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2년 1,2월호 신간 소개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 사계절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만화가 최규석의 그림과 글로 탄생한 스무 편의 우화를 담고 있다어릴 적 이솝우화를 즐겨읽었던 나는 꽤나 오랫동안 기탁할 우자를 쓰는 우화(寓話)를 우화(愚話)로 잘못 알고 있었다이 어리석은(오해는 필시 우화 속 주인공들이 예외 없이 바보 같았던 데서 연유했을 것이다서로 먹지 못할 식사를 내놓았던 여우와 두루미도물고 있던 뼈다귀를 물에 빠뜨려 버린 개도벌거벗은 임금님도 어쩜 그리 바보 같았던지하지만 조금 커서는 알게 되었다현실에는 이보다 더한 바보들이 많단 것과이 세계가 정말 바보같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그리고 우화는 그런 인간과 세계를 풍자하며 교훈을 안겨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대한민국 원주민>, <울기엔 좀 애매한등의 만화를 통해 어딘가 어긋난 세계의 안타까운 결과물들을 그려왔던 최규석은, ‘우화라는 이름을 담고 내놓은 새 책에서는 그 어긋난 세계의 바보 같은 점을 흥미롭게 폭로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회했다만화가 최규석을 사랑했던 나이지만우화가 최규석의 새 책도 무척이나 반갑다편편마다 스타일을 바꾸어가는 그림체도 벌써 대가의 반열에 진입한 듯하며무엇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이솝이나 톨스토이에 비견할 만큼 강력하다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바보 같은 세상에 최규석이 던진 힘센 우화가 널리 퍼지길 희망한다그 중에서도 <가위바위보>는 지금 당장 들려주고 싶어서 못 견딜 정도다. “뭐든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마을이 있었대그런데…….”


블로그로 만나는 제2의 인생 

정성욱·신충 지음 생각비행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다블로그를 활용하는 건 기본이고, SNS 하나쯤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들 정도다물론 시대의 흐름 같은 게 중요한 건 아니다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이다하지만 마침 당신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잔뜩 있다면좋아하는 뮤지컬이나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내가 제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혹은 나만의 독서 기록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면새해를 맞아 블로그 인생을 시작하는 거다그럴 때모든 걸 책으로 배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블로그 입문서가 필요하다당연히입문자를 위한 실용서는 쉽고 상세해야 한다지나칠 만큼 친절해야 한다입문자는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다단순한 글 올리기 외에는 진즉에 포기했던블로그 개점휴업 2년차인 나 역시 입문자에 다름 아니었다. RSS라거나 트랙백이라거나 메타블로그 같은 말들을 들은 지는 오래 되었건만 귀에 익숙하다고 다 아는 말은 아니더라하지만 이제는 의미를 알 뿐만 아니라 구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다 지나칠 만큼 친절한 <블로그로 만나는 제2의 인생덕분이다국내 대형 블로그 사이트만 해도 네이버다음 등 다섯 군데나 되다 보니 사이트마다 블로그를 개설하는 방식도기능을 활용하는 방식도 각각 다르다그런데 이 친절한 책은 개설뿐만 아니라 중요한 기능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다섯 사이트 각각 올컬러 사진을 통해 설명해 준다블로그를 하는 기쁨과 블로그 사회생활 에티켓도 저자의 넓은 정보력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알려 준다. SNS 맛보기 등을 다룬 부록도 튼실하다실용서는 써보고 하는 추천이 진짜일 터써본 사람으로서 보증한다새해를 맞아 블로그를 시작하는 데 안성맞춤인,쉽고 상세하고 친절한 블로그 입문서다.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문학동네


누구나 힘겨운 순간이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이 먹먹한 참말은그러나 무엇도 설명해 주지 못한다위로도 되지 못한다.나의 아픔너의 아픔그들의 아픔이 누구나의 아픔으로 일반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아픔은 모두 다르게 아픈 거니까.하지만 때로 나의 아픔과 너의 아픔이또 그들의 아픔이 서로 만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달리 아프지만 함께 아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해 일어나는 기적이 있는 것이다한강의 새 소설 <희랍어 시간>은 그녀의 아픔과 그의 아픔이 만나는 순간을 그렸다그 순간을 채우는 것은 여자와 남자가 나누는 독백이다여자와 남자는 각기 소중한 이들을 잃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게다가 여자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없게 되었고남자는 곧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이런 몰락의 시간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소통불가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두 사람이, <희랍어 시간>에 독백을 나눈다.’ 그 나눠지는 독백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차갑고 고대 희랍어처럼 새롭다꼭 그렇게눈물 나게 아름답다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이 나누던 독백이 그치는 순간함께 아프기 때문에 생겨나는 기적이 그 어디엔가 일어난다기적의 자리는 그와 그녀의 사이일 수도그들과 독자의 사이일 수도그 스스로 아파했던 독자와 세계 사이일 수도 있다그게 어디든,그렇게내가 아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위로가 <희랍어 시간>에 나누어진다지금 너무 아픈 당신에게는 어쩌면피하고 싶지만 꼭 만나야 할그런 책일지도 모르겠다.


원글 링크: http://blog.naver.com/808thirty/110146967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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