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간 모아둔 <오늘> 신간 소개를 다 올리는군요. 권마다 따로 올릴까 하다 너무 많이 밀려서 3권씩 모아 올렸는데 다 올리고 보니 아쉽습니다. ^^; 게다가 네이버 검색 시스템이 이상해서 계속 검색이 안되는 상황을 겪고 보니... 그래서 2013년부터는 아예 알라딘으로 이주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후에 책을 통해 얘기하겠지만 네이버도 참 나빠서요. 암튼, 최신호의 신간 소개까지 다 올렸습니다! :)



<오늘> 2012. 9~10월호 신간 소개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김경주 옮김 한빛비즈


지금까지 가운데 가장 사심 가득한 책 소개가 아닐까 합니다저의 20대를 우울과 몽상으로 채워준 그룹 라디오헤드그들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 나왔습니다이 어찌 아니 기쁠까요하지만 개인적인 호감을 뛰어넘는 의미가 이 책과 라디오헤드에는 있습니다혹여나 라디오헤드를 모르는 분이 있을지 모르니 설명을 조금 드려야겠네요언젠가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팝 전문지 필진이 정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들을 소개해 준 적이 있습니다. 10위를 라디오헤드의 2000년 앨범 <Kid A>가 차지했습니다그런데 그보다 더 잘 알려진 명반 <OK Computer>가 한 번 더 나오겠거니 기다렸는데 안 나오더군요. 4위가 비틀즈의 앨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3위는 너바나였어요. ‘이럴 수가 이 사람들 왜 빼먹은 거지!’, 하는 찰나, 2위를 라디오헤드의 <The Bends>가 차지했다고 하더군요순간 설마’ 했는데바로 1위가 <OK Computer>였습니다사설이 길었습니다만이 위대한 밴드의 음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역사를 폐부 깊숙이 찔러오는 이미지로 그려냅니다음과 가사가 모두 시대의 우울과 그에 대한 저항과 저항 할 수 없어서 고뇌하는 파편들을 담고 있습니다가사를 잘 못 알아들어도 음악만으로 그걸 전달해 내니 참 대단하죠이 책은 바로 그 진면목을 확인하도록 도와주면서라디오헤드의 음악이 가닿는 철학적이고도 실제적인 세계로 독자를 초대합니다.캄캄한 암흑 속을 헤매고서야 만날 수 있는 희미한 빛을 떠올려 보세요아시겠지만빛은 암흑 속에서 더 밝지요이 책과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암흑과 빛 모두를 만나게 해 줄 거예요.


 

박흥용 지음 포이에마


예수가 활동하던 시대 유대 지방에 야이로라는 대장장이가 있었답니다그의 아버지도 대장장이였는데명검을 만들어보려고 대장장이 기술을 갈고 닦다가 마지막 검을 하나 남기고 일찍 죽었다고 해요그 뜻을 물려받아서인지야이로의 검에 대한 고통스럽고 집요한 추구도 그 아버지나 라디오헤드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그런 그가하늘의 검 예수를 만납니다인간의 삶과 신앙에 대한 비유라고도복음서 다시 쓰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만화 <>의 내용 일부입니다영화화되기도 했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으로 평단과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박흥용 작가가 1992국민일보에서 연재했던 작품이죠당시 연재되는 내내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들으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 작품은 이후 한 무명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지만 곧 절판되었답니다그래서 그간 풍문 속에서만 한국 기독교 만화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졌는데이번에 연재 20주년을 기념하여 재출간되었습니다게대가 본문을 새로 조판하고 작가가 손수 칸을 재배치하고 색을 입혀 올컬러로 부활했습니다생존과 자유진리와 구원의 문제가 만화 속에 오롯이 스며들었습니다이런 커다란 주제들을 담은 야이로의 이야기는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다 예수를 스쳐지나갔거나외면했거나혹은 인격적으로 만나 항복하고 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굿모닝 예루살렘

