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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단 한 권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인상적인 시작점을 찍은 작가, 장류진이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작가의 5문 5답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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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주로 2017년이라 팬데믹 이전의 직장생활에 대해 아득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나 지인들도 만난 지 한참이 됐네요. 저도 2017년의 풍경을 그리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고 많이 그리워졌습니다. 친구들아 잘 지내지……? 나 책 나왔다!




Q. 다시 소설 속 주요 소재인 '이더리움' 등 비트코인 계열 아이템의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소설이 문학3에 연재되던 2020년 11월 시점엔 가격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요, 이렇게 소설이 현재를 '예언'한 듯한 상황이 다가올 때 어떤 기분을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 사실 이 소설을 써야겠다고 처음 발상하고 구상할 때에는 전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서 ‘이걸 다 쓰고 출간까지 하면 조금 지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지나가듯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소설을 한참 쓰는 동안 다시 뉴스에서 가상화폐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심지어 연재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2017년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오호라……?’ 싶었죠.(웃음)




Q. 장류진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는 듯합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팔아야 해, 팔면 안돼' 두 가지 감정이 오가면서 주인공이 성공하길 바라게 되었어요. 인물과의 거리가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고요.


-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작가로서 정말 기쁘네요. 장편소설이다보니 ‘빌드업’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1인칭이라는 형식상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Q. <일의 기쁨과 슬픔> 이후 발표한 단편과 <달까지 가자>까지, 작품을 함께 읽으며 '장류진적인 문장'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문장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경제적인 문장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문장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 및 성격과 어우러지기도 했고요.


- 제가 잘 읽히는 문장을 좋아해서 문장을 쓸 때 그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쓸 때부터 그렇게 쓰는 편인 것도 물론 있겠지만 초고를 쓰고 나서 다듬고 깎아내는 곳도 많습니다.




Q.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공감하는 분 중 다수는 '직장인'일 듯합니다. 이 '직장인' 후배의 책상에 꼭 필요한 선물 하나를 놓아준다면, 어떤 걸 선물하고 싶을까요?


- 노트북 스탠드 혹은 모니터 받침대와 손목 받침대요. 목과 손목의 관절을 지켜주는 아이템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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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아몬드>를 통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손원평 작가가 빛처럼 산란하는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프리즘> 손원평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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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시대에 프리코로나 시대를 사는 이들의 연애소설을 읽는 기분이 신선했습니다. 이 수상한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작은 반경 안에서 미니멀하게 지내고 있어요. 모두 고립된 느낌에 답답하시겠지만 이 시기를 통해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 말은 이렇게 해도 실제로는 너무 갑갑하고 깜깜하죠. 빨리 이 시기를 과거로 말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Q. 전작 <아몬드>가 일본 서점 대상 번역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인이 함께 읽는 소설이 된 <아몬드> 처럼 <프리즘> 역시 이국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면 다른 맥락으로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프리즘>은 특히 (아마도 서울일) 도시의 구체적인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구체성이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혹시 상상해보셨을지  궁금합니다. 


A. 아뇨, 저는 오히려 구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서울이 배경이긴 하지만 동네 이름도 가상으로 지었고 특별히 ‘매우 한국적인 것’이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아서, 이 무국적성이 괜찮은 건가, 오히려 고민스럽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세계인의 눈이라…. 이 작품도 운 좋게 세계인이 읽어줄까요? 그런 상상도 전혀 안 해봤는데 의외의 질문에 오히려 즐거워집니다. 다 떠나서 어느 곳의 독자든 이 책을 느릿느릿 설렁설렁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Q. 여름에서 여름까지 계절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계절이 있을지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아시다시피 연인들에게 계절 같은 건 중요치 않습니다. 국경도 뛰어넘는데 계절쯤이야 사랑 앞에 무슨 장벽이겠어요. 그래도 생동감과 활기, 반짝임이 주는 이미지로만 따지면 단연 여름! 이죠. 특히 여름은 ‘사랑을 시작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느리게 찾아오는 밤과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감정을 묻어둔 채 서로를 탐색하며 길게 산책할 수 있잖아요. 




Q. 이 소설은 읽으며 유독 재인의 드레스나 호계의 그림 같은 것들이 소설의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면이 보이고 들리는 감각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리즘>을 읽으며 함께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프리즘>을 읽은 후 독자가 찾아보기 좋은 연애 영화/ 드라마도 권해주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글쎄요, 저는 추천 앞에서는 늘 망설이고 쉽게 답을 드리지 못해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는요, 음…. <프리즘>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시지 말고 얼른 나가서 사랑을 시작하세요! 




