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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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등장인물이 많고,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지나치게 훈계조다.

 

현 세태를 반영한답시고 구겨넣은 아이들의 비속어는

현실감을 준다기보다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교육문제에 대한 비분강개가 지나쳐

작가는 소설이 아니라 일장연설을 하고 있고,

책을 읽는 독자는 선생님께 꾸중듣는 학생 같은 심정이 되고 만다.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과 의견이 담긴 에세이였다면 오히려 좋았을 텐데,

읽는 내내 아쉬웠다.

지나친 것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안타깝게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엄마들 사랑? 그거 자식들 죽이는 독약이에요.? (1권 p.114)

`엄마, 제발 생각을 좀 바꿔. 엄마와 난, 엄마와 딸의 관계일 뿐이지 내가 엄마의 소유물은 아니야.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거야. 서로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거라고. 엄마들은 다 대학 나왔으면서도 왜 그 쉬운 걸 구별할 줄 모르는지 몰라." (1권 p.230)

자신은 그나마 좋은 일 때문에 따를 당해도 이렇게 외롭고 슬픈데, 가난하다고, 못생겼다고, 뚱뚱하다고, 말을 좀 더듬는다고, 몸집이 작다고, 공부를 못한다고, 어리버리하다고 따를 당하는 애들은 얼마나 외롭고 억울하고 슬프고 분했을 것인가. 이제야 그런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가엾게 여겨졌다. (1권 p.270~p.271)

교육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지식의 일깨움이나 전달은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세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반대로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공부가 강조되고, 경쟁이 신봉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실종되어 그 자취가 묘연했다. (2권 p.90)

고민이 생겼을 때 누구와 상담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 40.2퍼센트는 `친구`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0.9퍼센트였다. 그런데 60퍼센트의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대화 상대나 상담 상대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 엄마는 얼마였을까? 엄마는 아예 없었다. --- <중략> --- 그러나 엄마만 버림받은 존재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선생도 가차 없이 버려 상담 대상으로 0.1퍼센트도 나오지 않게 해버렸다. (2권 p.137)

전후의 혹독한 굶주림 속에서 ‘넝마주이‘라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도시의 청결을 해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공을 세웠듯이 오늘의 가난한 청소년들도 법이 보장하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밑바닥 경제를 그렇게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업주들만 가엾은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갈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돌고 돌듯 우리 사회, 우리들 모두가 그 갈취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었다. (2권 p.212)

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 - 문병란 -

민주주의는 / 교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는 진실을 말해야 하고 / 학생들은 그 진실을 배워야 한다.
교단은 비록 좁지만 천하는 굽어 보는 곳
초롱한 눈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자유로이 묻고 / 자유로이 대답하고
의문 속에서 창조되는 진리
아니오 속에서 만들어지는 민주주의
외우는 기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등짜리만 소용되는 출세주의 교육
꼴찌를 버리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일등하기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음독 자살하고
참고서 외우는 죽은 교육 싫어서 목을 매달고
점수에 납작 눌려 있는 초조한 가슴들
교실이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의 목을 누르는 경쟁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이면 오손도손 정이 익어가고
눈과 눈들이 별이 되는 꽃밭
서로의 가슴에 사랑의 강물이 흐르는
교실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공동체
각기 다른 빛깔로 피는 꽃밭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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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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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9년에 미국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 2명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해 교사와 학생 13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의 범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아들의 사건을 반추하며 적어내려간 글이다. 저자는 딜런을 낳고 키운 17년을 꼼꼼히 돌아보며 어디에서부터 양육이 잘못되었는지, 부모가 놓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렇게 곱씹는 과정을 거친 뒤 저자는 아들의 우울증과 자살 성향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점을 자책하고, 폭력적인 성향의 친구를 만나 우울증과 자살 성향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는 것을 탄식한다. 하지만 이런 조짐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일 뿐, 당시에는 약간의 걱정과 아이에 대한 꾸지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고백한다. 결국, 겉으로도 속으로도 별 문제 없는 중산층 가정의 자녀도 이런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부모로서 아이의 성향을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인 듯 하다.

