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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게임 ㅣ 좋은책어린이문고 12
우르줄라 듀보사스키 지음, 장미란 옮김, 김상균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아이들은 외동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자 노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속의 세 아이들도 각각 혼자서 노는 아이들이다. 이웃사촌인 세 아이는 모두 따로 놀면서 이웃에 사는 아이를 서로 눈여겨 본다. 그러던 어느 날 울타리를 개조하기 위해 세 집의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세 아이에게 공동의 큰 놀이터가 생긴다. 프레드, 로울리, 래빗 세 아이는 이렇게 해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함께 비밀클럽을 만든다. 서로의 놀잇감과 놀이장소를 공유하면서 공유와 양보 그리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세 아이가 이렇게 친해졌을 때 이제 거위게임이 나타난다. 중고물품가게에서 모두의 용돈을 털어서 함께 구입한 거위게임은 알고 보니 보통의 게임이 아니다. 주사위를 던지면 게임속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는 게임인 것이다.
가장 나이어린 6살의 래빗이 먼저 게임 속으로 들어가고, 이어 로울리와 프레드도 모두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각기 다른 장소에 도착한 그들은 혼자서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경험한다. 사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것이 자신들의 상상과 두려움의 결합체라는 것을 모른 체 그들은 그것들과 싸워 스스로 극복해낸다.
다른 두 아이보다 나이어린 래빗은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왔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내적 성장을 하며 해결책을 찾아낸다. 로울리는 도움이 필요한 기사를 끝내 져버리지 못하고 그를 도와준다. 의지가 굳은 프레드는 깊은 함정에서 빠져나오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마침내 세 아이가 다시 만났을 때 세 아이는 내적인 성장을 하고 더 성숙해진 상태이다.
그러나 게임에서 이기는, 즉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진짜 해결책은 가장 나이어린 래빗이 제공한다. 가능하지 않아보이는 것도 굳게 믿는 희망. 바로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은 래빗에게 거위가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위는 백조와 흡사하다. 그러나 하얗고 빛나는 외양은 비슷한데 날 수 없다. 거위에게 꿈이 있다면 무거운 몸을 하늘높이 두둥실 띄워보는 것이 아닐까? 비상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누군가를 위해 거위는 엎드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프레드와 로울리는 거위의 비상 가능성을 의심하지만 래빗은 순수한 희망으로 거위를 믿어준다. 놀랍게도 거위는 비상하고 래빗의 희망이 그들을 게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즉 이길 수 있게 해준다.
아슬아슬하게 거위게임에서 빠져나오는 듯 했는데, 그들은 거위게임과 노아의 방주놀이세트 중에서 갈등하던 중고가게에 그대로 있다. 순간 그들이 정말로 거위게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상상이 순식간에 그들을 거위게임의 세계에 들어가게 했을지 의문이 일지만... 뭐 어떠랴!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이 더욱 굳건해졌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울타리가 다시 생겼지만 그들의 마음에 생긴 서로를 향한 작은 문은 울타리에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영화와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순식간에 어떤 다른 장소로 옮겨가고, 순식간에 화면이 바뀌고 또다른 장면이 된다. 상상 속을 마음껏 유영해 다닐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 책이 굳이 뭔가 교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뭔가 부족해보일 수도 있지만 어린이들이기에 가능한 무한상상의 힘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게 책 속으로 올인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고싶다면 읽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