Q. 그렇게 보면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일상이 무너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일인 것 같아. 라는 문장을 읽으며, 이 시기에 연애소설을 읽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 소설을 선택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재난상황에 너무 태평한 이야기를 내놓는 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험악한 상황에서라도 사랑만큼은, 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만큼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찮다 생각했던 일상도 언젠가는, 설령 전과는 다른 형태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회복될 겁니다. 다시 일상 속에 여유로운 날들을 만끽하게 될 거예요. 독자들도 나 자신과 타인과 이 세계를 많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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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불현듯 우리 곁에 출현한 한 작가가 한 생태계를 바꾸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를 잇는 김초엽 작가에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출간 이후,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일들에 관해 여쭸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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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기작 등으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논픽션 단행본 ‘사이보그가 되다’와 경장편 하나를 준비 중입니다. 두 번째 소설집 원고도 모여서 이제 어떻게 고칠지 천천히 살펴보고 있어요. 원래는 전형적인 야행성 프리랜서이다 보니 주로 새벽에 글을 썼는데, 요즘은 낮에 일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해가 떠 있으면 정신이 산만해지고요.




Q. SF라는 생태계의 어디에서든 김초엽 작가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어지는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시는 이유에 대해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제가 사랑하는 세계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거절을 잘 못 해서… 그런데 이제부터는 정말 소설에 집중할 거예요. 매번 하는 다짐이네요.




Q.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발표 이후, 이 소설로 인해 가장 기뻤던 순간을 혹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주 : 서점 MD로서 제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문이과 학생을 모두 대상으로 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우빛속>을 추천해준 후, 이과 친구들도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웜홀 등을 소재로 즐겁게 발표를 했다며, 추천 고맙다고 친구가 인사해준 순간이었습니다.)


기쁜 순간이 워낙 많았기에 하나를 꼽을 수는 없지만, 독자분들이 이 책을 선물로 받거나 또 선물로 주었다고 말하실 때는 늘 기뻐요. 책을 선물한다는 게 언제나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일이다 보니(책장에 꽂힌 이후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을 가능성을 포함해서) 저도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는 경우는 ‘이 책을 네가 안 읽을 수도 있지만, 만약 읽는다면 분명 기분이 좋아질 거야’ 하는 확신이 있을 때거든요. 혹시 우빛속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선물이었을까 생각을 하며 몰래 뿌듯해하곤 합니다.




Q. SF의 세계에 조금 더 깊게 발을 담그고 싶은 인문계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과학 교양서 혹은 SF 소설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은 SF의 단골 테마인 ‘시간여행’을 다루는 논픽션인데요. 과학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과학 외에도 방대한 영역의 학문들을 다루고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여행'을 중심으로 과학, 문화, 예술, 철학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히고 또 나아가는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이에요. 〈에스에프 에스프리〉,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와 같은 SF 비평서들도 SF를 좀 더 본격적으로 읽어보고 싶은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우.빛.속> 이후 2020 젊은작가상, 시티 픽션 등에 실린 김초엽 작가의 글 역시 즐겁게 따라 읽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김초엽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단한 이름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조금 들쭉날쭉하더라도 괜찮은 글을 쓰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되고 싶네요. 가뿐히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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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 2020-08-07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기작도 기대합니다!

beallears9 2020-08-12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빛.속> 출간하시기 전인 2016년도에 <대학내일>에 인터뷰하신거 본 적 있어요. 그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출력했고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오래오래 응원할게요.
 




여성 X 서사 X 고딕 X 스릴러라는 매력적인 키워드와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지혜, 천희란, 최영건, 최진영, 허희정 작가가 만났습니다. 앤솔로지 소설집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를 출간한 작가 여덟 분께 여성서사와 우리의 삶을 스릴러로 만드는 것에 관해 5문 5답으로 여쭸습니다. 각 소설가의 세계가 잘 드러나는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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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 그러다가 어떤 계기에 의해서 마음이 뒤집어지고, 그에 따라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느낄 때, 저 역시 혼란을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원래 고딕소설을 좋아하고, 나름대로 계속 써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기뻤습니다. 즐겁게 작업한 것 같아요.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낚아채는 지점도 늘 거기에 있는 것 같고요.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무서운 공간을 구현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에게) 익숙한 공간이 좋아요. 편하게 생각하는 곳일수록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다가 어떤 계기에 의해서 마음이 뒤집어지고, 그에 따라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느낄 때, 저 역시 혼란을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를 추천합니다.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시에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부러워요.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이상하고, 황당하고 무섭습니다.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소설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오잖아요. 마무리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지만, 실제 삶은 늘 이어지고 끝이 없고…… 늘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기분이에요. 끝이 없는 이야기를 계속 읽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어떤 모습이 나올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읽고, 쓰고, 수정해가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이어지겠죠.  












