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네티가 육아에 소질이라곤 전혀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사실 여자들은 대부분 육아에 소질이 없다. 이제 갓 엄마가 된 이들은 그저 어디선가 본, 배워야 한다고 주입받은 다른 여자들의 행동과 습관을 모방하면서 어떻게든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소망할 뿐이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74
네티는 침묵했다. 이 건물에 사는 여느 여자들과 다른 그만의 특징이었다. 이 건물의 다른 사람들은 뭔가를 모르거나 무엇이든 필요하면 일단 목청껏 소리부터 질러댔다. 네티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네티의 무지와 무능은 이 건물에 사는 다른 여자들과 친목을 다지고 유대를 형성할 다리가 되었을 것이며 잘만 활용했다면 그들의 세상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75
네티와 리처드는 엄마와 아들이라기보다는 난데없이 고아가 된 두 아이인 것처럼,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77
하지만 나에게 그 아파트는 마치 네티라는 인물처럼 약속과 매혹이 숨 쉬는 공간이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77
우리 집 창문 아래로 보이는 누추한 다세대주택 앞 골목은 암흑과 침묵에 의해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밤공기는 더 맑고, 온화하고, 밀도 높고, 설명할 길 없이 달콤하기도 했으며 그 공기는 내가 찾던 마법 같은 고립감을 더욱 증폭시켜주며 내 백일몽의 마침맞은 전달자가 되어주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84
나와 창녀와 네티, 우리 셋이 작은 레이스 조각을 어설프게 뺨에 대고 있는 이미지가 보였다. 우리 중 누구도 길고 풍성한 레이스를 갖지 못하고 그저 작은 자투리 조각 몇 개를 붙들고, 우리의 서글픈 얼굴을 그 자투리에 대고 있을 뿐이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87
그래, 아주 잘하고 있어, 매디. 한 차례의 질문과 대답이 오간 후 우리의 공통 화제는 바닥나고 말았다. 우리는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꼭 연락하자고 약속하고, 앞으로 서로 다시 만날 일은 없다는 것을 예감하며 헤어진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1
눈물은 바닥에 떨어지고 샘물처럼 솟아올라서 복도를 가득 메웠고 부엌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거실로 흘러들어 두 개의 침실 벽에 부딪혔고 우리 모두를 떠내려가게 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4
사력을 다한 엄마의 비탄은 다른 평범한 애도를 닦아세웠다. 우리 집의 비극은 며칠 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9
그래도 부엌이 그나마 이 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소이긴 했다. 부엌에 늘 상주하던 여자들은 세라 이모와 지머먼 아줌마였다. 둘 다 남편에게 사랑과 애착을 느끼지 않는 편에 속하는 여자들로 결혼을 인생의 고난으로 여겼다. 그럼에도 두 여자는 우리 엄마의 경이로운 공연 옆에서 침묵을 지켰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01
네티의 눈은 고양이 눈처럼 홀연히 불투명한 색으로 변했고 목은 더 길어졌고 팔다리는 제자리로 거두어졌다. 나는 이제 식탁을 떠날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06
내가 속한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 여러 가지 확실한 문제가 있다. 숨이 막힌다. 그래도 안전하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06
엄마는 말할 것이다.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니? 이 안에 내가 모르는 게 뭐가 있냐고? 나는 삶으로 다 살았어. 나는 다 안단 말이다. 작가라면 내가 알지 못하는 걸 말해줘야 할 거 아니니. 그런 게 하나도 없더라.너한테나 재밌었겠지. 난 어땠냐고? 그 책이 무슨 수로 재밌을 수가 있겠니?"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09
침묵, 길고 긴 침묵이 흐른다. 우리는 또 한 블록을 같이 걷는다. 침묵. 엄마는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허공을 바라본다. 나는 길을 인도하며 엄마의 걸음에 발을 맞춘다. 말을 하지도 엄마에게 말을 시키지도 않는다. 또 한 블록 침묵이 흐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11
마치 그날 저녁의 우울, 마지못해 견뎌야 하는 일상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 엄마를 배신하지 않고 기다려준 이 절망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그렇게 일을 하고 오는 사람처럼.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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