기 들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길찾기


예루살렘은 끊이지 않는 분쟁의 공간입니다종교문화인종국가적 다툼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바로 그곳을 다녀온 만화가가 1년여 간의 시간을 만화 속에 담았습니다평양도 다녀와서 <평양>(문학세계사, 2004)을 펴내었던 이 역마살 든 만화가는 예루살렘에서도 처음엔 일상을 간단하게 담을 생각이었답니다하지만 알면 알수록 복잡해지는 예루살렘의 상황이 만화 곳곳에 담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읽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어찌나 복잡한지 읽는 내내 이해와 오해를 넘나듭니다하지만 이건 만화가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바로 그곳예루살렘이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래서 결국은 일상적으로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지요기 들릴은 예루살렘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를또 처음 와본 새로운 세계의 하루하루를 외부자의 시각에서 간결하면서도 세부의 진실을 놓치지 않고”(만화평론가 박인하그려냈습니다이 작품으로 그는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했는데요이 해 심사위원이 바로 만화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의 아트 슈피겔만이었다고 해요. <>를 통해 르포르타주 만화의 의미와 매력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그 작가가 인정한 이 만화 속의 예루살렘으로 걸어들어가 보는 걸 추천합니다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오랜 반목의 역사를 담고 있는 만화인 만큼기독교인으로서도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하지만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아요그림도 귀엽고만화답게 소소한 재미도 여기저기 숨어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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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2. 7~8월호 신간 소개



 

삼성에 없는 것 단 한 가지사람 냄새 

김수박 지음 보리


작년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정의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욕망이 그런 인기를 낳았다는 해석이 제출한 한 평자는이 정의에 대한 욕망이 지금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인식에서 생겨났다고 말했습니다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잘 나가는 기업도 지금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데 한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그 몇 해 전 <삼성을 생각한다>를 필두로 해 번지기 시작한 삼성의 불법에 대한 지적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로 이어졌고마침내 그는 유죄를 언도받았습니다하지만 그는 얼마 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 원래 자리로 복귀했습니다이처럼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 가장 크고 잘나가는 기업이고 또 돈 많은 사람은 죄를 지어도 쉽게 사면되니어찌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아니라 할까요헌데 삼성의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기여는 이건희 회장 개인에 그치지 않습니다그 이유 중 하나를 꼼꼼하게 만화로 그린 것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이 책입니다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가운데 약 30명이 백혈병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사유로 사망했습니다그 중 태반이 2,30대의 젊은 나이였습니다이정도로 많은 숫자라면 업무와의 관련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삼성은 산업재해가 아니라 하고 근로복지공단도 아니라 합니다. <사람 냄새>는 스물네 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유미 씨를 중심으로 이 이상하고 슬픈그리고 사뭇 정의롭지 않아 보이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과연 정유미 씨와 여러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일까요함께 출간된 <먼지 없는 방-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김성희보리)와 더불어 보면 더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실유포죄 

박경신 지음 다산초당



또 얼마 전 얘기를 하겠습니다. ‘쓰레기 만두 파동이 막 빚어졌을 때많은 소비자들이 만두를 먹지 않았습니다당시 처음 언론보도에서 쓰레기 만두를 생산한 기업이 어디였는지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만두가 쓰레기 만두일지 몰라서였지요왜 언론은 그걸 알리지 않았을까요우리나라 법에는 명예훼손죄란 것이 있어서 비록 어떤 발표가 사실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때에는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언론에서는 사실을 발표할 때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그것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이 나면 처벌을 받게 되니까요이후 만두 사건의 추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만어쨌거나 명예훼손죄를 피하기 위한 언론사의 익명보도로 인해 양심적인 만두업체까지도 큰 타격을 입었던 것만은 사실입니다양질의 만두를 먹을 소비자의 권리도 한동안은 보장받지 못했던 셈이고요법률전문대학원 현직교수로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검열위원으로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경신 교수가 쓴 칼럼을 모은 책의 제목 <진실유포죄>는 바로 이 명예훼손죄의 다른 이름입니다진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다른 많은 우리나라 법들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또한 법의 적용과 판결에서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실유포죄>는 이런 법적 문제들 가운데,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들을 지적해 논평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저자가 표현의 자유를 중심에 두고 법을 사유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표현조차도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인터넷실명제선거규제심의제도 등 마땅히 정의로워야 할 법의 썩 정의롭지 않은 측면을 고발합니다.