손보미

"우리 자신이 여성에 대해 떠올리는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들)이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냥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어요."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재미있고 뜻깊은 기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여성으로서 여성이 겪는 (실체를 쉽사리 알 수 없는)불안감에 대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너무 본격적이라서 (말도 안 되는)책임감과 약간의 부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잘 쓸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고딕 스릴러, 라는 장르적 재미를 독자분들이 많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대답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제 장편소설을 읽으신 분이 그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이 하나같이 다 ‘이상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자신이 여성에 대해 떠올리는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들)이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냥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어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해요. 여성의 모습은 아주 다양하고 하나의 언어로 통합되지 않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은연중에 강요된 것 같고 내면화된 것 같아요.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제 소설에 나오는 장소가 아주 오래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여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공간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음울하고 유구한 역사나 구조의 문제가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일제시대에 지어진 서양식 건물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원래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구글링으로 제가 딱 떠올린 장소의 이미지를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고, 한동안 제 작품에 나오는 저택을 참고한 이미지가 제 노트북의 바탕화면이었습니다.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최근에 《퍼펙트마더》와 《몸을 긋는 소녀》를 읽었습니다. 두 작품은 둘 다 여성 범죄자와 범죄자를 추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두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계급이나, 화자의 톤, 전체의 분위기 같은 것은 전혀 다릅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도 다르고, 범죄자를 쫓는 방식이나 이야기의 톤, 화자의 태도 혹은 주제 의식 같은 것도 전혀 다릅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이 전혀 다른 것 같은 두 소설에는 사회가 은연중에 여성들에게 부과하는 정서적 억압 같은 것이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아주 많잖아요? 그 모든 것들이 허공으로 그냥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우리가 미처 언어화할 수 없었던 것이 사라지지 않기를, 우리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임솔아

"진심어린 걱정을 꾹꾹 담아서 그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스릴러와 다름이 없는데, 나는 한 번도 스릴러를 써본 적이 없구나, 써보고 싶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 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소설은 대부분 과거형 시제를 사용해서 지금으로부터 약간 거리를 벌려놓는데요. 현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도무지 과거형이 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고요. 점점 무감해지면서 뻔하게 받아들이게 될까봐 저는 그걸 늘 염려하게 되는데, 그게 소설쓰기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 면허를 땄을 때에는 회전 교차로를 무서워했습니다.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각각의 방향에서 온 차들이 뒤섞이다보니, 금방이라도 다른 차와 부딪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회전 교차로는 일반 교차로에 비해 사고율이 낮다고 해요. 공포감을 형성하는 공간이라서 운전자가 더 조심할 수밖에 없어서요. 실제로 무서운 장소는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히려 가장 안전하고 가장 따뜻하고 가장 이상적이라 느껴지는 공간이 가장 무서운 공간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봄알람에서 출간된 《김지은입니다》를 추천합니다.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라는 문자메시지를 가끔 받습니다. 저도 가끔 그런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진심어린 걱정을 꾹꾹 담아서 그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지혜

