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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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9년에 미국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 2명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해 교사와 학생 13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의 범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아들의 사건을 반추하며 적어내려간 글이다. 저자는 딜런을 낳고 키운 17년을 꼼꼼히 돌아보며 어디에서부터 양육이 잘못되었는지, 부모가 놓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렇게 곱씹는 과정을 거친 뒤 저자는 아들의 우울증과 자살 성향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점을 자책하고, 폭력적인 성향의 친구를 만나 우울증과 자살 성향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는 것을 탄식한다. 하지만 이런 조짐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일 뿐, 당시에는 약간의 걱정과 아이에 대한 꾸지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고백한다. 결국, 겉으로도 속으로도 별 문제 없는 중산층 가정의 자녀도 이런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부모로서 아이의 성향을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인 듯 하다.

 

물론 아무리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 해도 자식이라면 감싸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선 어떤 소리도 변명과 궤변으로 들릴 터, 게다가 자식의 범죄에 대해 공범의 책임이 더 큰 것처럼 표현하는 내용도 있어 누군가에겐 크나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속죄와 변명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변명을 변명같이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사례나 책 내용, 통계를 인용하고 전문가로서의 자기 경력을 강조하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 줄타기가 너무도 위태해서 책을 읽는 게 불편하고 화나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위태로운 줄타기에 대해 응원을 해 줄 순 없지만 적어도 욕을 하거나 돌을 던지고 싶진 않았다. 엄마로서 아들의 죄를 짊어진 채 고통 속에 살고있는 그의 삶이 안타까웠고 그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글로나마 자신의 가해자의 가족으로 사는 자신의 심경을 호소하고, 변명이든 속죄이든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범죄자의 자식으로, 아내로, 부모로 살고있는 사람이 이런 책을 낸다면 그 책을 읽고 응원해줄 국민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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