청춘 콘서트 2.0 청춘액션이다 

평화재단법륜김제동김여진 지음 월드김영사


청년들이여가슴을 녹이던 달콤한 위로의 말들과 과감히 이별을 선언하라네 몸을 일으켜 행동하라두 눈을 똑바로 뜨고자신과 마주한 현실을 바라보라그리고 분노하라이것이 진정한 청춘이다.” 청춘 콘서트 2.0 무대 위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책으로 옮긴 <청춘 콘서트 2.0 청춘액션이다>의 표지에 박힌 문구입니다앞서부터 쭉 이야기해온 바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알려주는 말로 읽힙니다. “겉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들어맞지 않습니다내용도 표지의 말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첫 장을 맡은 법륜스님의 말투부터가 달콤한 위로와는 거리가 멉니다청년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스님은 일단 질문자의 개인적’ 고민이 초점부터 잘못되었음을 질타하곤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그 고민에 잇닿습니다다음은 개그맨 김제동이 문재인우석훈,주진우와 같은 인물들과 함께또 청년들과 함께 나눈 대화입니다청년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미안해하는그러면서도 현실을 직시할 안목을 제시하는 패널들과 솔직한 청년들의 이야기의 하모니가 따뜻합니다배우 김여진이 맡은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춘들이 만나 현실적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비정규직반값등록금 등의 문제와 대결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뜨겁습니다콘서트 자체의 매력을 잘 살려 책으로 풀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청년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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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2. 5~6월 신간 소개


(3월 7일 첫발파 때 강정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쓰는 모든 글에는 강정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책 소개에도요.)

























우리 마을 이야기

아키라 오제 그림이기진 옮김 길찾기


사라져간 것들이 있습니다개그콘서트에서 황현희가 외치는 위대한 유산 다 어디갔어?”처럼 유쾌하면 좋으련만도저히 웃지 못하게 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만화 <우리 마을 이야기>(전 7)의 마을이 딱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1966년 도쿄에서 멀지 않은 산리즈카 촌 사람들은 나리타 공항이 그 마을에 생긴다는 소식을 TV에서 들었습니다마을에 무언가가 생긴다면 그 마을 사람들이 먼저 상의해야 할 것일진대, TV 뉴스가 덜컥 통보를 해온 거지요마을은 난리가 났습니다처음엔 모두 반대였어요. 20여년을 고생해가며 가꾸어 겨우 땅을 알게 되고 좋은 작물을 거둘 수 있게 되었는데그 땅이 활주로가 된다니까요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당근을 제공하니 어느새 마을 사람 절반 이상이 일명, ‘조건파가 되었습니다땅으로 먹고사는 게 힘겹던 빈농들 상당수가 이 기회에 좋은 조건에 땅을 내놓기로 결심한 거죠그래도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반대파가 여전히 남아있으니한 학급에서도 조건파’ 집 아이들과 반대파’ 집 아이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한 집안 형과 아우가 서로 반목합니다벌써 이 시점에 공항건설 통보 이전의 산리즈카 마을은 사라지기 시작한 거겠죠그럼에도 한줌 남은 마을의 의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무시무시한 국가와 공권력에 대항해 싸웁니다마지막에는 주민의 10% 정도만이 남아서요알다시피나리타 공항은 1978년에 개항했습니다그들의 저항이 끝났던 걸까요그런데 1995년에 수상이 정부를 대표해 사죄발언을 했습니다애초에 일방적이고 강권적인 정부 결정이 잘못이었다는 걸 국가가 인정한 거죠다 사라지게 만들고서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답니다하지만 중요한 것이 사과조차도 수십 년을 계속 반대하며 저항해온 이들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거란 거죠때린 놈이 때린 걸 기억 못하면기억하게 만드는 것그것이 산리즈카의 계속된 반대가 이룬 것이었습니다사라지되 그냥 사라지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아키라 오제는 그 사람들의 삶을 현미경과 망원경과 육안으로 꼼꼼히 살피고 만화 다큐멘터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이제 마을은 사라지고, <우리 마을 이야기>가 남아서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기억하네요구럼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제주 강정 마을의 문정현 신부가 추천사를 썼습니다. “너무도 닮았다는 게 신부님 말씀입니다.