"언젠가 그 얘기를 꼭 소설로 쓰고 싶었거든요.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그곳에 살던 여자들, 수상한 동네 사람들과 음침한 골목"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편집자님의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짧은 연휴를 보내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데, 그러던 차에 연락을 받고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기획 내용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삼각지붕 집은 어릴 때 제가 살던 적산가옥에서 착안한 공간인데요, 언젠가 그 얘기를 꼭 소설로 쓰고 싶었거든요.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그곳에 살던 여자들, 수상한 동네 사람들과 음침한 골목…… 여성-고딕 스릴러라는 테마와 더불어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이야기를요. 그날,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이 소설의 초고를 쓰고 흥분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생생해요.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한자’가 바로 그 ‘부적절한 소문’의 여자예요. 그러나 결국, 소문에는 한자뿐 아니라 주인공과 주인공을 둘러싼 어른들 또한 포함돼요. 흑과 백, 너와 나,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기준 자체가 고립된 공간의 편견과 무지에서 출발하고,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 끝없는 오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소문이라는 게 단지 부적절한 상태 그 자체가 아닌가, 이 소설을 쓰면서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런 부적절한 여자들에 대해 말해야겠다, 부적절하다고 손가락질 받던 여자들. 희생양이었던 여자들, 불길함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저주받았다 욕먹는 여자들.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단 걸 이 소설을 쓰며 알게 됐어요.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소설의 공간은 제가 어릴 적 살던 집에서 착안했어요. 사실 그 집을 소설 속으로 옮겨오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기억 속 집은 낡았지만 포근하고 또 아름다운 면이 있는데, 소설에서 그걸 표현하는 게 무척 어려웠어요. 아름다움인지 불편함인지, 공포인지 기쁨인지. 그 모든 감정과 상황이 공존하는 공간일수도 있을 거예요. 이 소설을 쓰며 또한 예전에 살던 집의 기억을 떠올렸는데요, 층간소음을 이유로 아래층에 살던 사람이 저와 제가 사는 층의 사람들을 위협한 적이 있어요. 그때 집 안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꼈어요. 집이, 그동안 내가 살며 소중하게 생각하던 공간이 한순간에 낯선, 증오의 영역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어요. 친숙한 공간이 영원하지 않고 갑자기 괴물의 얼굴로 변해 나를 헤칠 수 있다는 것. 공간은 집이나 건물처럼 물리적인 곳일 수도 있고 집단이나 사회, 관계처럼 무형의 커뮤니티일수도 있죠. 어느 쪽이든 공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익숙한 공간의 공포스러운 점 아닐까요?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김순이 선생님의 『제주신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주는 특히 여성 신과 영웅들의 활약이 대단한 곳이라, 여성 서사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기도 해요. 여성들의 역경과 고난, 죽음과 삶이 특수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개연성을 획득하는지, 거의 모든 장르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바로 제주의 신화라고 생각해요. 그곳에선 정말 여자들이 사라지고, 찢기고, 훼손되었다 살아나서 신이 돼요. 제 다음 소설의 모티프가 되는 부분이기도 해서,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에 수록된 소설들과 더불어 제 소설도 재밌게 보셨다면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독후 활동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미래’라는 단어가 궁금했어요. 나에게 미래가 있을까? 이 세상에 미래가 있을까? 우리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떠올렸지만,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답을 모르기 때문에 지금을 더욱 열심히 살고, 소설을 쓰고 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삶을 바란다 해도 그게 반드시 현재의 노력과 이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의 고통이 반드시 내일의 고통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라는 말이 요즘처럼 와 닿은 때가 있었나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렬히 말하고, 읽고, 얘기하고,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또 다른 말할 거리, 읽을거리가 생기고, 생각하고, 또 말하고 싸우고… 미래는 그런 게 아닐까요? 말하고 쓰고 읽다 보면 알게 되는 것. 혹은 모두가 말하고 쓰고 읽으며 사는 것. 생각해보니(답을 찾은 것 같지만) 그건 전 국민이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이 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천희란

"저는 언제나 여성들이 더 자유롭게, 가혹한 검열과 비판이 두려워 물러서는 일 없이 자신의 구체적 삶에 대해 발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간혹 특정한 소재나 기획에 맞춰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아 소설을 쓰는 게 저에게는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기획의 제약이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고, 작품을 쓰는 방식을 확장시켜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성-고딕-스릴러’라니 더 물을 것도 없었죠.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과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니까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껴온 것들이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품은 익숙하지만 쉽게 언어화되지 않았던 것에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모호했던 것들을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드는데, 그런 과정이 반드시 읽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쓰면서도 깨닫게 되는 것이 있거든요. 그게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언제나 ‘무엇’을 쓸 것인가 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 듯하고요.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공간은 고딕소설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자 매력적인 클리셰이기도 한데요. 집이나 성과 같은 고딕소설의 전통적인 장소들은 여성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억압하는 장소였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여성 저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장시키는 공간이기도 했어요. 공간의 억압이 불러일으키는 불안이나 공포가 소설의 중요한 테마가 되었던 것인데요. 그렇게 보면 고딕소설에서 공간은 단순히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의미를 형성하죠. 그래서 작품을 쓰는 동안에 고딕적인 공간의 클리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지, 어떻게 공간과 서사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할 수 있을지를 특별히 염두에 두었던 것 같아요.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이 앤솔러지에 함께한 강화길 작가가 최근에 펴낸 《화이트 호스》와 조이스 캐럴 오츠의 《흉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성-고딕-스릴러’라는 테마를 모두 아우르는 동시에 무척 세련되게 재구성하고 있는 흥미진진한 소설들이고요. 무엇보다 둘 다 단편집이어서 여름의 무더위와 싸우며 아껴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여성을 향한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 같은 비가시적인 여성혐오적 현실이 몇 편의 소설쓰기로 드라마틱하게 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만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소설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려는 여성들의 의지와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해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여성들은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동시에, 여성주의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들고 지향해야 한다는 이중의 억압 속에 있어요. 수많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억압과 폭력에 대항해 연대하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잊히지 않았으면 해요. 요약될 수 없는 삶의 구체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것이 지금 우리가 여성서사를 적극적으로 읽고 쓰는 중요한 의의 중 하나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언제나 여성들이 더 자유롭게, 가혹한 검열과 비판이 두려워 물러서는 일 없이 자신의 구체적 삶에 대해 발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변화 또한 분명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최영건

