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2. 5~6월 신간 소개


(3월 7일 첫발파 때 강정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쓰는 모든 글에는 강정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책 소개에도요.)

























우리 마을 이야기

아키라 오제 그림이기진 옮김 길찾기


사라져간 것들이 있습니다개그콘서트에서 황현희가 외치는 위대한 유산 다 어디갔어?”처럼 유쾌하면 좋으련만도저히 웃지 못하게 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만화 <우리 마을 이야기>(전 7)의 마을이 딱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1966년 도쿄에서 멀지 않은 산리즈카 촌 사람들은 나리타 공항이 그 마을에 생긴다는 소식을 TV에서 들었습니다마을에 무언가가 생긴다면 그 마을 사람들이 먼저 상의해야 할 것일진대, TV 뉴스가 덜컥 통보를 해온 거지요마을은 난리가 났습니다처음엔 모두 반대였어요. 20여년을 고생해가며 가꾸어 겨우 땅을 알게 되고 좋은 작물을 거둘 수 있게 되었는데그 땅이 활주로가 된다니까요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당근을 제공하니 어느새 마을 사람 절반 이상이 일명, ‘조건파가 되었습니다땅으로 먹고사는 게 힘겹던 빈농들 상당수가 이 기회에 좋은 조건에 땅을 내놓기로 결심한 거죠그래도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반대파가 여전히 남아있으니한 학급에서도 조건파’ 집 아이들과 반대파’ 집 아이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한 집안 형과 아우가 서로 반목합니다벌써 이 시점에 공항건설 통보 이전의 산리즈카 마을은 사라지기 시작한 거겠죠그럼에도 한줌 남은 마을의 의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무시무시한 국가와 공권력에 대항해 싸웁니다마지막에는 주민의 10% 정도만이 남아서요알다시피나리타 공항은 1978년에 개항했습니다그들의 저항이 끝났던 걸까요그런데 1995년에 수상이 정부를 대표해 사죄발언을 했습니다애초에 일방적이고 강권적인 정부 결정이 잘못이었다는 걸 국가가 인정한 거죠다 사라지게 만들고서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답니다하지만 중요한 것이 사과조차도 수십 년을 계속 반대하며 저항해온 이들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거란 거죠때린 놈이 때린 걸 기억 못하면기억하게 만드는 것그것이 산리즈카의 계속된 반대가 이룬 것이었습니다사라지되 그냥 사라지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아키라 오제는 그 사람들의 삶을 현미경과 망원경과 육안으로 꼼꼼히 살피고 만화 다큐멘터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이제 마을은 사라지고, <우리 마을 이야기>가 남아서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기억하네요구럼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제주 강정 마을의 문정현 신부가 추천사를 썼습니다. “너무도 닮았다는 게 신부님 말씀입니다.



인디언 마을 공화국

여치헌 휴머니스트


공항이 들어서면서 산리즈카 마을이 사라졌단 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닙니다저도 <우리 마을 이야기덕에 겨우 알았어요그런데 정말 유명하게 사라진 것이 있죠물론 남아야 있지만 그들의 원래 존재 형태로 산다기보다는 보존되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인디언들이 그렇습니다. <인디언 마을 공화국>은 바로 그 인디언들이 사라져간 여정을 훑어보고 있어요이 책의 부제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왜 국가를 만들지 않았을까인데요산리즈카를 사라지게 했던 것이 국가’ 주도 개발주의라는 걸 기억한다면 이 책의 인디언과 국가에 대한 물음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을 거예요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북아메리카인즉 미국인이 되기까지인디언에겐 아예 없었고 이주민에게는 본토에 있었던 국가라는 구조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이 책의 물음대로 국가를 만들지 않았던 인디언들은국가가 없어서 사라져버리고 왜소해져 버린 걸까요아니면 애초에 국가를 만들고 그것으로 온갖 좋고 나쁜 짓을 다 해온 유럽인들의 국가적 삶의 방식과그 국가에서 뻗어져 나와 자기네 마음대로 대륙이라고 이름붙인 땅을 개발해온 유럽 출신 이주민들의 국가 만들기가 그 외부를 정복하고 갈취하고 결국에는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으로밖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을까요이 책은 뿌리부터 시작하는 소상한 설명과 뿌리 저 너머까지 묻는 접근법으로 이런 질문들을 이끌어내고 답하도록 도와줍니다.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선우 창비


사라진 것은사라지게 한 것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이 있습니다지금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지금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이 있습니다그 시인은 책임져야 할 가해자와책임을 요구해야 할 피해자를 명확히 지목합니다바로 ’. ‘는 사라지게 하기도 하고 사라져가기도 합니다시인은 그런 내가 사라지게 하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사라지는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애쓰며 노래합니다내가 로서 존재하며 너라는 또다른 와 함께 살며 우리라는 들이 될 수 없을까 상상하며 말을 만지작거립니다그래서 이것은 시를 통한 의 무한한 혁명입니다. ‘로부터 시작해 ’ 아닌 것들과 공생하며 를 비롯한 모든 를 억압하는 것들에 함께 저항하는 혁명입니다그래서 시인은 이 시집의 제목을 구럼비에 기꺼이 빌려주었습니다자기 것이 아니라면서. “구럼비우리의 무한한 혁명에게하여어떤 것도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구럼비도붉은발말동게도강정 사람들도 산리즈카의 목장이나 인디언처럼 되지 않게 하려는 혁명의 의지를 담은 시편들부디 이 시인의 저미고 낭랑한 노크에 문을 열어주세요노크하는 사람의 쓸쓸한 미소라도 보아주세요거기에 있는 와 조우해 혁명을 무한히 이어가세요.


원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808thirty/110147078134

http://www.culture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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