 

물론 아무리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 해도 자식이라면 감싸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선 어떤 소리도 변명과 궤변으로 들릴 터, 게다가 자식의 범죄에 대해 공범의 책임이 더 큰 것처럼 표현하는 내용도 있어 누군가에겐 크나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속죄와 변명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변명을 변명같이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사례나 책 내용, 통계를 인용하고 전문가로서의 자기 경력을 강조하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 줄타기가 너무도 위태해서 책을 읽는 게 불편하고 화나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위태로운 줄타기에 대해 응원을 해 줄 순 없지만 적어도 욕을 하거나 돌을 던지고 싶진 않았다. 엄마로서 아들의 죄를 짊어진 채 고통 속에 살고있는 그의 삶이 안타까웠고 그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글로나마 자신의 가해자의 가족으로 사는 자신의 심경을 호소하고, 변명이든 속죄이든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범죄자의 자식으로, 아내로, 부모로 살고있는 사람이 이런 책을 낸다면 그 책을 읽고 응원해줄 국민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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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부모 - 상처 없이 부모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법
최원호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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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목표의식을 가지지 못한 어린아이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깨닫는 것은 순전히 부모에 의해서이다. 부모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목표를 만들고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17쪽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좀 더 심각하게 표현하면 대상에 대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 감정이 없으니 흥미와 호기심이 없고 그러니 집중할 이유도 없다.-36쪽

산만한 아이를 둔 부모의 문제 유형을 살펴보면 또 하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도덕적이거나 또는 도덕적인 척 한다는 것이다.-39쪽

부모가 아이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의 말을 자르고 무시하면 아이가 경험하는 감정은 `억압`이다. 자신이 뭘 해 봤자 엄마, 아빠는 분명 "네가 어디, 네가 무슨" 같은 반응만 보일 것이 확실하니까 아이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39쪽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잔소리를 하는 부모가 정말 상황을 바꿔 보겠다는 의지로 뭉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아이가 스스로 방을 치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는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잔소리만 늘어놓는 이유는 부모의 목표가 `방을 깨끗하게 하는 것`에 있지 않고 `아이를 야단치는 것`에 있음을 말해 준다.-53쪽

잔소리가 심한 부모는 열이면 열 자신도 잔소리가 심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중략) 20년이 넘도록 부모의 잔소리로 언어폭력에 시달린 사람이 결국 똑같이 자식에게 언어폭력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대물림되지만 그 중 가장 심한 것이 바로 폭력성이다.-54쪽

"우리 아이는 속 썩이는 일이 없어요."라고 자랑하는 부모가 많다. 필자는 이런 부모의 자랑을 믿지 않는다. 그 자랑 속에는 부모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지나치게 복종적인 아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속 썩이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 중에는 아이의 모든 것에 간섭하고 아이를 지배하려는 부모가 적지 않다. (중략)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당연히 자존감이 형성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의 눈에는 더없이 착하고 순종적으로 보이는 아이가 사실은 무언가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의지 자체가 없는, 심각하게 무기력한 아이일 수도 있다.-60쪽

아들러는 `인간 본성의 이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이 유아기부터 갖게 되는 열등감은 열등한 신체, 열악학 사회환경, 경제적 궁핍, 무시와 모욕감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바로 열등감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유아기의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성격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즉 열등감은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동기가 되고 연료가 되기 때문에,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노력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성공과 발전을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90쪽

열등감이 가득한 어른은 한마디로 말해 편견으로 똘똘 뭉쳐 있으면서 지독하게 외로운 존재이다. 이들은 다른사람을 대할 때도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더 먼저 보고 더 많이 본다. 그리고 남이 자신의 약점을 알아차릴까 두려워 자기방어를 많이 하게 된다. (중략)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자기과시가 강하다. 둘째, 방어적이고 폐쇄적이다. 셋째, 자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93쪽

대개의 부모는 진짜 원인을 찾을 생각을 하는 대신 자신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집중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되었나 싶어 집중력을 키워 보겠다고 바둑이나 서예를 가르치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이렇게 되었다 싶어 태권도와 웅변을 가르친다.
그런데 이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이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것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하다가 결국은 중단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나는 뭐든 한 가지도 꾸준히 못하는 불성실한 패배자야.`라는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낙인뿐이다.-101쪽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부모를 둔 아이가 갖게되는 감정은 결국 오기와 분노이다.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눈에 아이는 늘 부족하기만 하다.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아이는 결국 벽에 부딪치는 심정으로 오기와 분노를 갖게 되는 것이다.-103쪽