인디언 마을 공화국

여치헌 휴머니스트


공항이 들어서면서 산리즈카 마을이 사라졌단 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닙니다저도 <우리 마을 이야기덕에 겨우 알았어요그런데 정말 유명하게 사라진 것이 있죠물론 남아야 있지만 그들의 원래 존재 형태로 산다기보다는 보존되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인디언들이 그렇습니다. <인디언 마을 공화국>은 바로 그 인디언들이 사라져간 여정을 훑어보고 있어요이 책의 부제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왜 국가를 만들지 않았을까인데요산리즈카를 사라지게 했던 것이 국가’ 주도 개발주의라는 걸 기억한다면 이 책의 인디언과 국가에 대한 물음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을 거예요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북아메리카인즉 미국인이 되기까지인디언에겐 아예 없었고 이주민에게는 본토에 있었던 국가라는 구조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이 책의 물음대로 국가를 만들지 않았던 인디언들은국가가 없어서 사라져버리고 왜소해져 버린 걸까요아니면 애초에 국가를 만들고 그것으로 온갖 좋고 나쁜 짓을 다 해온 유럽인들의 국가적 삶의 방식과그 국가에서 뻗어져 나와 자기네 마음대로 대륙이라고 이름붙인 땅을 개발해온 유럽 출신 이주민들의 국가 만들기가 그 외부를 정복하고 갈취하고 결국에는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으로밖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을까요이 책은 뿌리부터 시작하는 소상한 설명과 뿌리 저 너머까지 묻는 접근법으로 이런 질문들을 이끌어내고 답하도록 도와줍니다.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선우 창비


사라진 것은사라지게 한 것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이 있습니다지금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지금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이 있습니다그 시인은 책임져야 할 가해자와책임을 요구해야 할 피해자를 명확히 지목합니다바로 ’. ‘는 사라지게 하기도 하고 사라져가기도 합니다시인은 그런 내가 사라지게 하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사라지는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애쓰며 노래합니다내가 로서 존재하며 너라는 또다른 와 함께 살며 우리라는 들이 될 수 없을까 상상하며 말을 만지작거립니다그래서 이것은 시를 통한 의 무한한 혁명입니다. ‘로부터 시작해 ’ 아닌 것들과 공생하며 를 비롯한 모든 를 억압하는 것들에 함께 저항하는 혁명입니다그래서 시인은 이 시집의 제목을 구럼비에 기꺼이 빌려주었습니다자기 것이 아니라면서. “구럼비우리의 무한한 혁명에게하여어떤 것도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구럼비도붉은발말동게도강정 사람들도 산리즈카의 목장이나 인디언처럼 되지 않게 하려는 혁명의 의지를 담은 시편들부디 이 시인의 저미고 낭랑한 노크에 문을 열어주세요노크하는 사람의 쓸쓸한 미소라도 보아주세요거기에 있는 와 조우해 혁명을 무한히 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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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2년 3,4월호 신간 소개



<오늘>에서 책 소개를 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그동안은 딱딱한 글투를 고집했는데요새해를 맞으면서 뭔가 변화를 주고 싶더라고요그런데 12월호는 12월에 마감이니까정작 글 쓰는 저는 새해 맞는 기분도 안 나고 해서 그냥 그대로 갔어요허나이제 34월호에서는 꽃피는 봄을 맞는다는 핑계와 함께 좀 부드럽게 써보려 합니다독자분들 반응이 좋으면 계속 부드럽게 가려고요오홍홍.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 2 

CBS 기획 생각을담는집


문체를 바꾼 만큼첫 책도 뭔가를 바꾸는’ 걸로 소개할게요원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은 기독교방송 CBS에서 기획하는 강연 및 방송 프로그램 제목입니다줄여서 <세바시>라고 하죠열정과 끈기또 새로운 생각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분들을 모셔서 1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요이걸 책으로도 묶어 내고 있습니다저는 1권은 읽지 못했고 이번에 출간된 2권부터 읽었어요홍세화(<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저자), 박총(<복음과 상황편집장, <욕쟁이 예수저자), 하종강(노동운동가등 23인의 이야기가 마치 풍성한 뷔페처럼 펼쳐진 <세바시> 2권을 읽고 나니세상엔 아직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GO 운동가사회적 기업 대표예술가학자 등의 생생한 이야기가 언론에서 주로 만나는 별로 멋지지 않은 사건·사고 이야기와 너무 비교되는 거 있죠그래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마냥 <세바시>에 더 푹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글로 읽는데도 강연자가 얘기하는 걸 직접 듣는 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맘에 쏙 드는 꼭지는 첨부된 URL 인터넷 주소와 QR코드를 통해 동영상으로 만나기도 했어요영상과 비교해 보니 책은 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면이 좋았어요어쨌든 책으로든 영상으로든 꼭 맛보시길 바랍니다짧고 강하게 그냥 강추합니다. <세바시뷔페 메뉴 중 반 이상은 정말 맛나서 감동하실 거예요.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김성희김수박김홍모심흥아유승하이경석 보리


