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간 모아둔 <오늘> 신간 소개를 다 올리는군요. 권마다 따로 올릴까 하다 너무 많이 밀려서 3권씩 모아 올렸는데 다 올리고 보니 아쉽습니다. ^^; 게다가 네이버 검색 시스템이 이상해서 계속 검색이 안되는 상황을 겪고 보니... 그래서 2013년부터는 아예 알라딘으로 이주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후에 책을 통해 얘기하겠지만 네이버도 참 나빠서요. 암튼, 최신호의 신간 소개까지 다 올렸습니다! :)
<오늘> 2012. 9~10월호 신간 소개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지금까지 가운데 가장 사심 가득한 책 소개가 아닐까 합니다. 저의 20대를 우울과 몽상으로 채워준 그룹 라디오헤드, 그들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 어찌 아니 기쁠까요. 하지만 개인적인 호감을 뛰어넘는 의미가 이 책과 라디오헤드에는 있습니다. 혹여나 라디오헤드를 모르는 분이 있을지 모르니 설명을 조금 드려야겠네요. 언젠가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 팝 전문지 필진이 정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들을 소개해 준 적이 있습니다. 10위를 라디오헤드의 2000년 앨범 <Kid A>가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잘 알려진 명반 <OK Computer>가 한 번 더 나오겠거니 기다렸는데 안 나오더군요. 4위가 비틀즈의 앨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3위는 너바나였어요. ‘이럴 수가 이 사람들 왜 빼먹은 거지!’, 하는 찰나, 2위를 라디오헤드의 <The Bends>가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순간 ‘설마’ 했는데, 바로 1위가 <OK Computer>였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이 위대한 밴드의 음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역사를 폐부 깊숙이 찔러오는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음과 가사가 모두 시대의 우울과 그에 대한 저항과 저항 할 수 없어서 고뇌하는 파편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를 잘 못 알아들어도 음악만으로 그걸 전달해 내니 참 대단하죠. 이 책은 바로 그 진면목을 확인하도록 도와주면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가닿는 철학적이고도 실제적인 세계로 독자를 초대합니다.캄캄한 암흑 속을 헤매고서야 만날 수 있는 희미한 빛을 떠올려 보세요. 아시겠지만, 빛은 암흑 속에서 더 밝지요. 이 책과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암흑과 빛 모두를 만나게 해 줄 거예요.
검劍
박흥용 지음 | 포이에마
예수가 활동하던 시대 유대 지방에 야이로라는 대장장이가 있었답니다. 그의 아버지도 대장장이였는데, 명검을 만들어보려고 대장장이 기술을 갈고 닦다가 마지막 검을 하나 남기고 일찍 죽었다고 해요. 그 뜻을 물려받아서인지, 야이로의 검에 대한 고통스럽고 집요한 추구도 그 아버지나 라디오헤드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하늘의 검 예수를 만납니다. 인간의 삶과 신앙에 대한 비유라고도, 복음서 다시 쓰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만화 <검劍>의 내용 일부입니다. 영화화되기도 했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으로 평단과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박흥용 작가가 1992년《국민일보》에서 연재했던 작품이죠. 당시 연재되는 내내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들으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 작품은 이후 한 무명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지만 곧 절판되었답니다. 그래서 그간 풍문 속에서만 한국 기독교 만화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졌는데, 이번에 연재 20주년을 기념하여 재출간되었습니다. 게대가 본문을 새로 조판하고 작가가 손수 칸을 재배치하고 색을 입혀 올컬러로 부활했습니다. 생존과 자유, 진리와 구원의 문제가 만화 속에 오롯이 스며들었습니다. 이런 커다란 주제들을 담은 야이로의 이야기는,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다 예수를 스쳐지나갔거나, 외면했거나, 혹은 인격적으로 만나 항복하고 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굿모닝 예루살렘
기 들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예루살렘은 끊이지 않는 분쟁의 공간입니다. 종교문화인종국가적 다툼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바로 그곳을 다녀온 만화가가 1년여 간의 시간을 만화 속에 담았습니다. 평양도 다녀와서 <평양>(문학세계사, 2004)을 펴내었던 이 역마살 든 만화가는 예루살렘에서도 처음엔 일상을 간단하게 담을 생각이었답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복잡해지는 예루살렘의 상황이 만화 곳곳에 담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읽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어찌나 복잡한지 읽는 내내 이해와 오해를 넘나듭니다. 하지만 이건 만화가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그곳, 예루살렘이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래서 결국은 일상적으로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지요. 기 들릴은 예루살렘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또 처음 와본 새로운 세계의 하루하루를 외부자의 시각에서 “간결하면서도 세부의 진실을 놓치지 않고”(만화평론가 박인하) 그려냈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했는데요, 이 해 심사위원이 바로 만화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쥐>의 아트 슈피겔만이었다고 해요. <쥐>를 통해 르포르타주 만화의 의미와 매력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 작가가 인정한 이 만화 속의 예루살렘으로 걸어들어가 보는 걸 추천합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오랜 반목의 역사를 담고 있는 만화인 만큼, 기독교인으로서도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아요. 그림도 귀엽고, 만화답게 소소한 재미도 여기저기 숨어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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