황일수록 정상에 도달한 다음 느낄 수 있는 기쁨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라고 한다. 자신의 모습, 그때의 하늘, 냄새, 피부의 느낌, 마음 상태 등을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 아니 어쩌면 계곡 끝에 도착했다는 것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곡은 항상 정상과 연결되어 있고, 그곳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바뀌지 않는 진실이라면, 그리고 내 앞에 놓은 장애물이 건너야할 강이라면 저자 말대로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며 힘을 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