앞서 소개한 책은 세상을 바꾸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그런데 그들은 왜 세상을 바꾸려 할까요가장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에 바꿀 구석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이 바꿀 구석은 이상과 현실을 기준으로 발견됩니다정말 좋은 무언가가 있어서 그 이상적인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을 수도 있을 테고요현실이 너무 지옥 같아서 바꾸고 싶을 수도 있을 테지요둘은 얽혀 있어서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지만, <세바시>는 전자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그래서 힘차고 희망차죠꿈꾸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도 막 좋아지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져요그런데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정반대의 이유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집니다이 책은 또 다른 용산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만화 모음집이에요여기 참여한 만화가들 중 다수는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제목의 책에서도 용산 참사를 만화로 그렸던 분들인데요이번 책에서는 재개발 상황 속에서 고통 받는 다른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그렸어요그러니까우리가 알고 있는 용산 참사는 재개발로 인한 여러 갈등과 문제가 돌출된 한 부분일 뿐이란 거죠만화를 보니 고양시 덕이동부천시 중3성남시 단대동 등 여러 재개발 지역들이 용산과 닮은꼴이더군요이 닮은꼴이 가장 비극적인 경과를 밟으면 지역 이름 뒤에 참사라는 꼬리말이 붙게 될 테지요이 책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막자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자고 그림으로 말하는 듯합니다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바꾸자고 하는 대신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눈물 흘리고 있는 우리 이웃의 아픔과 괴로움을 그림 속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콩고콩고

배상민 자음과모음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도 비슷한 맥락에서 얘기해 볼 수 있어요앞의 두 책이 논픽션인데 반해 이번 책은 픽션이라는 차이는 있죠하지만 이건 읽기에 따라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어요허구도 실제 세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탄생하지 못하니까요아무리 <콩고콩고>가 서기 1만년을 무대로 해 막을 여는 SF 소설이라 해도 작가와 독자가 사는 실제 세계가 집필과 독서 과정에 끊임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죠특히 <콩고콩고>의 작가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SF의 얼개를 빌어 현대 세계의 인간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소설 이야기는 길게 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짧게 배경과 인물에 대해서만 말씀드릴게요. <콩고콩고>는 크게 두 시대즉 2000년대 전후의 현대 세계와그 8000년 후의 미래 세계를 오가며 진행됩니다하지만 주인공들은 2000년대 전후의 현대인들이지요평범한 현대인들은 아니에요. ‘와 은 그들 스스로 진화된 인류라고 믿고 있는 꽤나 부담스러운 아이들이거든요김연아 같은 체형의 는 유서 깊은 사창가 집안에서 태어난 똑똑한 여자아이고아이큐 테스트를 할 때마다 78을 기록하는 머리 큰 아이 은 미혼모의 아들이에요창녀의 딸이라고 또 바보라고 세상에 왕따 당하는 이들 ?‘과 이는 작당하여 세상을 왕따 시킵니다체형부터가 미래 인류의 형상을 한 그들은 마치 영화 <X>의 돌연변이들처럼 진화한 미래인류이니 보통 사람들과는 이 다르다나요과연 더 진화한 이들 과 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려 할까요소외된 이들의 입장에 서서 바꿀 구석에 대해 현실과 이상’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입심 좋게 이야기하는 소설, <콩고콩고>입니다가볍게 읽는데 가슴은 무거워지는쓴웃음 나는 경험도 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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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2년 1,2월호 신간 소개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 사계절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만화가 최규석의 그림과 글로 탄생한 스무 편의 우화를 담고 있다어릴 적 이솝우화를 즐겨읽었던 나는 꽤나 오랫동안 기탁할 우자를 쓰는 우화(寓話)를 우화(愚話)로 잘못 알고 있었다이 어리석은(오해는 필시 우화 속 주인공들이 예외 없이 바보 같았던 데서 연유했을 것이다서로 먹지 못할 식사를 내놓았던 여우와 두루미도물고 있던 뼈다귀를 물에 빠뜨려 버린 개도벌거벗은 임금님도 어쩜 그리 바보 같았던지하지만 조금 커서는 알게 되었다현실에는 이보다 더한 바보들이 많단 것과이 세계가 정말 바보같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그리고 우화는 그런 인간과 세계를 풍자하며 교훈을 안겨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대한민국 원주민>, <울기엔 좀 애매한등의 만화를 통해 어딘가 어긋난 세계의 안타까운 결과물들을 그려왔던 최규석은, ‘우화라는 이름을 담고 내놓은 새 책에서는 그 어긋난 세계의 바보 같은 점을 흥미롭게 폭로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회했다만화가 최규석을 사랑했던 나이지만우화가 최규석의 새 책도 무척이나 반갑다편편마다 스타일을 바꾸어가는 그림체도 벌써 대가의 반열에 진입한 듯하며무엇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이솝이나 톨스토이에 비견할 만큼 강력하다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바보 같은 세상에 최규석이 던진 힘센 우화가 널리 퍼지길 희망한다그 중에서도 <가위바위보>는 지금 당장 들려주고 싶어서 못 견딜 정도다. “뭐든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마을이 있었대그런데…….”