"단순한 해피엔딩이지만 그런 장면이 무척 보고 싶었어요. 밤이 지나면 새로운 날이 오고, 서로를 아끼는 두 여성이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이요."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소설가분들이 어떤 글을 써주실지 궁금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억압을 위한 가르침으로부터 서로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를 찾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제 이야기에서는 두 여성이 함께 유령 성을 떠나요. 굳이 되돌아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들을 그다지 무겁지 않게, 쾌활하게 주고받아요. 단순한 해피엔딩이지만 그런 장면이 무척 보고 싶었어요. 밤이 지나면 새로운 날이 오고, 서로를 아끼는 두 여성이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이요.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무섭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장소를 쓰고 싶었어요. 현실의 가혹함 대신 저의 소망을 실현해줄 장소를 원했어요.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마가렛 애트우드의 《그레이스》가 떠오르네요.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미로(maze)와 미궁(labyrinth)의 차이는 출구의 유무라는 말을 들었어요. 미로는 헷갈리는 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출구가 있고, 미궁은 한 갈래 길만 있을 뿐 출구가 없다고요. 미궁 같은 비극들이 실은 미로일뿐이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최진영

"그리고 언젠가 제가 ‘성에 사는 세 자매 이야기’를 쓰고야 만다면 그 소설도 꼭 읽어주셔요."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성이 한 채 있습니다. 그 성에는 세 자매가 살고 있어요. 세 자매 중 맏언니는 뭔가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아서 비밀스런 존재고요, 둘째와 셋째는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쌍둥이 자매에게는 퇴마 능력이 있어요. 쌍둥이 자매는 자신들의 퇴마 능력을 저주하지만 출몰하는 악령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첫째 언니가……. 저는 정말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임신은 축복이 아닌 공포입니다. 그것이 축복일 때, 두 사람이 관계된 일에 두 사람 모두 축하를 받습니다. 그것이 결코 축복이 될 수 없을 때, 두 사람이 관계된 일에 한 사람에게만 책임과 비난이 쏟아집니다. 제가 쓴 소설은 현실보다 납작하고 소심하고 친절합니다.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소설을 쓸 때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허허벌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성 한 채’를 포기한 상태였기에……. 질문을 읽고 제 소설을 다시 떠올려보니 일상적인 공간, 이를테면 ‘집’이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이며 타인은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집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소설은 아니지만, 장영은 선생님의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추천합니다. 앤솔로지에 함께한 작가님들의 단행본 소설도 적극 추천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성에 사는 세 자매 이야기’를 쓰고야 만다면 그 소설도 꼭 읽어주셔요. 













