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아몬드>를 통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손원평 작가가 빛처럼 산란하는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프리즘> 손원평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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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시대에 프리코로나 시대를 사는 이들의 연애소설을 읽는 기분이 신선했습니다. 이 수상한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작은 반경 안에서 미니멀하게 지내고 있어요. 모두 고립된 느낌에 답답하시겠지만 이 시기를 통해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 말은 이렇게 해도 실제로는 너무 갑갑하고 깜깜하죠. 빨리 이 시기를 과거로 말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Q. 전작 <아몬드>가 일본 서점 대상 번역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인이 함께 읽는 소설이 된 <아몬드> 처럼 <프리즘> 역시 이국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면 다른 맥락으로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프리즘>은 특히 (아마도 서울일) 도시의 구체적인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구체성이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혹시 상상해보셨을지 궁금합니다.
A. 아뇨, 저는 오히려 구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서울이 배경이긴 하지만 동네 이름도 가상으로 지었고 특별히 ‘매우 한국적인 것’이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아서, 이 무국적성이 괜찮은 건가, 오히려 고민스럽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세계인의 눈이라…. 이 작품도 운 좋게 세계인이 읽어줄까요? 그런 상상도 전혀 안 해봤는데 의외의 질문에 오히려 즐거워집니다. 다 떠나서 어느 곳의 독자든 이 책을 느릿느릿 설렁설렁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Q. 여름에서 여름까지 계절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계절이 있을지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아시다시피 연인들에게 계절 같은 건 중요치 않습니다. 국경도 뛰어넘는데 계절쯤이야 사랑 앞에 무슨 장벽이겠어요. 그래도 생동감과 활기, 반짝임이 주는 이미지로만 따지면 단연 여름! 이죠. 특히 여름은 ‘사랑을 시작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느리게 찾아오는 밤과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감정을 묻어둔 채 서로를 탐색하며 길게 산책할 수 있잖아요.
Q. 이 소설은 읽으며 유독 재인의 드레스나 호계의 그림 같은 것들이 소설의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면이 보이고 들리는 감각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리즘>을 읽으며 함께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프리즘>을 읽은 후 독자가 찾아보기 좋은 연애 영화/ 드라마도 권해주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글쎄요, 저는 추천 앞에서는 늘 망설이고 쉽게 답을 드리지 못해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는요, 음…. <프리즘>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시지 말고 얼른 나가서 사랑을 시작하세요!
Q. 그렇게 보면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일상이 무너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일인 것 같아. 라는 문장을 읽으며, 이 시기에 연애소설을 읽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 소설을 선택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재난상황에 너무 태평한 이야기를 내놓는 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험악한 상황에서라도 사랑만큼은, 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만큼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찮다 생각했던 일상도 언젠가는, 설령 전과는 다른 형태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회복될 겁니다. 다시 일상 속에 여유로운 날들을 만끽하게 될 거예요. 독자들도 나 자신과 타인과 이 세계를 많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