블로그로 만나는 제2의 인생 

정성욱·신충 지음 생각비행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다블로그를 활용하는 건 기본이고, SNS 하나쯤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들 정도다물론 시대의 흐름 같은 게 중요한 건 아니다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이다하지만 마침 당신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잔뜩 있다면좋아하는 뮤지컬이나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내가 제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혹은 나만의 독서 기록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면새해를 맞아 블로그 인생을 시작하는 거다그럴 때모든 걸 책으로 배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블로그 입문서가 필요하다당연히입문자를 위한 실용서는 쉽고 상세해야 한다지나칠 만큼 친절해야 한다입문자는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다단순한 글 올리기 외에는 진즉에 포기했던블로그 개점휴업 2년차인 나 역시 입문자에 다름 아니었다. RSS라거나 트랙백이라거나 메타블로그 같은 말들을 들은 지는 오래 되었건만 귀에 익숙하다고 다 아는 말은 아니더라하지만 이제는 의미를 알 뿐만 아니라 구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다 지나칠 만큼 친절한 <블로그로 만나는 제2의 인생덕분이다국내 대형 블로그 사이트만 해도 네이버다음 등 다섯 군데나 되다 보니 사이트마다 블로그를 개설하는 방식도기능을 활용하는 방식도 각각 다르다그런데 이 친절한 책은 개설뿐만 아니라 중요한 기능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다섯 사이트 각각 올컬러 사진을 통해 설명해 준다블로그를 하는 기쁨과 블로그 사회생활 에티켓도 저자의 넓은 정보력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알려 준다. SNS 맛보기 등을 다룬 부록도 튼실하다실용서는 써보고 하는 추천이 진짜일 터써본 사람으로서 보증한다새해를 맞아 블로그를 시작하는 데 안성맞춤인,쉽고 상세하고 친절한 블로그 입문서다.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문학동네


누구나 힘겨운 순간이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이 먹먹한 참말은그러나 무엇도 설명해 주지 못한다위로도 되지 못한다.나의 아픔너의 아픔그들의 아픔이 누구나의 아픔으로 일반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아픔은 모두 다르게 아픈 거니까.하지만 때로 나의 아픔과 너의 아픔이또 그들의 아픔이 서로 만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달리 아프지만 함께 아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해 일어나는 기적이 있는 것이다한강의 새 소설 <희랍어 시간>은 그녀의 아픔과 그의 아픔이 만나는 순간을 그렸다그 순간을 채우는 것은 여자와 남자가 나누는 독백이다여자와 남자는 각기 소중한 이들을 잃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게다가 여자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없게 되었고남자는 곧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이런 몰락의 시간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소통불가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두 사람이, <희랍어 시간>에 독백을 나눈다.’ 그 나눠지는 독백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차갑고 고대 희랍어처럼 새롭다꼭 그렇게눈물 나게 아름답다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이 나누던 독백이 그치는 순간함께 아프기 때문에 생겨나는 기적이 그 어디엔가 일어난다기적의 자리는 그와 그녀의 사이일 수도그들과 독자의 사이일 수도그 스스로 아파했던 독자와 세계 사이일 수도 있다그게 어디든,그렇게내가 아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위로가 <희랍어 시간>에 나누어진다지금 너무 아픈 당신에게는 어쩌면피하고 싶지만 꼭 만나야 할그런 책일지도 모르겠다.


원글 링크: http://blog.naver.com/808thirty/110146967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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