사회적 열등감을 가진 사람의 치명적 단점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중략) 사회적 열등감은 용기, 지도력, 인기, 이성교제, 재치와 유머 등에 대해 느끼는 부족감이기도 하다.-121~122쪽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할 경우, 아들은 커서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되고 딸은 남자에 대한 혐오감을 배우게 된다.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아 온 아버지의 모습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두 가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131쪽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려면 1차적으로 가족 간에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 아이는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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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숨바꼭질 - 들춰보기 아기 그림책 2 들춰보기 아기 그림책
캐런 카츠 글,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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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숨바꼭질은 17개월 된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이다. 아직은 숨을 줄은 모르고 숨어있는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정말로 안보이게 숨어버리면 찾다 찾다 울어버리기 일쑤지만...  

사실 아이와의 숨바꼭질에선 엉성하게 숨어서 금방 들켜야 제 맛이다. 숨어있는 엄마 아빠를 찾고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치며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인 꼬마도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다. 화분 뒤, 욕실 커튼 뒤, 벽장 속... 아무리 찾아도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이불을 걷자 거기에서 까꿍~ 하며 엄마가 나타난다.  

선명하고 밝은 색감의 캐런 카츠 그림책은 내 딸아이한테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7권의 캐런 카츠 그림책을 갖고있는데, 어느 것 하나 뒤쳐지는 것 없이 골고루 잘 본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플랩북이면서 플랩의 크기나 펼치는 방향이 제각기 달라 아이의 흥미도 돋구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릴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아직은 이 책의 주인공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니질 못하고, 딱 정해진 곳 두세군데만 둘러본 뒤 휙 돌아서버리는 딸아이... 언젠간 정말 머리카락도 안보이게 꼭꼭 숨어있어도 금방 찾을 수 있을 만큼 자라버리겠지. 그 때가 되어도 이 책을 함께 보며 만세를 부르던 오늘을 잊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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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는 나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모교에서 같이 교생실습을 했다. 

결혼 시기는 달랐지만, 둘 다 결혼 후 임신이 되지 않아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같이 성공해서 3주 차이로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둘 다 딸아이를...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살고있기까지 하다.  

둘 다 육아휴직을 한 뒤 아기돌보기에 전념하고 있는 터라, 

심심하거나 육아 때문에 힘들 때 종종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이야기도 나누고,  

아기들끼리도 친해질 수 있게 얼굴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점점 이 친구를 만나는 게 두려워진다. 

내 딸은 사람들이 이렇게 순한 아이는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순둥이인 반면 

친구 딸은 까칠 대마왕인 것... 

자기 장난감을 못 만지게 하는 건 약과고, 내 딸의 장난감도 자기 걸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고, 

자기 장난감을 돌려달라고 두 손을 모아 "주세요"를 하는 내 딸아이의 얼굴을 꼬집고, 

어깨를 밀어 넘어뜨리기 일쑤다. 

내 딸은 그저 서서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서럽게 울고, 

차마 친구 딸을 야단치지 못하는 나는 그저 딸을 안고 토닥거리기만 한다. 

다른 사람을 먼저 때리진 말아야겠지만 때리면 맞으라고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딸아이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큰 소리로 말했다. 

"석영아, 친구가 때리면 너도 같이 때리고, 꼬집으면 너도 같이 꼬집어! 먼저 때리진 않아도 맞지는 말아야지~" 

딸아이는 내가 하는 소리를 듣더니 자기 볼을 꼬집고, 자기 배를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러더니 이내 손을 내저으며 자기 얼굴을 쓰다듬는다. 

때리면 안되고 이렇게 쓰다듬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 내가 그렇게 가르쳤지. 가끔 인형을 던지고, 내 머리를 잡아당기길래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인형이나 사람은 "예쁘다~"하면서 쓰다듬어줘야 하는 거라고... 

내가 가르쳤었다. 

그랬던 엄마가 같이 꼬집고 같이 때리라 했으니 15개월 짜리도 그건 아니다 싶었던가 보다.

그냥 계속 이렇게 키워도 괜찮은 걸까? 

조금은 독하게, 조금은 영악하게, 조금은 싸가지없게... 그렇게 길러야하는 건 아닐까?

"그래, 네 말이 맞아. 친구는 때리면 안되고 예쁘구나~ 해줘야지." 

겉으론 이렇게 대꾸하면서도 난 속으로 계속 외쳤다. 

"그래도 석영아, 맞지만 말고 너도 때리고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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