C) 송인혁


허희정 

"제가 느끼기에는 장소 그 자체보다도, 사람에게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런 종류의 불안에 이끌리는 부분이 있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Q. 처음 이 기획에 대해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와, 재밌겠다!’였어요. 너무 흥미로운 기획이라서 냉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는데, 원고를 쓰려고 보니까 제가 고딕, 스릴러, 여성서사 셋 중 무엇에 대해서도 제대로 안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더라구요. 알아도 아는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왠지 뭔가 중요한 걸 빼먹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 약간 불안하면서도 신나는 기분으로 작업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이 신선한 이야기들도 사실 얼개 자체는 많이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알게된 어떤 이야기/사건 중에서도 이런 불길한 / 부적절한 소문의/ 실제 사건의 희생양인 여성들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한때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열심히 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류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강력 사건들이 다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번 소설을 쓰면서 사건이 전면에 부각되는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 연상되는 것도 싫었고요. 오히려 이런 사건에서 한 발짝 빗겨난, 그러나 현실의 사건들이 지닌 자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저 자신이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Q. 소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공간'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숲속 작은 집 창가에>의 배경은 버려진 숲과 맞닿아 있는 소도시 P시입니다. 그 숲에서는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P시의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폐쇄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숲을, P시를 떠나지 못하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장소 그 자체보다도, 사람에게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런 종류의 불안에 이끌리는 부분이 있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Q. 이 소설집은 여성 / 서사 / 스릴러로 함께 읽힙니다. 이 소설집을 읽은 독자에게 이 소설집 이후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위한 다음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를 추천하고 싶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숲속 작은 집 창가에> 원고를 다 쓰고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기 때문입니다. 









Q. 이 소설을 읽고난 후의 스산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소설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소망 혹은 바람을 듣고 싶습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기만 한 삶. 불안을 예쁜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선반 위에 대충 올려놓고 나가서 놀 수 있는 삶. 그게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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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열 명의 작가를 모셨습니다. 물처럼 번지는 애틋함이 느껴지는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발표한 백수린 작가의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러 가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7831












Q.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여름, 바닷가, 산책, 같은 단어가 함께 떠오르기도 합니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의 ‘우리가 잠깐 머물렀다 떠날 그곳’이라는 단어를 보며 여름은 꼭 이런 계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여름은 예년 여름과는 조금 다른 여름이 되었는데요,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모두가 그렇듯 저 역시도 이번 여름은 예년과 달리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쓸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홀로 있게 된 많은 시간 동안 올해 출간이 예정되어 있는 원고들을 정리하고 함께 사는 강아지를 돌보며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사건 이후 지속될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여름의 빌라」)라는 문장이 좋았어요. 우리는, 소설 속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들에게 고의로 상처를 주고 그 순간을 ‘끝내 물에 녹아내리는 물감처럼 한없이 희미해지던’ 모습으로 선명하게 기억하면서도 삶을 계속하게 된다는 점에서요.


A. 생활인으로서의 저는 많은 것들에 회의하고 불신하는 사람이지만, 소설을 쓰는 저는 삶에서 희망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저에게는 소설을 쓰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소설쓰기는 삶과 사랑 쪽으로 나아갈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 일입니다. 




Q. 「흑설탕 캔디」의 ‘난실’의 단정하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좋아합니다. 특히 이 소설의 마지막 한 단락이 묘사하는 비밀스러움과 난실의 말투가 좋았어요. ‘조금은 고통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도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난실이 꺼낸 말에 대해 오래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A. 「흑설탕 캔디」는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마지막까지 표제작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원래는 난실이란 할머니를 직접 화자로 내세우는 소설을 구상했지만, 결국엔 손녀의 눈을 통해서, 상상하는 버전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어요. 소설을 쓰는 내내 '난실'의 사랑스러움이 독자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소설을 썼습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난실'이 익명의 노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빛과 향기를 품은 매력적인 여인으로 기억된다면 무엇보다 기쁠 것 같아요.




Q. 최근 번역 작업을 하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직접 번역해서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혹은 이미 번역된 외국문학 중 더 많은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작가/작품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지금 막바지 작업 중이니까 아마도,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올여름이 가기 전에, 또다른 번역서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데요.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는 출간시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고 싶어요. 한국인들이 많이 사랑하는 프랑스 여성 현대 소설가의 작품이라는 정도만 힌트로 알려드리니,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Q. 「시간의 궤적」 속 '언니‘와 ’나‘는 ’에리크 로메르,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취향의 공통점만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독자들도 그 친구와 섬세한 우정을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을 듯해요. ’백수린다움‘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주실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백수린다움'을 좋아하는 여러분은 겉으론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 타오르는 불꽃을 가진 분들이시군요. 그런 여러분께 이번 여름, 새로운 소설집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 년 동안 정성껏 쓴 단편소설들이 여러분께 즐거운 선물처럼, 오랫동안 기다렸던 만남처럼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잠시라도, 이 지치고 더운 계절에 여름의 빌라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신다면, 그리고 그 여름의 빌라에서 각자가 살아온 '시간의 궤적'을 되돌아보시거나 잠시 잊고 살았던 '아카시아 숲'을 떠올릴 수 있다면 저는 무척 기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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